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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이슈] 이혼 조롱·자폐 희화화…‘숏폼’ 타고 더 가벼워진 ‘패러디’ 부작용


입력 2022.07.23 08:37 수정 2022.07.23 08:39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우와소·오킹 등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자폐 주인공 따라하다 비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신드롬급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주인공의 행동과 말투를 흉내 내는 패러디 영상들이 논란이 되고 있다. 비하 의도는 없었더라도, 자폐인의 성향을 따라 하는 것이 자칫 의도치 않은 ‘희화화’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인기 작품의 출연자는 물론, 일상 속 인물이나 상황을 유쾌하게 비틀어 웃음을 유발하는 ‘패러디’가 유튜브 콘텐츠의 인기 소재가 되고 있지만, 그만큼 고민 없는 가벼운 접근이 부작용을 우려하게 한다.


ⓒ유튜브 캡처

지난 18일 우와소의 유튜브 채널에는 ‘이상한 와이프 우와소’라는 제목의 짧은 영상이 게재됐다. 영상에는 우와소가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우영우(박은빈 분)의 말투를 따라 하며 남편에게 밥상을 차려주는 모습이 담겼다.


드라마 속 주인공의 모습을 패러디한 영상이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캐릭터의 특징을 부각해 따라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우와소가 “저는 해당 패러디 영상을 ‘자폐 비하’ 영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이 영상이 사람들에게 ‘자폐 비하’를 부추기고 조롱을 유도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저와 생각이 다르시면 차단해주시고 해당 영상을 소비하지 않아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지만, 의도와는 별개로 장애의 특성을 재현하는 것은 자칫 희화화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이 외에도 유튜버 오킹이 이상한 변호사 오병오’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우영우의 말투를 따라해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오킹은 지난 19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주간핫클립 영상을 우영우 성대모사 부분을 제외하고 재업로드한다”며 “당연한 말이지만 자폐성 장애를 희화화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습니다”라고 해명했다.


자폐 희화화 논란은 물론, 최근 이혼을 겪은 한 코미디언을 조롱하는 패러디 영상이 게재됐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카광이 지난 7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3년 만에 이혼한 여자 개그우먼 RP’란 제목의 영상을 게재했는데, 3년 후 법원을 배경으로 “정말 뼈아픈 상처였다”, “양악 때문이냐고요? 그건 아닙니다”라고 말하는 모습이 담긴 것. 특정 인물을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3년 만에 이혼을 했다는 설정, 양악 수술 등을 언급한 것을 근거로 강유미를 패러디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이어졌다. 그리고 이혼이라는 아픔을 조롱거리로 삼은 것은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같이 인기 드라마가 등장하면, 코미디언들이 예능프로그램에서 주인공의 의상 또는 말투나 행동 등을 따라 하며 웃음을 유발하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다만 그 대상이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장애인인 만큼, 더욱 민감한 시선들이 오가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인기 있는 콘텐츠는 물론, 일상 속 인물이나 상황을 유쾌하게 흉내 내는 ‘패러디’는 코미디언들이 꾸준히 사용하는 한 개그 방식이지만, 끊임없이 비하, 조롱 논란이 불거지기도 한다. ‘풍자’가 콘텐츠의 핵심인 예능프로그램 ‘SNL 코리아’ 시리즈 일부 코너에서도 이러한 비하 논란이 불거졌었다. 인턴 기자 역을 맡은 주 기자(주현영 분)가 다소 과한 연기로 이를 표현해 어린 여성 인턴들을 비하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는가 하면, 뉴스를 수어로 전달하는 과정에서 연기자가 과장된 몸짓과 우스꽝스러운 표정 등을 가미해 수어, 청각장애인을 희화화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었다.


다수가 공감할 법한 이야기를 살짝 비틀어서 웃음을 유발하는 만큼, 콘텐츠에 쉽고 빠르게 몰입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다만 결국에는 누군가를 웃음의 대상으로 삼는 만큼 그 대상과 표현 방법을 디테일하게 고민하며 접근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유튜브상에서 숏폼 콘텐가 각광을 받으면서 짧은 순간 인물이나 상황을 디테일하게 묘사하는 패러디 콘텐츠가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이 과정에서 쉽고, 또 빠르게 웃음을 유발하기 위해 지나치게 가볍게 패러디 대상에 접근을 하는 경우들도 생겨나고 있다. 결국 지금처럼 불쾌감을 호소하는 시청자들도 함께 늘고 있는 것이다.


지상파 등 TV플랫폼에서 코미디 프로그램들이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유튜브가 코미디언, 그리고 코미디 콘텐츠의 대안처럼 여겨지고 있기도 하다. 물론 짧지만, 센스와 재치로 무장한 콘텐츠들이 가볍게 웃으며 즐길 수 있다는 장점도 무시할 순 없다. 그러나 이번 논란들은 웃음에 쉽고 또 가볍게만 접근하는 것이 답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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