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74.8% 박용진 20.3% 강훈식 4.9%…단일화 미칠 영향은

TK는 李 고향, 인천은 李 지역구

'설계된 압승'이라지만…예상 넘어

朴 "과반 넘기지 못했으면 좋겠다"

실제론 75%…단일화 영향 '상당'

더불어민주당 8·28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 본경선에 진출한 '97 그룹' 당권주자 박용진 의원(사진 왼쪽)과 강훈식 의원(오른쪽)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더불어민주당 8·28 전당대회의 첫 순회경선 권역인 대구·경북·강원에서 '1강' 이재명 의원과 '2중' 박용진·강훈식 의원 간의 표차가 예상보다 크게 나타났다. 첫 순회경선 결과가 박용진·강훈식 의원 간의 이른바 '97 그룹(90년대 학번·70년대생)' 단일화 논의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이재명 의원은 6일 발표된 대구·경북·강원 권리당원 투표 결과, 선거인단의 4분의 3에 가까운 74.8%를 득표했다. 박용진 의원은 20.3%를 득표했으며, 강훈식 의원은 4.9% 득표에 그쳤다.

첫 주말휴일 순회경선에서 이 의원의 압승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결과이기는 하다. 민주당은 이날 대구·경북·강원, 7일에는 인천·제주에서 순회경선을 실시한다. 이 중 강원과 제주는 인구가 적기 때문에 핵심은 대구·경북과 인천이다. 그런데 대구·경북은 이 의원의 출생지이며 인천은 이 의원의 지역구다. 일정 설계가 묘하다는 말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조응천 의원은 "대구·경북은 이재명 후보의 고향이고 인천은 지역구"라며 "첫 번째 주의 결과는 원사이드하게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케쥴을 딱 보는 순간 '이것 너무 했다'는 생각을 했다"며 "왜 이렇게 (일정을) 잡았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강훈식 의원도 "후보로서 경선 방법을 이렇다저렇다 할 말은 아닌 것 같다"면서도 "이재명 1위 후보의 대세론을 굳히는데 유리한 방식인 것은 사실"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처럼 1주차 결과가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을 굳히기 위한 '설계된 압승'이라 해도 득표율 74.8%는 예상을 뛰어넘는 게 사실이다.

박용진 의원은 이날 강원에서 대구로 이동하던 도중 가진 KBS라디오 '시사본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오늘 개표하는 지역의 당원 숫자가 많지는 않아 하나의 지표 정도"라면서도 "기대하기로는 1위 주자가 과반을 넘기지 못하는 상태였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그러나 이 의원의 득표는 과반을 넘은 것은 물론 75%에 육박했다.

이같은 결과를 놓고 민주당 안팎의 관계자들은 단일화에 부정적인 요소와 긍정적인 요소가 둘 다 있다고 분석했다.

부정적 요소 "박용진~강훈식 합산해
도 이재명 근접 못해…동력이 없다"
긍정적 요소 "'2위 싸움' 균형 삐끗
충청권 순회경선 이후 변화 가능성"

더불어민주당 8·28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 본경선에 진출한 '97 그룹' 당권주자 강훈식 의원(사진 왼쪽)과 박용진 의원(오른쪽)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부정적인 요소는 이재명 의원의 지나친 압승이다.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분명 이재명 의원이 우세지만 단일화를 하면 단일후보가 혹시 대역전을 이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기대감이 있어야 단일화 논의에 탄력이 붙는다"며 "단일화를 해도 부질 없는 것으로 보인다면 '각자 완주'로 기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용진 의원이 '1위 주자가 과반을 넘기지 못하는 상태였으면 좋겠다'고 했던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조응천 의원은 "강훈식, 박용진 두 후보의 득표를 합산해서 이재명 후보의 득표에 근접한다고 되면 단일화에 대한 압박이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대로 말하면 두 의원의 득표를 합산해도 이 의원 득표의 3분의 1에 불과한 지금 상태로는 단일화 압박이 생길 동력이 적다는 뜻이기도 하다.

긍정적인 요소는 박용진 의원과 강훈식 의원 간의 득표율 격차도 상당하다는 것이다.

이재명 의원이 압도적인 가운데, 박 의원과 강 의원 간의 득표율 격차마저 미세했더라면 당대표 경선이 '2위 싸움'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향후 자신의 정치적 미래를 생각하더라도 전당대회 2위와 3위의 위상 차이는 상당하다"며 "이렇게 됐더라면 단일화는 사실상 물건너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런데 박 의원은 20%선에 '턱걸이'를 하며 차점자가 된 반면 강 의원은 5%선 도달에 실패했다. 또다른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2중'이라고 해도 우열이 형성된 것"이라며 "(전당대회를) 너무 완패하면 오히려 정치적 위상에 흠집이 나기 때문에 정치적 퇴로가 마련되면 '드랍'을 할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는 없게 됐다"고 관측했다.

강훈식 의원은 지난달 29일 교통방송라디오 '신장개업'에서 "내가 (예비경선) 2등"이라며 "내가 중앙위원에서 많이 이겼기 때문에 내가 2등"이라고 강조했다. 또,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조응천·장철민 의원 등으로부터 공개 지지를 받는 등 세(勢) 몰이를 했고, 특히 임 전 실장으로부터는 '젊은 국무총리 후보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추천됐던 사람'이라는 일화가 공개되는 등 정치적 체급을 한껏 띄웠다.

분명 예비경선 컷오프 돌파와 본경선 진출은 정치적 체급을 키우는데 도움이 됐지만, 본경선의 최종 결과가 지나치게 저조하다면 이렇게 띄워놓은 정치적 위상에 흠집이 날 수도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강훈식 의원이 일단 내주 대전·세종·충남북까지는 가볼 것 같다. 본인의 연고지이기 때문"이라며 "여기에서 몰표가 나오면서 박 의원과의 격차를 상당히 벌리는 2위를 차지한다면 누적 득표수를 되돌려놓으면서 당권 레이스의 균형을 잡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만에 하나 연고인 충청권에서조차 강 의원이 3위를 한다면 정치적 퇴로 마련을 위해 단일화 논의를 재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그 경우에는 박 의원의 수준 높은 정치력 발휘가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