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공개 직후 다른 세상이 왔다는 걸 센 충격으로 느꼈었다"
"시즌2 조건 더 좋은 방향으로…넷플릭스도 우리도 나쁘지 않은 굿 딜 했다고 생각"
'오징어 게임'의 주역들이 에미상 수상 소감을 밝히면서, K-콘텐츠의 달라진 위상에 대해 언급했다.
16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 서울 그랜드볼룸에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에미상 수상기념 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황동혁 감독과 김지연 대표, 배우 이유미, 채경선 미술감독, 정재훈 VFX 슈퍼바이저, 심상민 무술팀장, 이태영 무술팀장, 김차이 무술팀원이 참석했다.
'오징어 게임'은 비영어권 작품 최초로 제74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최우수 드라마 시리즈 부문을 비롯 13개 부문, 총 14개 후보에 올랐었다.
드라마 시리즈 부문 감독상(황동혁), 남우주연상(이정재), 드라마 시리즈 부문 여우게스트상(이유미), 내러티브 컨템포러리 프로그램 부문 프로덕션 디자인상 (1시간 이상) (채경선 외), 스턴트 퍼포먼스상 (임태훈 외), 싱글 에피소드 부문 특수시각효과상 (정재훈 외)을 수상하며 한국 콘텐츠의 위상을 보여줬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불참한 이정재는 영상을 통해 소감을 밝혔다. 그는 "그곳에서 인터뷰를 했어야 했는데, 부득이하게 원래 일정이 있었다. 에미상이 끝나자마자 토론토국제영화제에 영화 '헌트'를 알리기 위해서 가야 했다"라고 불참 이유를 설명하면서 "(에미상 남우주연상 수상 순간) 아주 짧은 순간이었는데, '내 이름이 맞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0.1초 사이에 그 생각이 세 번은 지나간 것 같다"면서 "한국의 많은 동료 분들의 축하 문자가 많이 오고 있어서 일일이 감사 답장을 쓰고 있다 보니까 조금 실감이 난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시청자 여러분들께 더욱 더 감사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황 감독은 에미상 감독상 수상을 비롯해 지난 1년 동안 해외 시상식에서 꾸준히 주목을 받은 것에 대해 "내일이면 '오징어 게임'이 세상에 공개된 지 딱 1년이 되는 날이다. 그런 순간 이렇게 뜻깊은 자리에 많은 스태프, 배우와 함께 참석할 수 있어 행복하고 영광스럽다"면서 "평생 기억에 남을 1년 간의 여정이었다"라고 말했다.
채경선 미술감독은 프로덕션 디자인상을 수상한 소감에 대해 "('오징어 게임'을 할 때) 새로운 것을 만들어보자고 생각했었다. 글 속에 많이 있었던 것 같다. 기존에 하던 것과 좀 다른 시선에서 바라보면서 글에 있는 것들을 표현해보고자 했다. 한국적인 무언가를 만들려고 했다기 보단 글 속에 있는 것을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 것"이라며 "창작자들에게 자유가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운 좋게 이 작품을 만나 제작진 분들이 믿어주고, 자율성을 주셨는데 그것이 무한 창작의 기회가 된 것 같다. 앞으로도 삐뚤어진 시선을 가지고 시나리오를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정재훈 VFX 슈퍼바이저는 이번 일을 계기로 VFX에 대한 관심, 투자가 확장되기를 바랐다. 그는 "VFX는 기술집약적이지만, 노동집약적이기도 하다. 굉장히 많은 아티스트들이 고생을 하면서 작업을 하고 있다. 이제는 시대가 많이 바뀌고 있다. 4차 산업 혁명이라고 하지 않나. AI 기술도 많이 발달을 하면서 인력이 들어가는 쪽에 기술 개발이 이뤄져 많이 없어진 부분도 있다. 오히려 아티스트의 역량을 보는 것에 집중이 되고 있는데, 고급 인력들은 게임 쪽으로 인원이 많이 가고 있고, VFX 쪽은 힘든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개발이 더디게 되고 있기도 하다"면서 "'오징어 게임'이 게임 체인저가 됐다고 하면, 스태프들에게도 관심이 가고 제작진이던, 국가에서든 투자를 받아 고급 인력들이 더 많이 들어와 헐리우드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오징어 게임'이 국내 콘텐츠의 위상을 높였지만, 이것이 이어지기 위해서는 새로운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오징어 게임'의 주역인 황 감독과 김 대표는 국내 콘텐츠, 창작자를 향한 신뢰를 드러내며 앞으로의 전망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 대표는 "'오징어 게임' 공개 직후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을 본 사실이 이어지면서 세상이 바뀌었다는 걸 알았다. 다른 세상이 왔다는 걸 센 충격으로 느꼈었다. 1년 전에서야 체감을 한 변화다. 전 세계인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이런 게 되는 세상이 왔구나, 이런 걸 느낀 것이 새롭다면 새로운 사실인 것 같다"고 달라진 변화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아직 불과 1년밖에 안 됐기 때문에 한국은 물론, 모든 나라들이 이 환경에 어떻게 적응을 해 나갈 것인지를 서로 피해보지 않으면서 잘할 수 있는지를 이제 논의들이 활성화되고 있는 단계인 것 같다"면서 "너무 의도를 가지고 달려가는 순간, 오히려 더 잘 안될 수도 있다는 생각은 들기도 한다. 작가들이나 창작자들에게 기회를 주고, 인내심을 가지면서 유, 무형의 자본을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게 더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 감독 또한 "처음에는 극장 영화로 생각을 했다가 한계에 부딪히며 포기를 했던 작품이다.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이 한국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만들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가 '오징어 게임'을 만들고, 큰 인기를 가져다준 계기가 된 것은 확실하다"면서 "한국 콘텐츠가 어떻게 해야 유지할지는, 그런 혜안을 가진 사람은 아니라 말씀을 드리긴 어렵다. 그런데 일단 많은 나라가 주목을 하고 있다. 한식까지도 어느 나라의 도시에선 핫한 음식이 되고 있다고 들었다. 그런데, 국내에는 콘텐츠업에 종사하는 많은 분들이 있기 때문에 노력을 하면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징어 게임'의 시즌2를 통해서도 그 열기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황 감독은 시즌2에 대해 "내년에 촬영을 하고, 내후년에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참 대본을 쓰고 있다"면서 "그다음에는 영화를 하나 해볼까라는 생각도 하고 있다. 그건 너무 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오징어 게임'을 다 쓰고, 찍고. 상상만으로도 이가 흔드리고, 삭신이 무너지는 것 같아 거기까지는 생각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내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우선 시즌2의 규모에 대해선 "'오징어 게임'의 시즌1의 엄청난 성공 때문에 시즌2의 제작 조건은 당연히 좋아질 것이다. 좋은 조건으로 이야를 해왔으니, 걱정을 안 하셔도 될 것"이라며 "게임은 다 만들었다. 대본을 쓰고 있기 때문에. 하지만 공개는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한편 '오징어 게임'의 큰 성공 이후, 넷플릭스에게 IP를 모두 넘기는 계약 방식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넷플릭스가 콘텐츠 저작권을 모두 가지는 방식으로 계약을 하면서, 큰 흥행이 이뤄져도 제작사에 정당한 보상이 이뤄지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진 것.
김 대표가 해당 문제에 대해 "시즌2를 계약하면서, 우리는 시즌2의 조건을 더 좋은 방향으로 올리면서 넷플릭스도 우리도 나쁘지 않은 굿 딜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운을 떼면서 "IP 소유에 관한 이야기는 쉽게 말하면 돈을 대는 사람과 이것을 만드는 사람들 사이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열리면서 시작되는 이슈인 것 같은데. 사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대안을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 많은 걸로 알고 있다. 그러기 위해선 제작사가 힘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 초기에 들어올 수 있는 펀드나 이런 것들로, 자본을 확보할 수 있는 길들이 열려야 한다. 그런데 한국 제작사는 몇 년에 한 편씩 만드는 작은 규모들로 진행을 하다 보니 그런 걸 버틸 힘은 없는 것 같다. 지금 그런 것들을 좀 더 활성화하기 위해선 국가적으로나 투자하는 분들이 그런 걸 과감하게 해주시면 제작사가 자기 자본을 가지고 들어가기 수월해지만 경우들이 있다. 나 또한 그런 방법들을 모색하기 위해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오징어 게임'은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공개 직후 한국 콘텐츠 최초로 미국 넷플릭스 '오늘의 Top 10' 1위에 등극했던 이 작품은 이후 미국, 유럽, 중동 등 넷플릭스 서비스가 이뤄지는 83개국 중 82개국에서 1위를 차지하며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