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호주, 군사훈련 강화
美, 中 압박 본격적
美, 냉전시대 '소련붕괴작전' 행할 가능성도
미국과 중국이 싱가포르에서 10일부터 12일까지 열린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동·남중국해, 우크라이나 전쟁 등 현안을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일각에서는 이번 회의에서 미국이 중국을 본격적으로 압박하겠다는 서막을 연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11일(현지시간) 기시 노부오 일본 방위상, 리처드 말스 호주 국방장관과의 3국 안보정상회의 후 3자 군사훈련을 강화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와 안정, 번영을 보장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처를 하겠다고 밝혔다.
3국 장관은 중국과 솔로몬제도 사이에 체결된 안보 협정에 따라 중국의 군사 거점화가 확장되는 것에 우려를 표하며 태평양 도서국에 해양안보 지원, 자연재해 대응,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는 등 협력을 강화하고 지역 관여를 지속해서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진기 국회산하 싱크탱크 케이정책플랫폼(K-POL) 연구위원은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과 함께 다이아몬드 전략으로 중국을 압박하며 궁지로 모는 것"이라며 "미국 주도하에 전 세계 힘의 균형이 재편성되고 있다"고 풀이했다.
'다이아몬드 전략'으로 불리는 미국의 중국 해양진출 봉쇄 전략은 안보협의체 쿼드(QUAD) 국가인 미국, 일본, 호주, 인도를 지역적으로 연결하면 다이아몬드 형태가 된다는 점에서 나왔다.
특히 대만 문제를 두고 미국과 중국은 대놓고 정면충돌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오스틴 장관은 연설에서 "동중국해 지역의 안보 환경에 대해 우려한다"며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훼손하며 긴장을 고조시키려는 불안정하거나 강압적인 행동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오스틴 장관은 유엔해양법협약(UNCLOS)에 반영된 바와 같이 국제법에 상반되는 남중국해에서의 중국의 불법적인 해상 관련 주장과 활동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양안 문제의 평화적인 해결을 권장한다"고 덧붙였다.
오스틴 장관은 또 "대만 인근에서 도발적이고 불안정한 군사 활동이 점증하는 것을 목격했다"며 "최근 수개월 간 대만 인근에서 중국 군용기가 거의 매일 기록적인 규모로 비행했다"고 거론했다.
그러면서도 오스틴 장관은 미국은 하나의 중국 정책에 변함이 없다는 것을 재차 강조하면서도 "대만이 충분한 자위 능력을 유지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중국도 반격에 나섰다.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은 12일 본회의 기조연설에서 "누군가 대만을 분열시키려 한다면 중국군은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드시 일전을 불사하며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13일 정례 브리핑에서 "대만은 중국의 분리할 수 없는 일부"라며 "중국은 대만 해협에 대해 주권적 권리와 관할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연구위원은 중국의 발언에 대해 "이번 회의에서 중국이 대만 관련해 발언한 것은 실질적 침공이 아닌 협박"이라며 "침공이나 전쟁은 말이 아닌 행동에서 진행되는데 어떻게 보면 중국이 물리적으로 대만을 침공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 버린 셈"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박 연구위원은 "앞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국제사회의 변동을 만들며 중국도 대만을 침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면서도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예상과 다르게 장기적으로 흘러가며 미국이 주도적으로 군사력을 제고할 수 있는 계기가 됐고 오히려 국제사회 특히 일본 등 아시아 국가가 결속을 강화하며 중국이 코너에 몰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연구위원은 "앞으로도 미국은 계속 중국을 압박할 것"이라며 "과거 냉전시대 하나의 연방이던 소련을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소련붕괴 작전으로 무너뜨리려 했듯이 중국을 분열시키려 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