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 산업간 협업·위탁업무 등 변화 모색
고객 편의성 향상 차원...효율화 고민 담겨
시중은행이 고객 편의성을 높인 금융서비스 제공에 팔을 걷어올렸다. 비대면 업무 비중이 커지면서 오프라인 영업점이 갈수록 줄어들자 고령층·장애인 등 금융 취약계층을 염두에 둔 혁신 점포 제공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다.
디지털 상담센터·편의점·복지관 등 은행 영업점이 다양한 모습으로 탈바꿈했으며 영업시간도 더욱 유동적으로 변경됐다.
3일 은행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 영업 채널간 구분이 사라지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KB 시니어 라운지’ 서비스를 통해, 복지관으로 찾아가는 금융서비스를 시작했다. 서울시 내 고령인구가 많은 행정구의 복지관 5곳을 선정해 주중에 이곳 주차장에서 소액 현금 입출금, 통장 재발행, 연금수령 등의 금융업무를 제공하는 것이다.
중랑구 용마경로복지센터, 구로노인종합복지관 등 요일마다 장소를 변경해 방문하며 오전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운영한다.
슈퍼에서 은행 업무? 영업점 경계 허물어
신한은행은 GS리테일과 손잡고 지난달 31일 경상북도 경산시에 혁신점포 3호점을 오픈했다.
대구 지하철 2호선 영남대역 인근 상업지역에 위치한 ‘GS25영대청운로점’은 MZ세대를 겨냥한 것이다.
편의점 한쪽에는 화상상담창구인 디지털데스크와 스마트키오스크를 설치했다. 이를 통해 대출, 퇴직연금, 예금신규, 주택담보대출, 전세대출, 증권계좌 개설 등 창구 업무를 볼 수 있다.
화상상담에서는 모바일에서 해결하지 못한 종합적인 상담까지 가능하며 저녁 8시까지 진행된다. 앞서 양사는 강원도 정선과 서울 광진구에도 혁신점포를 선보인 바 있다.
하나은행도 지난 5월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CU비산자이점에 은행 영업점을 마련했다. 이같은 편의점 은행은 지난해 10월 출범 이후 현재까지 5곳이 생겼다.
또 하나은행은 우리은행과 올해 4월 경기 용인시 수지구 신봉동에 은행권 최초 공동점포를 선보이기도 했다.
고령층이 많이 거주하는 아파트 한가운데다 보니 철수를 하기 어려워 이같은 고육지책을 생각해낸 것이다. 한 공간에 있지만 전산망이 구분된 만큼 별개로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다. 국민과 신한은행도 연내 경북 영주시 등에 공동점포를 개설할 예정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우체국에서도 주요 시중은행의 업무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금융당국 주도하에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고객들도 전국 2482곳 우체국지점에서 입출금, 조회, 현금지급기(ATM) 등 단순 은행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그간 씨티·산업·기업·전북은행에서만 제한적으로 활용되던 우체국 업무위탁에 시중은행 4곳이 추가됨에 따른 조치다.
‘효율화’ 고민, 올해 200여개 점포 문 닫아
은행들은 고객 편의성을 높였다며 이색 점포를 홍보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점포 효율화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다. 지난 2019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은행 점포 폐쇄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는 점은 이를 잘 방증한다.
4대 은행은 올해 상반기 총 150개에 달하는 점포를 없앤 데 이어 지난달에도 55개 점포를 없앴다. 신한은행이 50개로 가장 많고 우리은행(41개), 국민은행(38개), 하나은행(17개) 등의 순이다.
은행들은 이달말에도 점포 통폐합을 진행한다. 국민은행은 이달 말 서울 서염창점과 청담PB센터 등 2곳을 폐쇄한다. 신한은행은 오는 10월 충복 세명대 출장소를 인근 제천금융센터 지점으로 흡수시킨다.
비대면 금융거래 대중화 속 영업점 방문객이 줄어들자 비용절감을 위해 오프라인 영업점을 줄이는 것이다. 실제 은행권의 비대면 거래 활성화는 예·적금은 물론 대출상품까지 확대되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 2020년 신용대출 비대면 비중이 55.9%였으나 올해 상반기 69.2%까지 증가했다. 하나은행은 올해 2분기 신용대출 상품 고객의 90%가 비대면 고객으로 집계됐다.
올해 금리인상기 영업점 방문 고객이 줄어들면 영업점 통폐합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은행권 점포 폐쇄가 금융소외계층을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거세다. 이에 은행권이 통합점포, 복합점포 등으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다만 이같은 점포들이 기본 은행 업무만 제공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 점포 통폐합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면서도 “금융취약계층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