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검찰에 김혜경·배모씨 불구속 기소 의견 송치…'공모공동정범' 판단
김혜경, 배모씨 카드 사적 유용 알고도 묵인 정황…"지시한 적 없다" 혐의 부인
검찰이 경찰로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사건을 송치받았다. 경찰은 김 씨가 법인카드를 직접 사용한 인물이자 이 사건의 핵심인 배모 씨와 공범 관계에 있다고 결론냈으나, 배우자인 이 대표는 송치하지 않았다.
3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이날 업무상배임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김 씨와 전 경기도청 별정직 5급 배 씨를 각각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김 씨는 이 대표의 경기지사 당선 직후인 2018년 7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측근인 배 씨가 경기도청 법인카드로 자신의 음식값을 치른 사실을 알고도 용인한 혐의(업무상배임)를 받는다.
수사당국에 따르면 배 씨의 법인카드 유용 규모는 총 150여 건으로 2000만원 상당이다. 이 중 김 씨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법인카드 유용 액수는 20여 건, 200만원 상당인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선 이 금액이 향후 검찰 수사 단계에서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은 법인카드 직접 사용자인 배 씨와 배 씨의 '윗선'으로 지목돼 온 김씨 사이에 범행에 대한 묵시적 모의가 있었다고 보고, 김 씨를 이 사건 '공모공동정범'으로 검찰에 넘겼다.
공모공동정범이란 2명 이상이 범죄를 공모한 뒤 그 공모자 중 일부만 실행에 나아간 경우, 실행을 담당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공동으로 범죄 책임이 있다는 것을 말한다.
배 씨는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시청 공무원으로 채용됐다가 경기지사에 출마할 때 사직해 선거 캠프로 옮겼다. 이후 이 대표가 경기지사에 당선되자 도청 공무원으로 채용됐다. 이 대표가 대선에 출마하자 다시 사직하고 선거 캠프행을 택해 김 씨를 보좌하는 등 이 대표 부부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경찰은 배 씨가 평소 사소한 일도 김 씨와 조율하는 모습을 보인 점 등을 근거로 그가 이 대표 부부에게 흠이 될 수 있는 불법적인 일을 독자적으로 저지를 리 없다고 봤다.
이 같은 판단에는 김 씨 역시 배 씨가 법인카드로 소고기나 초밥을 사서 자신의 집으로 가져다주는 등 카드 사적 사용 사실을 알고도 묵인한 정황이 수사에서 드러나는 등 여러 간접 증거가 근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 측은 그간 "법인카드 사용을 지시한 적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배씨 역시 "누구도 시키지 않은 일"이라는 취지의 입장을 견지했으나, 경찰은 이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씨는 또 이 대표의 당내 대선 경선 출마 선언 후인 지난해 8월 2일 서울 모 음식점에서 당 관련 인사 3명 및 자신의 운전기사·변호사 등에게 도합 10만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해 공직선거법을 위반(기부행위 제한)한 혐의도 받는다.
배 씨는 당시 법인카드로 김 씨를 제외한 이들의 식사비를 법인카드로 결제하도록 이 사건 제보자인 A 씨에게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공직선거법은 후보자나 배우자 등의 기부행위 일체를 엄격히 금지한다. 정당 관계자뿐만 아니라 수행원에 대한 식사 제공 역시 불법이다.
김 씨 측은 "김씨 몫인 2만 6000원만 캠프에서 교부받은 정치자금 카드로 지불했다"며 "김씨는 (당 관련 인사) 3인분의 식사비 7만 8000원이 A 씨에 의해 법인카드로 결제됐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배씨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법인카드 유용 의혹이 제기되자 '사실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부인했다가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고발당했다. 이 사건 역시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됐다.
경찰은 지난 24일 배씨의 혐의가 중하다고 보고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31일 새벽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등의 사유로 기각했다.
배 씨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앞서 업무상 배임에 해당하는 금액을 모두 공탁하는 등 혐의를 대체로 인정했다.
경찰은 배 씨의 영장이 기각됐지만 공직선거법 사건 공소시효(9월 9일)를 고려해 일단 선거법이 얽힌 김 씨와 배 씨의 일부 혐의를 송치하는 것으로 1차 수사를 마무리했다. 배 씨가 타인 명의로 불법 처방전을 발급받아 김 씨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의료법 위반) 등은 수사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번 검찰 송치 대상에 이 대표는 빠졌다. 이는 1차 수사에 해당하는 법인카드 유용 등 과정에 이 대표가 관여한 정황이 현재로선 나오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편 경찰은 배 씨가 김 씨의 수행비서로 채용돼 일했다는 의혹 관련 직권남용 및 국고손실 혐의 고발 사건을 비롯해 '백현동 특혜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 이 대표를 둘러싼 남은 의혹 사건 수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