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잔고, 한 달 새 22% 급증
증권사 규정 위반 공매도 주타겟
삼성전자의 주가가 5만원대로 후퇴했지만 하방 압력이 계속되고 있다. 공매도 잔고가 급격히 늘어난 데다 대차거래 잔고도 쌓이면서다.
이 가운데 증권사들이 목표가를 8만원으로 제시하면서도 공매도를 주도해 투자자들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 최근 공매도 규정 위반 적발과 맞물려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공매도 잔고금액은 지난 8일 기준 6038억원이다. 이는 HMM 다음으로 큰 규모다. 삼성전자의 공매도 잔고는 지난 달 8일부터 이번 달 8일까지 최근 한 달 동안 21.9%(1083억원)나 늘었다.
삼성전자 공매도 잔고는 더 불어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삼성전자의 대차거래 잔고가 5조9282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대차거래 잔고 후순위인 SK하이닉스(1조9678억원)와 비교해도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
통상 장외에서 주식을 대여·상환하는 거래인 대차거래는 빌려온 주식을 장내에서 매도하는 공매도와 상호 연관관계를 가진 것으로 본다.
대차거래는 증권사들이 주요 주체다. 은행과 자산운용사, 기타 주체의 영향력은 미미한 것으로 확인된다.
지난 달 11일부터 이번 달 11일까지 최근 한 달 동안 내국인의 대차거래 대여 체결은 총 2억3628만주로 집계됐는데 이 중 86.5%(2억4330만주)가 증권사의 몫이었다. 같은 기간 차입 체결 내 증권사의 비중도 89.4%에 달했다.
삼성전자는 불법 공매도도 주타겟이다. 최근 한국투자증권·신한금융투자·메리츠증권·KB증권 등은 공매도 규정을 위반해 당국으로부터 과태료 처분을 받았는데, 규정을 위반한 공매도의 상당 수는 삼성전자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에 공매도 폭탄을 떨어뜨리면서도 투자자들이 참고할 목표주가는 높게 잡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19개 증권사가 추정한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는 8만395원이다. 현재 보다 30% 이상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국민주’로 불릴 만큼 개인투자자들의 거래가 활발한 종목이다. 지난 3월 말 기준 삼성전자의 소액주주수는 527만여명으로 집계됐다. 개인은 최근 한 달 동안에도 삼성전자를 4964억원이나 순매수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증권사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신뢰도는 바닥을 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전 증권사에 대한 불법 공매도 전수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주식 커뮤니티를 이용하는 한 개인투자자는 “자본주의 시장에서 신용으로 먹고 살면서 불법 공매도를 한다는 게 믿을 수 없다”며 “신용을 이용한 불법 행위가 적발되면 그 기업은 시장에서 사라져야 한다”는 비판했다.
이에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장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증권사들이 공매도 거래시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과징금을 시장 눈높이에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