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 공권력 투입 시사…한동훈 장관, 형사처벌 방침
법조계, 구조적인 문제로 사태 발생…적정임금제 도입 및 상시 근로감독관 체제 필요
"공권력 투입 보다는 대화가 먼저…노조가 퇴거 거부 혹은 버티어야 공권력 투입하는 것"
"쌍용차, 대화 없이 공권력 투입돼 문제 많아…민노총도 尹정부 들어 첫 파업, 사활 걸 것"
윤석열 정부가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조 파업에 ‘공권력 투입’을 시사하고 있는 가운데, 법조계는 과거 쌍용차 파업의 경우 공권력이 투입돼 역효과만 초래했다며 우선 대화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번 사태는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고선하청지회가 지난 6월 2일부터 파업에 돌입하면서 시작됐다. 지난 15일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조가 임금·상여금 절충안을 제시했지만, 사용자 측과 대우조선 측이 농성을 풀라며 평행선을 달리자 파업은 계속되고 있다.
이후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이 지난 18일 관계부처 합동 담화문 발표 자리에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해 형사처벌과 손해배상 청구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서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고 밝히며 공권력 투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법조계는 구조적인 문제로 이번 사태가 발생됐다고 진단했다. 법률사무소 메이데이 유재원 변호사는 “조선업은 종합 산업이지만 건설업처럼 운영된다는 문제가 있다. 가령 조선 회사가 1조원짜리 배를 만들 있는 계약을 따오면, 회사가 물량을 잘게 쪼개 임금을 착취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물가정보 관련 책자를 보면 인건비 등에 대한 수준이 있지만, 적정 임금에 대한 기준이 없다. ‘권장가격’이 없다는 뜻이다. 시급히 적정임금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금속노조의 하부조직을 만들려는 정치적인 의도가 배제돼야 한다. 민주노총에선 타임오프(근로시간면제)를 각 사업장마다 5000시간 부여해 달라고 하는 것은 후진적이다. 상시 근로감독관 체제로 바꿔 각 지역의 행정관청에서 근로 조건 준수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법조계는 공권력 투입의 경우 결과가 좋지 않을 수 있는 만큼 대화가 먼저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공권력을 투입하면 파업이 종료될 수는 있지만 노사 갈등은 계속 지속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직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인 이헌 변호사는 “퇴거 명령이 나오면 공권력 투입에 대한 합법성과 정당성이 부여될 수 있지만 법원이 퇴거 명령을 내리더라도 바로 공권력이 투입되는 것이 아니다”며 “노조가 퇴거를 거부하거나 버티는 상황이 되면 그때서야 공권력이 투입되는데, 퇴거 명령도 이의 제기 기간을 거친 후 확정된다”고 말했다. 또한 “공권력이 투입되면 '경찰이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만큼, 퇴거 집행을 유도하는 게 더 좋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서린 조석영 변호사는 “쌍용차의 경우 충분한 대화 없이 공권력 투입됐지만 문제가 많았다. 정리해고의 경우 부당 판결이 나왔다”며 “법원 판결 등을 보면 하청업체가 근로 조건을 결정할 수 있는 원청과 교섭할 수 있는 취지의 판결이 많은 만큼 윤석열 정부는 대화부터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대우조선해양 파업에 참여한 이들은 20% 이상의 임금이 삭감됐다. 가령 70만원 받던 걸 예전에 받았던 100만원으로 되돌려 달라는 것”이라며 “불황기에 공적 자금이 투입되고 근로자 임금이 삭감됐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재원 변호사도 “쌍용차 사건의 경우 공권력 투입 후 공장 진압까지 나섰다. 이후 직장폐쇄 명령을 거부하고 업무방해로 50명이 형사처벌을 받고, 해고 근로자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지금 공권력을 투입한다면 문제만 발생될 것으로 보인다.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또한 “현재 불법 파견 문제, 임금 또는 처우가 다르다는 구조적인 문제가 깔려 있다”며 “민주노총이 윤석열 정권 들어 첫 파업이어서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이지만, 결국엔 서로 양보해 협상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