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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불허전’ 이기자 부대 해체?… 전인범 前육군특수전사령관 "해체 아닌 전환" [영상]


입력 2022.09.16 16:35 수정 2022.09.17 19:55        송혜림 기자 (shl@dailian.co.kr)

이기자 부대서 사단장·특전사령관을 지낸 전인범 전 장군 인터뷰 전문


ⓒ 데일리안

국방 개혁으로 해체를 앞뒀던 이기자 부대(제 27 보병사단)의 명맥을 이을 수 있는 방안이 나왔다. 군 내부적으로 새롭게 검토 중인 군대 조직 개편 방안이다. 만일 개편 방안이 금년 중 적용될 경우 국내 첫 사례기에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기자 부대 마크

1953년 강원도 양양에서 창설된 이기자 부대는 중부 전선을 책임지는 최전방 최강 부대다. ‘싸우면 반드시 이기는 부대’라는 뜻의 이기자 부대는 산악 지형이 거친 강원도 화천군에 자리 잡고 있다. 강도 높은 훈련으로 대중에게 명성을 알렸으며, 사단 직할 수색대대는 국내에선 최고 수준으로 손 꼽힌다.


그러나 지난 2019년 이기자 부대를 비롯한 여러 사단들의 해체가 처음으로 언론을 통해 공론화 됐다. 부대 해체의 주 원인은 저 출산으로 인한 병력 감소와 복무 기간 단축, 무기 체계의 최신화로 보병 부대 필요성 감소 등이다. 이에 맞서 군 의회와 부대 전우회, 화천 주민들 등 여러 단체들은 부대 해체 반대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내왔다. 화천군 지역 경제와 국가 방위력에 큰 타격을 입힐 거란 우려 때문이다.


지난 8일 분당 소재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임하고 있는 전인범 前 육군특수전사령관 ⓒ데일리안

그 덕분일까. 지난 8일 분당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만난 전인범 전 장군(64)은 “현재 부대의 역사와 전통을 살리기 위한 방법을 군 내부에서 재 검토 중”이란 희소식을 전했다. 전 장군은 이기자 부대에서 수 십 년간 사단장 및 특전사령관을 지내며 지금까지도 부대를 대표하는 인물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 2019년경 처음 이기자 부대가 해체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많은 충격을 받으셨을 것 같은데.


"부대 해체의 당위성은 이해하고 있었다. 국내 인구가 감소하고 군 복무기간이 줄자 가용 병력이 부족해져 약 20%에 해당하는 군 인력이 감축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한 편으론 오랜 세월 정열을 바쳤고 추억이 쌓인 부대가 해체된다고 하니 무척 서운했다. 또 깊은 전통과 강한 전투력을 지닌 부대를 해체하는 것이 과연 맞는 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이기자 부대 전인범 장군의 모습 ⓒ전인범 前 육군특수전사령관 제공

-전 장군에게 이기자 부대는 어떤 부대였는가.


"얼굴도 목소리도 없이 묵묵히 훈련에 임하는 정말 훌륭한 부대였다. 말 그대로 ‘싸우면 이기는’ 전우들이자 깊은 역사와 정신성, 붉은 깃발을 자랑하는 부대다."


-지난 9월 1일 이기자 부대가 공식적으로 해체된다는 기사가 나왔다. 이는 사실인가.


"맞지 않는 얘기다. 9월 1일 부로 부대 해체가 아닌 임무가 종료된 것이다. 전시(전쟁이 일어난 때)와 평시(보통 때) 임무를 종료 시키고, 부대 해체를 집중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한다는 뜻이다."


-부대가 완전히 해체되기 보단 군 내부에서 다른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하셨다.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인가.


"현재 검토 중인 방안은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흔히 이뤄지는 방식이다. 보통 전시에는 많은 부대가 필요하나 평시가 되면 10분의 1로 줄어든다. 그 때 감소한 90%의 부대를 완전히 없애는 것이 아닌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운영하게 된다. 미국의 경우 이처럼 여러 부대를 휴면 및 전투 상태로 지속적으로 전환해 운영하고 있다."


"이기자 부대도 해당 방식을 따를 경우 전통성을 유지함과 동시에 소중한 전투력이 보존될 수 있다. 그 동안 부대 해체를 두고 이기자 전우들을 비롯한 많은 이들의 관심과 염려가 있었기에 이 같은 논의가 이뤄진 것 같다. 앞으로 공식 발표가 될 때까진 조심스럽지만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해당 조직 개편 방식은 확실히 정해진 사안인가.


"완전히 결정된 사안은 아니다. 기본 방향은 아직 부대 해체가 맞다. 그러나 위 방식은 현재 전향적으로 검토되는 사안이다. 왜냐면 한 부대의 전통성을 유지하는 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해당 방식을 통해 기존에 해체됐던 부대들도 명맥을 이어갈 수 있다. 따라서 부대 ‘해체’보단 ‘전환’을 고려하고 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이기자 부대 전인범 장군의 모습 ⓒ전인범 前 육군특수전사령관 제공

-만일 부대가 해체될 경우 지역 경제 측면과 안보적인 측면에서의 우려는 피해갈 수 없을 것 같다. 어떤 해결 방안을 고려하고 계시는 지.


"먼저 지역 경제 측면에선 외지 마트 접근이 어려운 군인 가족들을 위한 시설은 유지하되 부대 내 PX 규모부터 축소시킬 필요가 있다. 내부에서 필요 품들을 모두 소비하기 보단 외부 배달 수요를 늘리면 지역에서 배달 플랫폼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안보적인 측면에선 앞서 언급한 대로 동원 제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동원 병력에게도 소속감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새로운 군 개편 방식을 따라 동원 제도를 현실화시켜 동원 병력이 훈련을 받을 때 이기자 부대의 정신이 잘 계승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주요 과제다."


- 저 출산으로 인한 인력 감소와 첨단 국방 기기의 발달 등으로 국내 병력 감소는 계속 이뤄질 것 같은데.


"병력 감소에 앞서 현역 복무 기간이 줄어든 만큼 예비군 훈련의 내실화부터 이뤄져야 한다. 먼저 대학생들이 학교에서 받는 훈련이 기초 단계에 그칠 게 아니라 동원 훈련까지 체계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 또 예비군이 하루에 받을 수 있는 금액 역시 최소 10만원까지 늘려 복무에 더욱 힘쓸 수 있도록 지원해야한다."


"예비군 장비 역시 너무나 열악하다. 총이나 방탄 조끼 등 필수 장비가 예비군 3명 당 1명 꼴로 구비하고 있다. 북한군은 주로 밤에 공격하는데 야간 투시경 역시 비싸다는 이유로 제대로 구비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국방비를 늘려 비싼 비행기나 전투기를 마련하는 것 보다 군인들의 개별 근무 여건을 더욱 발전시키는 것이 병력 감소보다도 급 선무다."



송혜림 기자 (shl@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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