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D:방송 뷰] '안나'·'애나만들기'·'드롭아웃', 사건보다 인물 서사로 접근한 '리플리 증후군'


입력 2022.07.15 08:04 수정 2022.07.15 08:05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미쓰에이 수지, '안나' 연연 호평

'애나 만들기'·'드롭 아웃' 실화 바탕

'사람은 혼자 보는 일기장에도 거짓말을 씁니다'


거짓말 하나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얻고자 한 쿠팡 플레이 오리지널 '안나' 속 유미의 내레이션이다. 자신의 결핍과 그것을 감추기 위해 포장하려는 심리를 내세워, 거짓말로 원하는 삶을 얻고자 한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OTT 시청자들을 매료 시키고 있다.


쿠팡 플레이 시리즈 '안나'는 정한아 작가의 소설 '친밀한 이방인'을 바탕으로 리플리 증후군이란 소재를 접목시킨 작품이다. 평범한 여성이었던 유미가 사소한 거짓말을 시작으로 이름, 가족, 학력 등을 속이고 완전히 다른 사람인 '안나'의 인생을 살게 된 이야기를 그렸다.


지난 달 24일 첫 공개된 후 지난 8일 6부작 시리즈의 마침표를 찍었다. 수지의 첫 단독 주연 작품으로, 공개된 이후 내내 시청자 입에 오르내리며 호평 받고 있다. 쿠팡에 따르면 '안나'는 쿠팡 플레이 인기작 TOP 20에서 11 기준 연속 18일 1위에 등극하며 쿠팡 플레이 최고 인기 시리즈에 등극했다.


'마음 먹은 건 다 한다'는 유미는 궁핍한 삶에 내던져졌던 자신을 버리기 결심하고 누구나 동경하는 삶으로 점철된 안나가 된다. 안나가 된 이후 유미가 그토록 바랐던 출세와 성공은 어렵지 않게 그의 것이 된다. 리플리 증후군으로 많은 사람들을 속이고 있는 안나지만 시청자들은 혹여 거짓말이 들키지 않을까 조용히 응원하게 보게 된다


이는 가진 것 없는 유미의 서사와 감정의 낙폭이 촘촘하게 6부작 속에 잘 드러났기 때문이다. 또한 아무리 열심히 노력한다 해도 태생적으로 갖고 태어난 것들이 가져다주는 현주(정은채 분) 여유와 아무리 발버둥 쳐도 제자리 걸음인 유미의 색채가 대조적으로 그려졌다.


유미는 학력 위조로 강단에 서고, 재력을 속여 IT 대표와 결혼한다. 또 남편 몰래 정계 유명인사들에게 돈을 갈취한다. 그리고 이를 취재하기 시작하는 절친 선배의 움직임이 '안나'를 흔드는 사건이지만, 정작 유미를 공포스럽게 만드는 건 스스로가 '가짜'란 사실을 마주할 때마다 무너지는 '진짜' 모습이다.


걸그룹 미쓰에이로 데뷔해 '국민 첫사랑'이란 수식어까지 얻으며 밝고 건강한 이미지로 사랑 받은 수지가, 안나와 유미로 분해 고된 얼굴과 야망으로 극의 흡인력을 더했다.


'안나'가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라면 넷플릭스의 '애나 이야기'와 디즈니플러스 '드롭 아웃'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애나 만들기'는 2017년 백만장자 상속녀 행세를 하며 뉴욕 사교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애나 소로킨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당시 애나 소로킨은 자신을 6천 만달러(한화 약747억원)의 재산을 가진 독일 상속녀로 소개하며 뉴욕 상류층에게20만달러(한화 약 2억 4천800만원) 이상을 갈취했다.


독일 출생 상속녀 신분으로 사교계 인사들에게 접근한 애나 델비는 예술가들을 위한 지원과 공간을 만들겠다며 사람들의 마음뿐만 아니라 수백만 달러의 돈까지 받아낸다. 그러나 모든 것이 거짓이었던 그의 정체를 기자 비비안이 의심을 품게 되고, 애나의 실체를 파악하기 시작한다. 애나는 유럽의 상류층 집안이 아닌 모스크바 외곽에서 트럭 운전사의 딸로 자랐으며 독일에 15세 때 이주한 평범한 이민자였다.


앞서 '안나'의 유미가 자신이 가짜라는 걸 알고 들킬까 긴장 속에서 살아간다면, 애나는 모든 진실이 드러난 후에도 자신의 잘못을 부인하고 뻔뻔하게 군다.


애나는 숨 쉬듯 거짓말을 하고, 거짓말로 거짓말을 덮고, 주위 사람들을 이용한다. 감옥에서조차 자신의 잘못을 부인하며 당당한 애나의 얼룩진 욕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애나의 모습이 반감보다는 다시 그 열정으로 무언가 이뤄냈으면 하는 마음으로 옮겨지는 건, 누구나 한 번쯤 자신의 욕망을 위해 애써본 적이 있는 마음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시리즈 후반부 쯤 겉모습만 번지르르 할 뿐 관리되지 않은 그의 머리카락이나 말투, 터무니없는 애나의 이야기들을 듣다 보면 왜 상류층 사람들이 애나의 거짓말에 속았는지 의문이 든다. '애나 만들기'를 만든 숀다 라임스 프로듀서는 이런 모습들을 통해 간단하게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고, 원하는 말을 해주면 사람들이 간단하게 속아 넘어간다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2003년 피 한 방울로 240개 이상의 질병을 판별할 수 있다는 기발한 아이템으로 10억 달러 투자금을 받아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 '테라노스' CEO 엘라자베스 홈즈의 실화를 담은 '드롭 아웃'도 이와 같은 맥락에 주목한다. 사람들이 원하는 환심만 채워주면 주변 사람은 물론 세상까지 쉽게 속아넘어가는 사회적 분위기, 진실에는 관심이 없고 허상이라도 돈을 위해 기꺼이 눈을 감는 인간의 이기심을 지적한다.


'안나', '애나 만들기', '드롭 아웃' 속 주인공들은 모두 범죄자고 악녀다. 하지만 전형적이고 단순한 리플리 증후군 악녀로 만들지 않았다. 이들의 배경과 전사를 보여주며 '왜'에 무게를 둬 입체적인 캐릭터로 완성했다. 또 이 작품들은 꿈과 돈 많은 매력적인 여성 옆에서 그를 이용하려는 주변인들의 모습은 과연, 당당할 수 있는지 지적한다. 범죄자를 미화했다는 평도 있지만, 주인공의 배경을 파고 들어 물질, 능력으로 보이지 않는 계급을 가르는 사회의 문제점을 짚는다는 점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