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지역별 등으로 가격 산출…농협이 영향력 행사 고려
대법, 정보교환 했지만 ‘합의 실행 목적 없다’ 판단
사료 가격을 담합했다는 이유로 2015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 받은 사료업체들이 실제 담합을 했다고 볼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1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와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대한사료 등 4개 회사가 공정위의 시정·과징금납부명령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 상고심에서 업체들의 손을 들어준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공정위는 2015년 가축 사료 시장에서의 부당공동행위를 적발했다며 10개 업체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도합 745억9800만원을 부과했다.
제재 대상은 카길애그리퓨리나(카길), 하림홀딩스, 팜스코, 제일홀딩스, CJ제일제당, 대한제당,대한사료 등 10곳이었다. 애초 공정위가 파악한 담합 참여사는 11곳이었으나 두산생물자원이 자진 신고를 해 과징금(27억3천600만원)을 감면받았다.
공정위는 이들 기업이 2006년 10월부터 4년여에 걸쳐 모두 16차례 돼지 등 가축 배합사료의 가격 인상·인하 폭과 적용 시기를 미리 맞췄다고 봤다. 이들 업체 대표나 부문장들이 수년 동안 골프장 등지에서 ‘사장단 모임’ 등의 명목으로 만나 가격을 담합한 것으로 조사됐다.
처분에 반발한 업체 10곳은 같은 해 소송을 제기했다. 공정위 처분 불복소송은 2심제(서울고법·대법원)로 진행된다.
대한사료 등 업체 4곳의 소송을 심리한 서울고법은 공정위의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11개 업체가 수년에 걸쳐 대면·비대면 접촉과 연락을 해오면서 사료 판매 가격과 인상 계획 등 정보를 공유해온 것은 맞지만, 이들 업체 간에 공동으로 축종별 배합사료 가격을 결정·변경하려는 명시적·묵시적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축종별·농가별·지역별로 다양한 판매가격이 산출되는 사료시장의 특성에 주목했다. 또한 사료시장에서 점유율이 높은 농협이 가격 조정을 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한 만큼, 11개 업체가 가격을 결정하기로 뜻을 모으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점도 고려됐다.
대법원은 서울고법의 이 같은 판단을 수긍했다.
대법원은 문제가 된 정보교환 회의에 11개 업체 외에도 다수의 중소업체 임직원들이나 사료 구매 수요자 협회가 참여한 만큼, 적발 업체들이 가격 인상 등을 합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11개 업체가 정보교환을 한 것도 합의를 실행하려는 목적과 의도에서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도 내려졌다.
다만 대법원의 결론이 내려진 업체 4곳 외에 6개 업체의 소송은 아직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