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 “한·미 교집합 많은 경제관계 맺어야”
전문가 “시장 안정 위해 통화스와프 필요”
글로벌 경기 둔화로 외환시장 불안이 확대되는 가운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첫 회담을 가지며 금융정책 공조를 논의했다. 이들의 회담을 둘러싼 금융권의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양국 간 통화스와프 등 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 방안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옐런 미 재무장관은 이날 한국을 방문해 이 총재와 첫 만남을 가졌다. 앞서 옐런 장관은 지난 15~16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에 참석한 뒤 방한했다. 미국 재무장관이 우리나라를 찾은 건 지난 2016년 6월 재이컵 루 전 재무장관 이후 6년 만이다.
옐런 장관은 이날 오후 1시20분께 서울 중구 삼성본관빌딩 내에 위치한 한은에 도착했다. 이 총재는 옐런 장관을 만나 “방문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환대했다.
옐런 장관은 “이렇게 한미 양국 간의 협력을 논의하고 증진할 수 있게 돼 우리가 영광이다”며 “양국은 다양한 가치를 공유하고 교집합이 많은 경제관계를 맺고 있고, 앞으로도 이런 관계 증진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와 옐런 장관은 짧은 환담 인사를 나누고 기념사진을 촬영한 후 15층 접견실로 이동했다. 이들은 면담 장소에서 최근 세계경제 및 금융시장 상황, 글로벌 정책 공조 등에 대해 약 40분간 논의했다.
한은은 미 재무부의 비공개 요청에 따라 두 인사가 어떤 내용을 논의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20원을 돌파하며 글로벌 금융위기인 2009년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오르고, 미국의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한·미 금리역전 우려가 커지는 만큼 외환시장 안정화 관련 논의가 주요 안건이 됐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 총재가 지난해 종료된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필요성을 제기하고, 미국의 협조를 요청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미 양국은 지난 5월 21일 정상회담 후 발표한 공동선언문에서도 “외환 시장 동향에 관해 긴밀히 협력해 나갈 필요성을 인식했다”고 밝힌 바 있다. 옐런 장관의 방한으로 한·미 통화스와프 재개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이유다.
한·미 양국은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초기였던 2020년 당시 통화 스와프를 체결한 바 있다. 해당 통화 스와프는 지난해 말 종료된 상태다.
다만 통화스와프는 중앙은행간 계약이기 때문에 이 총재와 옐런 장관의 회담 자리에선 직접적 인 언급은 하지 않고, 세계 경제와 금융 정책 공조에 대한 의제만 다뤄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시장 안정을 위해 통화스와프를 일단 재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미 간 통화스와프가 환율 급등에 따른 시장 불안을 진정시킬 수 있는 최선의 카드란 평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와 같은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한·미 통화스와프 필요성이 굉장히 크다”며 “글로벌 경제 둔화에 따른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통화스와프 재개를 위해 노력해야 하며, 이는 경제 비상시 활용할 수 있는 채널을 가지고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