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법사위서 피고인이 허위사실 유포 피해자를 상대로 질의 던지는 양태"
"허위사실 유포·허위인턴서 작성 혐의로 재판 받고 있는 피고인, 법사위 소속된 것 자체가 모순"
"이해충돌 여지 있는 최강욱 제척 마땅하지만…민주당 법사위 다수 의석 차지해 사실상 힘들어"
"국회법에 상임위원 제척 사유 없는 점도 어려운 이유…차후 국회법에 명기하더라도 표결방식 안 돼"
이른바 '조국 사태'와 '채널A 사건' 등을 둘러싼 악연으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감정싸움을 동반한 날선 신경전을 연일 펼치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 의원을 제척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하고 있지만, 법조계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법사위의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국회법에 상임위원 제척 사유가 없는 점도 제척이 어려운 이유라고 설명했다.
한 장관과 최 의원의 악연은 '조국 사태' 때부터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 의원은 조 전 장관의 아들에게 허위 인턴 증명서를 발급해준 혐의를 받아 2020년 1월 23일 기소됐다. 당시 최 의원을 기소한 '수사 책임자'는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당시 중앙지검 3차장)이었지만 '수사 지휘자'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근무하던 한 장관이었다.
채널A 사건으로는 악연이 더욱 깊다. 최 의원은 사건이 불거진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채널A 기자가 "눈 딱 감고 유시민에게 돈을 건네줬다고 한 마디만 해라", "그 다음은 우리가 준비한 시나리오 대로 하시면 된다" 등의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은 최 의원이 작성한 글이 허위·과장이라고 판단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했고, 지난달 19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징역 10개월을 구형했다.
한 장관은 최 의원이 채널A 사건 당시 자신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해 기소된 점을 들어 최 의원이 법무부와 검찰과 관련한 질의를 할 자격이 없다는 취지로 비판했지만, 최 의원은 개인적인 송사를 떠나 입법기관이 국무위원에게 공적인 질의를 하는 데도 한 장관이 불성실한 태도로 임한다며 맞서고 있다.
이 대목에서 최 의원이 법사위에서 제척돼야 한다는 주장이 법조계 일각에서 제기된다. 채널A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최 의원과 채널A 사건 관련자인 한 장관 간에 이해충돌 문제가 발생한다는 이유에서다.
서정욱 변호사는 "한 장관은 당시 언론과 유착했다는 의혹으로 많은 질타를 받았으나 결국 검찰 수사에서 혐의가 없다는 처분이 내려졌고, 최 의원은 반대로 채널A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며 "(최 의원은) SNS에 채널A 기자에 대한 허위사실을 올렸는데, 내용을 자세히 보면 기자와 한 장관이 공모한 것처럼 추정되는 글이다. 법사위에서 피고인이 (허위 사실 유포로 인한) 피해자를 상대로 질의를 던지는 양태"라고 꼬집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피고인 신분인 최 의원이 법사위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부터가 말이 안 된다"며 "허위사실 유포 혐의와 허위인턴서 작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이 법원과 검찰을 담당하는 법사위에 소속된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법조계에선 법사위에서 최 의원을 제척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소정 법률사무소의 김소정 대표 변호사는 "상식적으로는 이해충돌 여지가 있는 최 의원을 제척하는 게 마땅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이 법사위 의석 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힘들 것"이라며 "또 원래라면 제척 사유가 있는 의원 스스로가 회피를 하는 게 맞지만, 최 의원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현재 법사위 위원은 총 18명으로, 여당인 국민의힘이 7석, 야당인 민주당과 시대전환이 각각 10석과 1석씩을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측에서 최 의원에 대한 법사위 제척을 주장해도, 숫적 열세를 극복할 수 없어 제척이 이뤄지긴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법에 상임위원회 위원의 제척 사유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마땅한 조치를 취하기 힘들 것"이라며 "지금의 상황은 어떻게 보면 입법의 미비에 의해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차제에 상임위원의 제척 사유를 국회법에 명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제척하는 방법 역시, 제척 요건에 해당할 경우 곧장 제척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다수당이 제척을 막을 수 있게 하는 표결 방식을 도입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