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개봉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한국 남자 배우 최초 남우주연상을 받은 '브로커'가 관객들과 만난 것에 이어 감독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의 신작 '헤어질 결심'이 국내 관객과 만날 채비를 마쳤다.
'브로커'와 '헤어질 결심'은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수상까지 거머쥐며 한국 영화의 위상을 과시, 국내 극장가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를 받아왔다.
하지만 칸에서의 수상이 국내의 흥행을 보장해 주진 못했다. 앞서 지난 8일 개봉한 '브로커'는 개봉 첫 날 14만 6206명의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하며 박스오피스 정상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개봉 이틀 만에 '범죄도시2'에서 다시 1위 자리를 내줬고, 이후 지난 15일 영화 '마녀 2'가 개봉하자 박스오피스 순위는 한 단계 더 하락했다. '탑건: 매버릭'까지 등판한 현재 '브로커'는 주말 일일 관객 수 1만 명대로 밀려났다. 100만 관객을 돌파했지만 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송강호, 강동원, 이지은, 배두나, 이주영 등 명성에 비해서는 초라한 성적표다.
평가도 갈렸다. 아기 입양 브로커로 등장한 캐릭터들에게 서사를 부여하며 미화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같은 상황에 '헤어질 결심'은 칸과 국내 흥행까지 모두 성공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헤어질 결심'은 '아가씨' 이후 박찬욱 감독이 6년 만에 내놓는 신작이다. '올드보이', '복수는 나의 것', '공동경비구역 JSA', '친절한 금자씨', '박쥐', '아가씨' 등을 통해 국내는 물론 해외 관객들까지 사로잡으며 명실상부 국내 거장으로 통한 박찬욱 감독은, 칸에 다시 한 번 자신의 영향력을 입증했다.
박찬욱 감독에게 감독상을 안긴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 분)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 분)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렸다.
'헤어질 결심'은 박찬욱 감독의 이전 작품과 결이 조금 다르다.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은 늘 극단적인 상황과 현실을 마주하고, 이를 대하는 인간의 변화를 파격적이고 잔인하게 그려졌다. 다수의 작품에서 이야기의 전개상 필요하다면 폭력과 정사 장면도 과감하게 표현했던 박찬욱 감독은 이번 '헤어질 결심'에서는 수위 높은 장면을 지양하며 '사이보그지만 괜찮아'로 16년 만에 청소년 관람가 영화를 선보였다.
박 감독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작품을 난해하거나 자극적이라고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만개한 서스펜스 멜로 로 기분 좋은 반전을 안긴다. 국내에 첫 공개된 '헤어질 결심'은 주인공들이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감정 교류를 펼치지만, 이 과정에서 잔인하거나 선정적인 장면은 전무했다. 독특한 분위기와 더불어 박찬욱 감독의 미장센의 향연 속에서 형사 해준과 서래는 눈빛과 대사, 작은 행동 하나만으로 미묘한 심리전을 펼친다.
박찬욱 감독은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받은 전작들에 비해 이번 작품은 수위가 낮다는 점이 새롭다는 평에 대해 "내가 어른들의 사랑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하니 다들 수위가 높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래서 반대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라면서 "특별하게 관능적으로 묘사하려고 애쓰지 않았다. 영화적으로 화려한 볼거리나 기교가 없는, 영화를 구성하는 최소한의 요소들로 찍었다. 이런 것이 구식으로 보일 수 있겠다는 걱정도 있었지만 현대에 새롭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가 있었다"라고 밝혔다.
박찬욱 감독의 차별화는 국내에서 통할 수 있을까. 필름으로 빚어낸 예술성이 부각돼 있지만, 박찬욱 감독은 '공동경비구역 JSA', '친절한 금자씨', '박쥐', '아가씨' 등은 흥행에도 성공했다. '탑건: 매버릭'과 '마녀 2'가 선전하고 있는 박스오피스에서 '헤어질 결심'의 레이스는 29일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