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24% 천연가스 의존…생산차질 불가피
한은, 경제성장률 2.7%→2.6% 낮춰
올해 겨울 러시아의 대(對) EU 천연가스 전면 중단 가능성이 현실화 되면서 EU국의 대규모 생산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우리 경제 하방 리스크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28일 ‘러시아의 EU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 현황’을 발표하고, EU가 전체 에너지 소비자의 약 24%를 천연가스에 의존함에 따라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 시 각국 산업에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는 앞서 유럽과 연결되는 가스관 노르트 스트림1의 유지보수를 이유로 가스공급을 이달 말부터 3일간 중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EU경제는 전체 에너지 소비의 약 24%를 천연가스에 의존하고 있으며 천연가스 사용량의 36%를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다.
천연가스는 주로 주거용 및 제조업 생산 목적으로 사용되는데, 국가별 의존도를 보면 ▲체코(100%) ▲라트비아(100%) ▲헝가리(95%) 등의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국 중에서는 독일(65%), 이탈리아(43%)의 의존도가 높았다.
산업별 의존도는 전력생산, 화학산업, 기초금속제조업, 시멘트·콘크리트제조업 등의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의 대 EU 천연가스 공급차질은 지난해 말 EU·러시아 간의 갈등으로 시작돼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본격화되면서 지난달 말 야말-유럽을 통한 가스 공급은 중단된 상태다.
러시아의 EU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 규모는 지난 7월 중 일평균 1억3000억 입방미터(CM)로 지난해 일평균(3억7000억CM) 대비 35% 수준까지 하락했다. 독일과 연결되는 주요 파이프라인인 노르트 스트림1을 통한 공급 역시 정상 물량의 20%까지 축소됐다.
현재 EU 역내 국가 중 폴란드, 네덜란드 등에 대한 가스공급은 중단됐으며 독일, 이탈리아 등에 대한 가스공급은 감소했다.
한은은 “현재 EU 국가들은 대체수입, 소비절감 등으로 대응하고 있으나 단기적으로 천연가스 공급 부족을 개선 시키기 어렵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장에서는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축소 및 중단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경고하고 있으며, EU 각국에서도 가스공급 완전 중단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대책 마련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우리 경제도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유로존의 경기 침체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 여건 상 달러 강세와 연동돼 원화 가치 하락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날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7%에서 2.6%로 낮췄으며,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기존 2.4%에서 2.1%로 조정했다. 이는 미국·유럽·중국 등의 경기 하강에 따른 수출 증가세 둔화, 투자 감소 등의 영향이다.
김웅 한은 조사국장은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둔화 가능성, 러시아 가스 공급 중단에 따른 유럽 성장률 하락 가능성, 중국 경제 불확실성 등을 경제 하방 요인으로 반영했다”며 “글로벌 경기 둔화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하반기 이후 우리나라의 성장 흐름도 약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