자영업자 고통 외면…부담 전가
시행 3주 앞두고 부랴부랴 유예
대책도 부재…개선방안 강구할 때
“카페에서 한 시간만 일해봤다면 이런 정책은 못 내놨을 겁니다.”
카페, 음식점 등 식품접객업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 금지 정책에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환경부가 이달 전면 시행을 앞두고 악화된 여론을 의식해 ‘일회용 컵 보증금제’ 도입을 6개월 뒤로 미뤘지만 현장 일선에선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는 플라스틱 용기 등 일회용 컵에 담긴 음료를 구매할 때 보증금을 맡기는 제도다. 프랜차이즈 커피숍과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300원을 음료값과 함께 추가로 결제한 뒤 음료를 다 마신 후 매장에 컵을 반납할 때 돌려받는다.
문제는 소상공인이 부담을 지는 구조가 되면서 촉발됐다. 환경부는 전국에 점포 100개 이상을 운영하는 매장을 제도 시행 대상으로 삼았다. 보증금 반환을 위한 라벨의 구입과 부착, 반환 컵 수거 및 보관, 300원 반환 등 모든 업무와 비용을 프랜차이즈 가맹점주가 떠안도록 했다.
일회용 컵에 보증금을 부과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3년 환경부와 일부 커피 프랜차이즈의 업무협약 형태로 보증금제가 도입됐다. 컵당 50∼100원의 보증금을 받았다. 일회용 컵 회수율은 올랐지만 일부 업체의 미반환 보증금 유용 논란 등을 겪으며 2008년 3월 폐지됐다.
이후 보증금제 부활 논의가 시작된 건 2020년이다. 그해 5월 보증금제 도입 내용을 담은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듬해 보증금을 관리하는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가 출범했고, 올 1월엔 국민 설문조사 등을 거쳐 보증금 300원을 확정했다.
그러나 홍보는 턱없이 부족했다. 2020년 6월 보증금제 시행이 확정됐지만, 그 후 약 2년간 대국민 홍보는 거의 없었다. 시행 3개월 전에서야 전국 설명회를 시작했고 지난달 한 차례 시연회를 했을 뿐이다. 2년 동안 허송세월하고 혼란과 갈등만 조장했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와 함께 경제적 회복을 꿈꾸던 소상공인들에게 이번 보증금제는 큰 부담을 안겼다. 소상공인 불만이 커지자 환경부는 “비용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긴 했지만 비용 지원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이번 시행 유예가 보증금제 시행 시기만 연기한 것이라면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국회와 정부가 남은 기간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쳐 환경부와 가맹점주들의 갈등을 잘 봉합하고 법 개정을 포함한 전반적인 개선 방안을 강구해야 할 때다.
제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누군가의 희생을 담보로 ‘강제’해야 한다면 좋은 결과를 낳기 어렵다. 과거 한 번 실패한 정책에 대한 미비점을 보완하고 보다 현실성 있는 대책이 나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