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에 산 주식을 방송 등에서 추천…자본시장법상 '스캘핑 행위' 혐의
주가 오르자 210만 7004주 되팔아…37억 시세차익 남겨
1·2심 "자본시장법 위반 아니다" 무죄…대법 "스캘핑, 자본시장법 위반"
파기환송심 "매수부추길 의사 없었다" 무죄…대법 "원심, 법리 오해했다" 재파기환송
특정 주식을 미리 매수한 다음 방송에 출연해 해당 주식을 추천하는 수법으로 부당하게 이득을 챙긴 투자 전문가가 대법원에서 유죄 판단을 받았다.
1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43)씨의 재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유죄 취지로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이날 밝혔다.
A씨는 2009년께부터 증권방송에 출연했다. 그는 2011년 10월∼2012년 1월 사이 ▲안랩(안철수연구소) ▲서한 ▲바이오스페이스 등 주식을 미리 저가에 사들이고, 방송과 자신의 인터넷카페에서 투자자들에게 매수를 추천했다. 이후 추천한 종목의 주가가 오르면 곧바로 팔아 수익을 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이런 방식으로 210만7004주를 되팔았고, 약 37억원의 시세차익을 남겼다.
A씨가 사용한 수법은 이른바 '스캘핑'(scalping·가죽 벗기기)이다. 자신이 어떤 주식 종목을 사들인 뒤 추천을 하고, 가격이 오르면 차익을 남긴 행위를 말한다.
1심과 2심은 A씨가 무죄라고 봤다. A씨가 텔레비전 증권방송에서 3개 종목 매수를 추천한 것은 맞지만 이 같은 행위가 자본시장법을 위반하는 부정한 수단 등은 아니라고 봤다.
이후 대법원은 2017년 다른 사건 재판에서 스캘핑 행위가 자본시장법에서 금지한 '부정한 수단·계획·기교를 사용하는 행위', '위계의 사용'이라는 기준을 세웠다. 투자자문업자나 증권분석가, 언론 종사자 등의 스캘핑 행위가 범죄 행위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A씨의 상고심에서 하급심의 무죄판결을 파기했다.
파기환송심(2심)은 하지만 무죄를 선고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A씨가 방송에서 일반 투자자에게 3개 종목의 주식을 매수하라는 의사를 표시했다거나, 주식 매수를 부추길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매수를 추천한 게 아니니 애초에 스캘핑 범죄도 아니라는 의미다.
재판부는 아울러 방송에서 '최종 투자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내보낸 점 등도 주식 매수 추천이 아니라고 한 점도 덧붙였다.
해당 사건은 다시 대법원으로 넘어왔고, 대법원은 "A씨의 유죄가 인정된다"며 두 번째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증권의 매수를 추천한다'고 하는 것은 투자자에게 특정 증권이 매수하기에 적합하다는 사실을 소개해 그 증권에 대한 매수 의사를 불러일으키는 것을 가리킨다"며 A씨의 행동이 매수 추천에 해당한다고 짚었다.
또 "A씨는 주식을 미리 매수한 사실을 숨긴 채 안랩과 바이오스페이스에 관해 실적 개선 동향 등을 소개했다"며 "방송의 파급력과 A씨의 지위 등을 고려할 때 안랩 등과 관련해 소개한 내용은 투자자에게 매수 의사를 불러일으킬 만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심 판결에는 자본시장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다시 2심으로 돌려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