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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업종 다르면 계열사 상표권 사용료 받을 수 없어"


입력 2022.06.20 14:45 수정 2022.06.20 14:47        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DB저축은행, 남대문세무서 상대 1심 승소

재판부 "유사업종 계열사 상표권 사용료도 공동 소유권자와 나눠 받아야"

DB저축은행 ⓒ연합뉴스

계열사에서 상표권 사용료를 받지 않았더라도 이를 조세부담 회피로 보고 법인세를 부과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신명희 부장판사)는 DB저축은행이 남대문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법인세 부과 처분 취소 소송을 최근 원고 전부 승소로 판결했다.


동부그룹 계열사인 DB저축은행은 다른 9곳의 계열사와 함께 그룹 상표권을 보유하고 있는데, 과세 당국은 동부그룹이 세금을 피하려 계열사끼리 주고받아야 할 상표권 사용료를 지급하지 않았다고 보고 세금을 부과했다.


당국은 2015년 동부그룹 계열사들이 받지 않은 상표권 수익에 대한 법인세를 경정했고, 그 결과 DB저축은행은 전체 사용료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24억여원을 받았어야 한다며 총 6억8000여만원의 법인세(가산세 포함)를 부과했다.


DB저축은행이 당국의 처분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은 동부그룹이 조세부담을 피하려 계열사의 상표권 사용료를 받지 않았다고 인정하면서도 세금 산정 방식이 잘못돼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과세를 취소하고 세액을 다시 산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원고가 상표권자로서 상표권을 쓰는 특수관계 법인으로부터 사용료를 전혀 받지 않은 것은 합리적 이유 없이 조세부담을 부당하게 감소시킨 행위"라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때 상표권 사용료를 내야 하는 특수관계 법인은 상표권 효력이 미치는 보험·증권·은행 분야 계열사인 금융법인들"이라며 "금융법인들이 내야 할 상표권 사용료를 공동 권리자인 원고 등 4개 법인이 4분의 1 비율로 안분한 금액을 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등록상표권의 효력은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품에 한해 미치는 것'이라고 인정한 대법원 판례를 들어 "보험·증권·은행 업종이 아닌 다른 업종을 영위하는 법인이 상표를 사용한 경우에는 원고가 보유한 상표권을 사용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는 상표권 없이 '동부' 상호를 사용한 모든 법인이 내야 할 사용료를 10분의 1로 안분해 원고에게 산입했다"며 "정당하게 산출된 세액을 초과한 액수는 위법인데,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정당한 세액을 계산할 수 없어 처분을 전부 취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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