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 규모 올해 들어 증가
금리 인상 리스크 이중고
국내 은행이 자영업자를 상대로 내준 대출에서 발생한 연체 규모가 올해 들어 증가로 전환되면서 다시 7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이후 시행돼 온 금융지원 덕에 억눌려 있던 위험이 끝내 수면 위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특히 해당 정책이 조만간 종료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금리까지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면서 리스크가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은행이 보유한 개인사업자 대출 중 1개월 이상 연체된 금액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총 7327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7.0% 늘었다. 액수로 따지면 482억원 증가했다.
은행별로 보면 IBK기업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액이 1002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7.3% 늘며 최대를 나타냈다. NH농협은행 역시 988억원으로, 하나은행은 975억원으로 각각 13.1%와 10.4%씩 해당 금액이 증가했다. 우리은행도 961억원으로, 신한은행은 934억원으로 각각 14.4%와 6.7%씩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액이 늘었다.
은행권 자영업자 대출의 질은 이전까지 대체적으로 개선 흐름을 보여 왔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연체 규모가 매 분기 축소되다가 올해 들어 증가로 돌아선 상황이다. 조사 대상 은행들의 지난해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액은 ▲1분기 말 8447억원 ▲2분기 말 7456억원 ▲3분기 말 7829억원 ▲4분기 말 6845억원 등을 기록했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충격에도 자영업자 대출 부실이 안정적인 추이를 이어올 수 있었던 건 금융지원 정책 때문으로 풀이된다. 은행권은 정부의 코로나19 금융지원 방안에 따라 2020년 4월부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대출의 만기를 연장해주고 이자 상환을 유예해주고 있다. 당장 원금이나 이자를 갚기 어려워 연체로 잡혀야 할 대출이 감춰져 왔다는 얘기다.
빚을 내 코로나19를 버텨 온 자영업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있는 현실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자영업자 대출 총액은 909조2000억원으로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기 직전인 2019년 말과 비교해 32.7%나 늘었다.
문제는 오는 9월 코로나19 금융지원마저 만료를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권에서는 코로나19 이후 대출을 둘러싸고 쌓여 온 리스크가 한꺼번에 터져 나올 수 있다는 걱정 어린 목소리가 나온다.
이런 와중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금리는 자영업자와 은행 등 금융사에게 추가적인 부담 요인이다. 이자율이 높아질수록 대출을 갚는데 난항을 겪는 차주가 더 많아질 수 있어서다.
한은은 이번 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사상 최초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로써 코로나19 직후 0%대까지 떨어졌던 한은 기준금리는 단숨에 2.25%까지 올라섰다. 앞서 한은 올해 1월과 4월, 7월에도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상해 왔다. 금융권에서는 올해 말 한은 기준금리가 3%를 찍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 직후 제로금리 여건 속에서도 대출 이자조차 내지 못해 온 차주는 이제라도 무조건적인 금융지원 연장보다는 채무조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