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의체 위원 10명 가운데 절반 현직 검사…남구준 "검경 동수 구성 요청했지만 과반이 檢출신"
2차 회의 '직접수사 범위' 놓고도 신경전…3차 회의 경찰 "과부하에 檢보완수사 제한적 용인"
법조계 "협의안 빨리 안 나오면 고소·고발 국민이나 조사 받고 있는 사람들만 피해 볼 것"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검경협의체'가 구성됐지만, 별 다른 진전없이 공전하고 있다. 두 기관이 위원들의 성향이나 출신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데다가 수사권을 놓고도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등 소모적인 힘겨루기로 날선 신경전만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협의안이 빨리 안 나오면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과 경찰은 검경협의체를 투 트랙으로 구성했다. 실무진이 참여하는 '실무위원회 협의회'(실무협의회)와 법조계 및 학계 등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정책협의회'로 나눠진다.
그런데 검찰과 경찰의 파워게임은 협의회 구성 단계부터 벌어졌다. 실무협의회와 정책협의회는 각각 10명의 위원들로 구성되는데, 실무협의회는 법무부 2명, 검찰청 3명, 경찰청 2명, 해경 1명, 변호사 2명 등 10명의 위원 가운데 절반이 현직 검사들이었다. 전직 검사 출신도 1명 있어 과반이 친검 성향이었다.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경찰에서 공정하고 객관적인 논의를 위해 경찰과 검찰 동수로 추천하고 구성해달라는 의견을 전달했지만, 과반이 검찰 출신"이라고 비판했다.
협의 과정도 순탄치 않다. 실무협의회는 지난달 30일 정부과천청사 내 법무부에서 첫 회의를 가진 후 현재까지 총 3차례 회의를 가졌다.
첫 회의 때는 향후 협의회 운영 방안과 주요 쟁점을 논의해 큰 의견차는 발생하지 않았다. 문제는 2차 회의부터였다. 지난 7일 열린 2차 회의에서는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 관련 논의가 이뤄졌다. 검찰은 검사가 넘긴 고소·고발 사건을 경찰이 3개월 안에 처리하지 못할 경우, 이를 검찰에 통지하도록 하자는 규정을 만들자는 제안이었는데 경찰은 "법률적 근거도 없고, 현 부령으로도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14일 진행된 3차 회의에서 경찰은 검찰의 보완수사를 어느 정도까지는 제한적으로 용인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이 같은 입장변화도 검찰의 수사권을 존중하기 보다 경찰이 처한 현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 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법조계선 양 기관의 파워 게임으로 협의안 도출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도 그렇고 경찰도 그렇고 수사권을 확보하기 위해 갖은 수를 다 쓰고 있는 것"이라며 "검찰은 쪼그라든 수사권을 되찾기 위해 위원 구성을 유리하게 만든 것이고, 경찰은 이미 확보한 수사권을 내주기 싫으니 검찰 측 제안에 계속 딴지를 걸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직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 출신인 이헌 변호사는 당장 국민에게 돌아갈 피해를 걱정했다. 그는 "검경의 파워 게임으로 협의안 도출에 시간이 지체되면 결국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간다"며 "수사권 관련 부분은 국민들의 권리 의무가 침해되는 사안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사권 조정으로 인한 혼란이 지속되는데 협의안이 안 나오면 고소·고발을 한 국민이나 조사를 받고 있는 사람들이 피해를 받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