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미국·유럽·한국 금리 인상 잇따를 전망
외인 이탈에 개인 투자 여력 감소 심화될 듯
미국의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p 인상)으로 시작된 강한 금리 인상 기조가 전 세계 각국으로 확산되면서 올 여름 증시 유동성이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인플레이션에 적극 대응하려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내달에는 미국을 비롯, 유럽과 국내에서 동시에 금리 인상이 단행되면서 증시로의 자금 유입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내달 13일로 예정된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빅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p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증시 유동성 위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자이언트 스텝 단행 이후 영국·스위스·타이완·브라질 등 주요국들도 금리 인상에 나섰고 유럽중앙은행(ECB)과 한국은행이 뒤를 따를 예정이다.
ECB는 내달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 인상이 예고된 상태다. 앞서 ECB는 지난 9일(현지시간) 개최된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로 동결하기로 결정하면서도 7월 차기 회의에서는 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공식 예고한 상태다
지난 2016년부터 6년간 유지해 온 제로 금리가 깨지는 것으로 당시 오는 9월 차차기 회의에서는 더 큰 폭의 인상이 진행될 수 있다며 빅 스텝 가능성을 시사했는데 단행 시기가 앞당겨질지 주목된다.
한국은행도 내달 13일 금통위에서 빅스텝 단행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 단행으로 미국(1.5∼1.75%)와 한국(1.75%)의 금리 상단이 지난 2020년 3월 이후 처음으로 같아진 상태다.
연준이 이미 내달 26일(현지시간)과 27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최소 빅스텝 이상의 금리 인상을 예고한 상황이어서 한은이 기존대로 0.25%포인트만 인상하면 내달 말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국내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낮아지는 '금리 역전' 상황이 현실화되면 투자 자금 유출과 원화 가치 하락 등이 발생해 물가 상승을 더욱 부채질할 수 있는 만큼 한은이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서라도 빅스텝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JP모건은 지난 15일 보고서를 통해 한은이 7월 빅 스텝에 이어 8·10·1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추가 인상해 연말 기준금리가 3% 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빅스텝이 단행되면 증시로의 자금 유입은 크게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약세)로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를 떠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방어해 온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여력도 축소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들어 17일까지 11거래일간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의 순매도 금액은 4조210억원에 달했다. 개인투자자들이 같은기간 4조2719억원을 순매수해 외국인의 매도세를 그대로 받아냈다.
SK증권은 “(전 세계 각국이) 인플레이션 통제를 제 1의 목표로 삼는 가운데 그 수단은 수요 위축이 동반될 수 밖에 없다”며 “금리 인상 등을 통한 통화정책 정상화가 또 다른 크레딧 리스크의 불씨가 될 수 있음을 꾸준히 모니터링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증권가에서는 투자 심리 냉각이 가속화되면서 증시 상황에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때와 유사해지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코스피지수의 12개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9배까지 내려와 금융위기 당시인 0.8배 수준에 근접한 상황이다.
전 세계적인 높은 물가 상승률이 금리 인상의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증시의 발목을 잡는 모양새인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종식과 글로벌 유가 하락 등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달 코스피지수 낙폭은 금융위기 이후 5번째로 큰 수준”이라며 “파월 연준 의장은 침체 가능성을 일축했으나 시장 참여자들은 침체 가능성을 자산 가격에 반영 중으로 침체 불식 발언은 힘을 잃어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