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비난 강도 높이며 각 세우기 안간 힘
尹은 철저히 외면하며 대립 구도 허물기
李 대 '이준석 대체제' 싸움으로 전선 이동
장예찬 "혜택 다 누리고 피해자 코스프레"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분수령으로 윤석열 대통령과의 대립각 세우기를 본격화하고 있다. 소위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은 강하게 비판하되 윤 대통령과의 직접 대립은 피했던 이전과는 다른 방향성이다.
실제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출범과 관련해 "절대자가 사태를 주도했다"며 노골적으로 윤 대통령을 배후로 지목했다. 지난 19일 법원에 제출한 자필 탄원서에서 이 전 대표는 "절대자는 지금의 상황이 사법부에 의해 바로잡아지지 않는다면, 비상계엄 확대에 나섰던 신군부처럼 이번에 시도했던 비상상황에 대한 선포권을 더욱 적극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23일 밝혀졌다.
전날 MBN '판도라'에 출연해서는 영화 글래디에이터를 언급하며 윤 대통령을 "자신감 없는 황제"라고 표현했다. 이 전 대표는 "검투사가 대중의 인기를 받게 되고, 그 인기를 잠재우기 위해 황제 본인이 직접 검투사와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며 "황제가 자신감이 없으니까 경기 시작 전 옆구리를 칼로 푹 찌르고 시작한다"고 했다.
전략적 측면에서 보면, 이는 '대통령의 대항마'로서의 자리매김을 통해 정치체급을 올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상대적으로 체급이 낮은 정치인이 중진이나 대통령을 상대로 대립 구도를 형성해 인지도를 높이고 몸집을 불리는 것은 정치권의 오래된 공식이다. 유승민 전 의원의 경우도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 각을 세우며 차기 대선주자 급의 인지도를 쌓은 바 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철저히 외면하며 그 효과가 나오지는 않는 모양새다. 오히려 당 안팎의 청년 정치인들이 이 전 대표를 비난하며 전선이 다른 곳으로 형성되고 있다. 앞서 국민의힘 청년당원 1,050명이 이 전 대표를 향해 "집안싸움에 열을 올릴 때가 아니다"며 비대위 출범에 힘을 실은 게 대표적이다. 이 전 대표가 '윤석열 대항마'를 자처했지만, 역으로 '이준석 대체제'들의 도전에 직면한 셈이다.
특히 이 전 대표와 친분이 있었던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과의 대립 구도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장 이사장은 기자회견과 다양한 매체를 이용해 이 전 대표가 '강성 팬덤을 이용해 윤석열 정부를 망치고 있다'며 포문을 열었다. 이 전 대표는 "응원한다"며 조롱 섞인 대응으로 충돌은 피하면서, "자기 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상태인지"라며 배후설을 제기하는 것으로 맞섰다.
하지만 장 이사장은 물러서지 않고 받아치며 전선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장 이사장은 "전에는 이 전 대표 편에서 윤리위 절차의 부당함에 대해 이야기했다. 다만 이 전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을 직접 직격하고 비난한 시점부터 논조를 바꿨다"며 "이 전 대표의 강성 팬덤이 어떤 보복을 할지 보이는 상황에서 누가 시킨다고 되는 일이겠느냐"고 배후설을 일축했다.
장 이사장은 특히 "이 전 대표가 기자회견 때 눈물을 흘렸는데, 우리는 눈물을 흘릴 자격이 없다"며 "이 전 대표나 저처럼 언론의 관심을 받고 방송에 불려 다니는 사람들은 우리가 대선 과정에 고생을 했고 선당후사했다고 말할 자격이 없다. 국민들의 관심과 언론의 주목도만으로도 대선 과정에 기여한 몫을 사실 다 받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많은 이름 없는 청년 당원들 앞에서 받을 거 다 받은 우리가 마치 희생자인 것처럼 눈물 흘리지 말자"며 "충분히 혜택을 받은 우리가 희생자, 피해자 코스프레 안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