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국민 감정 자극 의도…통일부가 할 일인가"
국힘 "실체 영상에 드러나…책임지는 사람 나와야"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을 둘러싼 논쟁이 신구 정권 간의 전면전으로 흐르는 양상이다. 탈북 어민의 귀순 진정성과 사건 당시 청와대의 사전 인지 여부 등을 놓고 신구 정권의 핵심 관계자들이 충돌한데 이어 통일부가 영상을 공개하면서 여야의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통일부는 18일 기자단에게 탈북 어민들이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을 넘어갈 당시에 저항하는 모습과 음성 등이 담긴 4분 분량의 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에는 검은색 점퍼를 입은 어민이 군사분계선 앞에서 무릎을 꿇은 채 머리를 땅에 찍으며 자해를 하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영상에서 남측 관계자들은 "야야야 잡아" "나와봐" 등 소리치며 해당 어민을 일으켜 세웠고 이 어민은 호송 인력에 둘러싸여 무릎을 꿇은 채 기어가듯이 군사분계선 반대편 북한 군인에게 강제로 인계됐다. 다른 어민 1명은 호송 인원에 둘러싸인 채 걸어나와 저항 없이 군사분계선 쪽으로 이동했다.
통일부는 영상 존재가 뒤늦게 알려진 상황에 대해 "탈북어민 강제북송 당시 기록 차원에서 촬영·보관하고 있던 사진들을 12일 국회에 제출하고 언론에도 제공했는데, 이후 일부 인원이 영상을 촬영하는 모습이 사진에서 확인돼 국회에서 영상 확인 및 제출을 요구했다"며 "이에 따라 당시 현장에 있던 직원들을 대상으로 개인적으로 촬영한 영상이 있는지 확인했다"고 밝혔다.
해당 동영상은 북송 당시 판문점에 있던 통일부 직원이 개인 휴대전화로 촬영한 뒤 업무용 PC에 보관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이를 국회 등에 제출할 수 있는지 여부 등에 대한 법률적 검토를 거쳐 이날 오후 영상을 공개했다는 게 통일부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구 정권'은 통일부가 정부·여당의 여론전에 앞장서는 모양새가 됐다고 반발했다. 민주당은 이미 해당 사건과 관련해 국정조사를 제안한 만큼, 이를 통해 진실을 가리자는 입장이다.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당 정치보복수사대책위원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결국 의도가 선정적인 장면 몇개 공개해 국민들의 감정선을 자극하겠다는 취지인 것"이라며 "통일부라는 부처가 과연 그런 일을 해야하는 부서인지 이해할 수 없다. 당장 중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통일부의 영상 공개 배경에 대해 "자극적인 장면을 연출해 문재인정부가 얼마나 반인륜적이었냐는 자신들의 주장을 입증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한 뒤 "(영상 공개가) 효과 없는 것을 알면서도 집착하는 것을 보면 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대책위 간사를 맡고 있는 김회재 민주당 의원도 "사진이 공개된 다음 국민 여론이 바뀌지 않으니까 이제 영상까지 공개하겠다는 건데, 이렇게 해서야 정부를 신뢰할 수 있겠나"라며 "부처들이 너무 충성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재인정권에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민주당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통일부가 그렇게 할 일이 없느냐"며 "행정부가 권력의 도구로 전락하는 서글픈 순간의 상징으로 먼 훗날까지 기억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신 정권'은 탈북 어민들이 국내 조사 과정에서 밝힌 귀순 의사의 '진정성'을 강조해온 만큼, 통일부의 영상을 고리로 전 정권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였다. 전 정권 때리기를 통해 지지층을 결집하고 나아가 중도층까지 포섭해 집권 초기 국정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직무대행은 "귀순 어부의 강제 북송 실체가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라며 "그것보다 더 정확한 증거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강제로 본인 귀순 의사에 반해서 강제 북송시켰다면 책임지는 사람이 분명히 나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허은아 수석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헌법에 명시된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자백만으로는 흉악범이 될 수 없고, 대한민국 국민은 모두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며 "법치주의가 엄격히 지켜졌기 때문에 대한민국은 인권을 유린하는 북한 정권과 달리 체제경쟁에서 승리해서 선진국의 반열에 진입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반드시 탈북 어민 강제북송의 진실을 밝혀내겠다"며 "판문점 앞에서 쓰러졌던 인권과 헌법의 가치를 다시 바로 세우겠다"고 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