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 만에 개편안 긍정적 검토…‘우유 파동 접점 찾나’
유업계 “생산쿼터제 수급문제 일부 흡수할 것” 기대
낙농제도 개편안에 반대하며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왔던 한국낙농육우협회(낙농협회)가 정부의 개편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며 공식 대화를 요청했다. 낙농제도 개편 작업에 급물살을 탈 수 있을지 주목된다.
23일 농식품부와 낙농협회 등에 따르면 협회는 지난 18일 낙농제도 개편과 관련해 대화 재개를 요청하는 공문을 농식품부에 전달했다. 낙농협회가 전달한 공문에는 정부의 새 낙농제도 개편안에 대해 적극 검토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생산비 원유가격 연동제는 생산비가 오르는 만큼 원유값도 자동적으로 인상하는 제도다. 원유기본가격은 통계청이 발표하는 생산비 증감액이 ±4% 이상이면 같은 해, 미만이면 2년마다 생산비 증감액을 반영해 조정된다.
우유값은 1999년까지는 정부 고시에 의해 정해졌다. 이후 우유업체와 낙농업계의 협상을 통해 정해졌다. 하지만 양측의 협상이 순탄치 않게 진행되며 우유값을 둘러싼 갈등이 반복됐고, 2011년 구제역으로 젖소가 대거 살처분되면서 본격적으로 생산비 연동제가 도입됐다.
문제는 국내 우유 소비가 줄면서 수면 위로 부상했다. 우유회사가 사야 하는 원유의 총량과 가격은 정해져있는데, 수요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현재 원유는 정해진 쿼터에 따라 생산되고, 결정된 원유 총량은 소비규모와 관계없이 정해진 가격으로 모두 우유업체에 납품된다.
이에 정부는 작년 8월부터 원유(原乳) 가격결정 구조를 현행 ‘생산비 연동제’에서 ‘용도별 차등가격제’로 바꾸는 내용의 낙농제도 개편안을 추진해왔다. 용도별 차등가격제는 원유를 음용유와 가공유로 나누고 음용유 가격은 현 수준을 유지하되 가공유는 낮게 책정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전국 낙농가의 95%가 속한 낙농육우협회는 "결국은 농가 소득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정부의 개편안에 강하게 반대해왔다. 농가가 원유를 증산할 여력이 없는 데다 유업체의 추가 구매도 보장되지 않는다는 게 이들 주장의 핵심이다.
또한 낙농가들은 사료값 상승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간 원유 수취가격(기본가격+원유품질에 따른 인센티브)이 25원 오른 반면, 우유 소매가격은 이보다 10배나 더 많은 260원이 올랐다며 우유값 인상 배경으로 생산비 연동제를 지목하는 것에 강하게 반발해 왔다.
이를 배경으로 낙농협회는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을 공식적으로 추진한 김현수 전 농식품부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특히 정부안이 시행될 경우 원유 납품을 거부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상황이 반전됐다. 낙농협회가 지난달 말부터 정부에 직·간접으로 대화를 요청하기 시작한 것이다. 업계는 정부의 강한 추진 입장과 낙농가의 생계 위기감 등이 맞물리면서 협회가 타협의 손길을 내민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아직 낙관하기 이르다는 입장이지만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도입될 경우 생산쿼터제의 수급문제를 일부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유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일률적으로 올랐던 원유 가격으로 인해 흰우유를 비롯해 가공유 등 기타 제품들도 원가 부담이 생길 수 밖에 없었는데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도입되면 유업체에서 제품 생산에 대한 부담이 일부 줄고, 가격 검토에 유연성과 탄력성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원유가격이 올라 업체별로 우유 제품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용도별 원유 가격을 고려해 그만큼 인상 폭을 최소화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