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 과정서 낙찰예정자 지정, 들러리 및 투찰가격 담합
국토부-공정위, 3월·10월 부정행위 합동조사 정례화
입주민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 개선…자율 감시역량 제고
국토교통부는 공동주택 발주사업에서 발생하는 입찰담합을 방지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와 협력해 제도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국내 최대규모 단지인 송파 헬리오시티 출입보안 시설 설치공사 등 아파트 발주 공사·용역 사업자 선정 입찰에서 낙찰 예정자, 들러리 및 투찰 가격을 담합한 (주)아파트너, (주)슈프리마 등 10개 사업자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19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올 3월 공정위는 아파트 발주 입찰담합에 대한 집중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총 26개 사업자를 대상으로 법 위반 사실 및 업계의 실태를 확인하는 한편, 현행 사업자 선정 제도 및 감시체계 개선점을 파악, 국토부와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 아파트 입찰담합은 입찰 참여 업체 간 수평적 들러리 합의와 발주처(입주자대표회의, 관리사무소)와 특정업체 간 수직적 유착관계가 중첩적으로 발생한다는 특징이 있다.
300가구 이상 공동주택, 150가구 이상 주상복합 등 일정 규모 이상 공동주택은 경쟁입찰이 원칙이다. 발주처가 특정업체를 밀어주기로 약속하더라도 그 업체의 낙찰이 보장되지 않는다. 이에 해당 업체는 현장 설명회에서 기득권을 주장하며 양보를 요구하거나 협조적인 업체를 들러리사로 포섭하는 형태를 보였다.
이번에 조치한 송파 헬리오시티 출입보안시설 설치 입찰 담합 사례를 보면, 아파트너와 슈프리마는 2019년과 2020년 이곳 단지 '출입보안 시설 납품 및 설치업체 선정' 입찰에 참여했다. 당시 아파트너는 낙찰예정자로, 슈프리마는 들러리로 합의해 입찰에 나섰다.
이후 헬리오시티는 2020년 안면인식기 등 추가 설치를 위한 업체 선정 입찰을 공고했는데, 아파트너는 입찰에 참여했으나 최저금액을 투찰한 타 업체가 낙찰받았다.
그런데 낙찰업체가 안면인식기를 설치하기 위해선 기존 등록된 입주민 정보와의 연동작업이 필요했고, 기존 설치업체인 아파트너 협조가 필수적이었다. 아파트너가 협조에 거부하면서 공사는 진행되지 못했고 2021년 초 헬리오시티는 재입찰 공고를 냈다.
이 과정에서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아파트너와 '제품공급 및 기술지원협약서'를 체결했는데, 이는 낙찰업체가 연동작업에 대한 기술지원비 명목으로 아파트너에 25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입찰과 관계 없이 아파트너는 2500만원을 보장받게 된 셈이다.
공정위는 아파트 발주 입찰의 경우, 민간입찰이지만 비용 부담주체(입주민)와 계약주체(입대의, 관리사무소)가 달라 입주민이 자신의 피해를 인식하기 어려운 만큼 입찰담합에 대한 제재를 강화했다.
담합에 가담한 아파트너와 슈프리마에 대해 공정위는 시정명령과 함께 각각 200만원, 500만원 등 총 7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아람에너지(주), (주)에너세이버, 에너지원 등은 인천 만수주공4단지 등이 발주한 9건의 '열병합발전기 정비공사 입찰'에 참가하면서 사전에 낙찰예정자, 들러리 및 투찰가격 등을 합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정위는 이들 3개 사업자 중 낙찰받은 아람에너지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12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나머지 업체들에 대해서 경고처분하기로 했다.
청주 리버파크자이에선 (주)부부농산, (주)새벽유통, (주)에프앤비물산), 한울타리이벤터, 청원 등이 '알뜰장터 운영업체 선정' 입찰 과정에서 담합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업체 대부분이 연 매출 10억원 이하 소규모 사업자인 만큼 공정위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국토부와 공정위는 아파트 발주 입찰담합을 막기 위해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국토부 고시)'을 개정해 입찰답함업체에 대한 입찰 참여 제한 조치 실효성을 확보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입찰 서류에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처분을 받은 사실 유무 확인서'를 포함시켜 사업자 선정 시 입찰담합업체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마련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확인서 발급이 원활하도록 현행 시스템을 개선한단 방침이다.
또 공정위, 국토부는 지자체와 협력해 정례적으로 사업자 선정 부정행위에 대한 합동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일회성 조사에서 벗어나 매년 3월, 10월로 정례화하고 입찰방해·배임죄 혐의가 확인되면 경찰에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주택관리업자의 이해상충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주택관리업자와 투찰업체가 계열관계인 경우 입찰서류에 명시하도록 사업자 선정 지침도 개정한다. 아울러 입주민의 자율적 감시역량을 활용하기 위해 유사한 아파트 간 공사비 비교 검색 기능을 추가하는 등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을 개선한다.
공정위와 국토부는 10월 합동조사를 실시하고 연말까지 사업자 선정 지침 개정 등 제도개선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아파트 유지보수 시장에서의 부정행위 방지 및 투명성 제고를 위해 지속 협력한단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