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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돈 될라"…서울시 아이 봐주는 친인척 수당 검토에, 벌써부터 '우려'


입력 2022.06.30 05:52 수정 2022.06.29 23:26        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서울시 '엄마 행복 프로젝트' 일환…4촌 이외 육아 조력자 돌봄 수당 검토中

부모 "육아 조력자 어떻게 확인·구분하나? 조부모 외 다른 조력자 찾는 것 어려워…실효성 떨어져"

전문가 "육아 돌봄 담당자 지정 및 부정수급 방지·실태 조사 선행돼야…시범사업 운영도 방법"

서울시 "사각지대 해소 위해 시작, 아직 확정 계획 없고 검토 상태…문제점 인지하고 계획 세울 것"

서울시청.ⓒ서울시

서울시가 '엄마 행복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아이를 돌봐주는 친인척에게 수당을 지급하는 제도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제도의 취지를 이해한다는 의견과 함께 누가 아이를 돌봐주는지 '육아 조력자'를 확인할 수 없어 '눈먼 돈'으로 낭비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제도 시행 전에 구체적으로 누가 돌보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장치와 부정수급에 대한 처벌 대책 등을 촘촘하게 마련하고, 먼저 시범 운영을 해본 뒤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서울시는 그동안 돌봄 수당 지원 대상을 할머니, 할아버지 등 조부모에게 초점을 맞춰 왔는데, 수당을 이유로 조부모의 돌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서비스 제공자를 친·인척까지 넓히기로 했다. 현재 정부 지침에 따르면 4촌 이내 친인척은 육아 조력자여도 정부지원금을 받을 수 없었지만, 서울시는 조례 개정을 통해 대상 확대를 검토 중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아이를 조부모나 친인척이 돌보는지 일일이 확인할 수가 없고, 아이의 조부모 외 다른 육아 조력자를 찾는 것이 실질적으로 어려워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40대 이모씨는 "맞벌이 부부로서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든다는 취지와 시도는 이해하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며 "지원 대상인 '육아 조력자'를 어떻게 구분하고 어느 정도까지 지원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30대 워킹맘 백모씨는 "할머니 외에 다른 가족에게 육아를 맡긴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고, 실제 1%도 되지 않는 수준일 것"이라고 지적하고, "기존 어린이집의 운영 시간 확대와 주말 보육 시스템 강화 같은 것이 현실적인 대책이 아닐까 싶다"고 주장했다.


서울에 사는 김모(32)씨는 "돌봄 정책은 필요하지만 정확히 어떤 곳에 쓰이는지 정도는 알고 싶다"며 "이대로 제도가 만들어지면, 실제 돌봄을 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것 같다"고 우려했다.


물론 환영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40대 워킹맘 김모씨는 "평소 부모님이 아이를 봐주시지만 때때로 아이 아빠가 보거나 친척들이 봐주기도 한다"며 "정부에서 지원해주면 부모가 마음 편히 아이를 맡길 것 같다는 생각은 든다"고 말했다. 다만 "그럴 때마다 다르게 수당을 신청해야 하는지 헷갈린다며 정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국 모든 학교에서 정상 등교가 이뤄진 지난 5월 2일 서울 광진구 광장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이 등교하는 학생들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전문가들은 제도가 만들어지는 단계에서 육아 돌봄의 담당자를 지정하는 것과 부정수급을 방지할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조언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누가 돌보고 있는 것인지 어떻게 증빙할 것인지가 문제"라며 "만약 허위로 등록해 부정수급을 했을 경우를 대비해 안전장치로서 실업급여 부정수급이나 지하철 부정승차처럼 징벌을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행할 경우 모든 돌봄은 아니더라도 임의로 돌봄 실태를 조사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긴급 돌봄에 주는 것인지 상시 돌봄에 주는 것인지 등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주로 돌보는 사람을 지정해 시행해야 정책의 취지와도 맞고 돌봄을 하는 사람에게도 책임감이 부여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범 사업이 우선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사실 돌봄은 24시간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틈새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며 "민간의 힘과 가족의 힘까지 필요한 일"이라고 전제했다. 정 교수는 이어 "우선 시범사업을 진행한 뒤 결과를 분석해 긍정적일 경우 확대하면 좋을 것 같다"며 "그 후에는 시민들의 신뢰도 생길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은 "친인척 돌봄 수당은 아직 구체적인 대상이나 예산에 대해서는 확정된 게 없는 검토 상태"라며 "아이 돌봄은 4촌 이내의 친인척이 돌봐주더라도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대상을 확대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사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많이 접하고 있다"며 "부정수급이나 문제점에 관해서 인지하고 정책 시행 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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