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용 카메라 모듈 시장서 별도 수주전으로 '판 키우기' 우선 순위
적층세라믹커패시터, 반도체 기판 등의 전장 라인업 꾸리기에도 주력
자율주행 기술 개발로 인해 전장 시장이 활발해지며 글로벌 부품 회사로 거듭난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의 차별화 공략이 눈길을 끌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전자·전기 기업들은 모빌리티 사업을 확장하며 미래 먹거리 발굴 전략을 짜고 있다. 가장 큰 성장폭을 보이는 부분은 바로 차량용 카메라 시장이다. 삼성전기측에 따르면 전장용 카메라 모듈 시장 규모는 22년 5조 5000억원에서 27년 11조 5000억원까지 연평균 약 15.7%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전장용 카메라모듈의 고성장 동력으로는 자율주행을 향한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의 발전이 있다. ADAS는 사고 위험을 운전자에게 알리고 대처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으로 자율주행의 가장 근본 기술이다. ADAS에서 사용되고 있는 센서는 카메라 외에도 레이더 등이 있지만 카메라는 도로 위 신호나 장애물의 요소를 확인하고 촬영해 이를 전기차 두뇌 역할을 하는 프로세서로 보낸다.
다시 말해 자율주행이 정확히 작동하도록 돕는 키 역할이다. 또 최근 차 한 대당 탑재되는 수가 기존 7개에서 12개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자연히 출하량 역시 21년 1.67억개에서 25년 5.3억개로 3배 이상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독자적인 생산 기술을 보유한 전기차·자율주행 분야의 투탑인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의 수혜가 기대되는 부분이다.
양사 중에서 일단 카메라모듈 부분만 놓고 봤을 땐 현재까지 LG이노텍이 앞서고 있다. LG이노텍은 테슬라 전기차 모듈 수주의 60~70%를 차지하는 부품사다. 다만 최근 그간 르노 등 일부 고객에게만 모듈을 납품했던 삼성전기가 테슬라에서 큰 규모의 수주를 따내며 그 비중을 늘려갈 전망이다.
그러나 이를 경쟁 구도로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사가 서로 별개의 부품 수주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양사의 가장 큰 고객사인 테슬라의 경우 부품의 외부 소싱을 진행할 때 차종이나 공장별로 분류해 공급사를 모집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에 두 업체가 직접 경쟁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실제로 삼성전기의 테슬라 베를린 공장 수주 건에는 LG이노텍이 불참했던 것으로 알려졌고, 미국 텍사스 오스틴 수주전에는 삼성전기가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의 공급망 설정이나 부품 구매 전략에 따른 결과이기에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공급 비중만으로 양사의 경쟁력을 논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디어 보도에서 보이는 것과 같이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경쟁 구도로 나오는 것은 현재로서는 무의미하다"며 "각자 별개의 부품 수주 공략을 펼치며 장기적으로 시장 판을 키우는 것에 우선순위를 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에 양사는 카메라모듈 외에도 각자 전장 라인업을 늘리는데 주력을 다하고 있다. LG이노텍은 지난주 2024년 상용화를 목표로 차량 실내용 레이더 모듈을 처음 개발했다. 차량 실내용 레이더모듈은 전파를 활용해 생명체 유무나 움직임을 감지하는 부품이다. 이외에도 LG전자의 구미 A3공장을 인수해 카메라 모듈 및 반도체용 기판 생산량을 본격 늘린다는 방침이다.
삼성전기는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와 반도체 패키지기판(FC-BGA)으로 수익 다변화를 꾀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MLCC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그때그때 필요한만큼 전기를 공급해 반도체가 원활히 작동되도록 하는 부품이다. FC-BGA은 고집적 반도체 칩과 메인 기판을 연결해 전기적 신호와 전력을 전달하는 기판이다. 둘다 자율주행처럼 고성능을 요구하는 분야에서 수요가 높다.
삼성전기는 전장 제품을 미래 성장 축으로 놓고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23일과 24일 이틀간 부산사업장에서 국내 주요 완성차 및 전장기업 고객 100여명을 초청해 MLCC의 중장기 비전을 선보인 바 있다. 전날인 22일에는 FC-BGA 시설 구축에 3000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 단행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