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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해?] 이정재 첫 연출작 '헌트', 한국 첩보물의 새 기준


입력 2022.08.10 14:07 수정 2022.08.10 14:07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10일 개봉

'헌트'가 여름 극장가 대전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배우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으로 화제를 모은데 이어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공식 초청돼 기대를 받았던 작품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첫 연출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세련되고 군더더기 없는 감각적인 스파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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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트'의 배경은 1983년으로 안기부 해외 팀 차장 박평호(이정재 부)와 국내 팀 차장(정우성 분)은 조직 내에 동림이라는 암호명을 가지고 있는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해 서로는 물론 상대의 팀원을 의심하며 갈등을 키운다.


시발점이 된 사건은 미국에서 대통령의 암살 시도가 진행되면서부터다. 이후 스파이가 있다는 정황을 포착하지만 결국 찾아내지 못한 채 마무리 된다. 새롭게 발령 난 안기부 국장은 박평호에게는 김정도를 조사할 것을 지시하고, 박평호에게는 김정도의 모든 걸 싹 밝혀내라고 각자 지시한다.


이어 안기부 기밀 사항이 밖으로 새나가며 인명사고까지 발생하자 박평호와 김정도는 서로를 스파이 용의선상에 올려놓고 단서를 찾는다. 두 사람은 상대가 스파이임을 밝혀내지 못하면 자신이 스파이로 몰리는 상황 속에 놓이며 서로의 목을 더 세게 조른다.


결국 스파이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 영화는 한 차례 더 혼란에 휩싸인다. 1980년대를 배경으로 박평호와 김정도가 가진 이념, 그리고 두 사람이 겪은 과거의 사건들이 교차 편집되며 빠르게 휘몰아친다.


영화는 스파이란 장르물을 한국 근현대사와 연결해 풀어냈다. 당시의 군부 정권 아래서 벌어진 비극적인 한국 사회 속에서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북한 이웅평 대위 남한 귀순 장영자 사기 사건 등 실제로 일어났던 일들을 첩보물의 공식에 따라 풀어냈다. 여기에 목표는 같으나 방법이 달랐던 박평도와 김정도 캐릭터가 촘촘하게 설계돼 영화적 상상력과 재미를 가득 메운다.


서로 속고 속이는 심리전은 이정재와 정우성의 열연으로 완성됐다. 두 사람의 숨 막히는 대립과 미끼와 교란 등이 '헌트'의 러닝타임 내내 이어진다. '태양은 없다' 이후 23년 만에 재회한 두 배우는 양쪽에서 긴장의 끈을 팽팽하게 잡아당기며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만든다.


조명과 톤으로 만들어낸 미장센도 영화를 보는 재미를 더한다. 각 인물들의 캐릭터를 표현하는 소품, 의상의 색감과 스타일이 영화의 분위기를 완성하는데 한 축이 된다.


액션에서도 한 껏 힘을 준 노력들이 엿보인다. 극 중 총격, 맨몸 액션, 폭발, 카 체이싱 등이 쉴 틈 없이 이어진다. 또한 프리프로덕션을 통해 구현해낸 1980년대 시대적 배경은 이질감 없이 영화에 몰입하게 만든다. 당시의 살얼음판을 걷던 시대적 공기가 영화관까지 스미는 인상이다.


역사적 사건에 대해 사전 지식이 없어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지만, 알고 보면 보이는 것들이 더 많다. 10일 개봉. 러닝타임 125분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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