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게임즈 산하 ‘스튜디오 라르고’ 진승호 디렉터 인터뷰
“끝이 있는 게임 콘솔 플랫폼 적합…어드벤처 게임 자신”
“차기 콘솔 게임 규모 확대…피로도 줄이고 조작감 높여”
'뭘 만들까' 보다 '왜 만드냐'가 중요할 때가 있다. 국내에서 '마이너리그'로 여겨졌던 콘솔 게임같은 분야다.
콘솔 게임은 전용 게임기(디바이스)를 TV나 디스플레이 기기에 연결해 즐기는 비디오 게임을 말한다. 전 세계 콘솔 게임 시장은 오는 2023년 약 94조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2020년 기준 국내 콘솔 게임 시장은 전체의 5.8%에 불과하다.
이용자 수로 치환하면 100명 중 6명만이 콘솔 게임을 즐기고 있다. 콘솔에 도전하는 국내 게임사 입장에선 고작 6명을 잡기 위해 94명을 희생하는 셈이다. 여기에 대규모 인력과 자본력도 요구된다. 소니의 대표 콘솔 게임인 '갓 오브 워'의 경우, 편당 약 300~400억의 개발비가 투입됐다.
기업 입장에서는 그만큼 살 떨리는 시장이다. 이처럼 콘솔 게임 시장은 내로라하는 개발사들도 군침만 삼킬 뿐 뛰어들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로 진입 장벽이 높다.
그런데도 콘솔 게임에 도전하는 국내 개발자들이 있다. 이유는 뭘까. 이에 라인게임즈의 콘솔 게임 개발을 진두지휘하는 진승호 디렉터(사진)를 19일 만났다.
진 디렉터는 '검은방', '회색도시' 등 모바일 어드벤처 게임(주어진 사건과 문제를 해결해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형태의 게임)으로 국내 게임사의 한 획을 그은 개발자다. 그가 개발한 콘솔 패키지 타이틀 '베리드 스타즈'는 2020년 플레이스테이션4 및 닌텐도 스위치를 통해 발매하며 플랫폼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성공을 거뒀다.
그는 "콘솔게임은 영화 한 편을, 모바일 게임은 드라마를 계속 보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며 "내가 만드는 게임이 콘솔 플랫폼에 더 적합하다는 생각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어 콘솔 게임에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쉽게 말해 독자적인 스토리라인과 엔딩이 있는 게임에는 콘솔이 모바일과 온라인 보다 더 어울린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그는 "내가 주로 만들어 온 게임은 몇시간 동안 플레이하면 끝이 나는 게임인데, 이는 모바일 플랫폼과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진 디렉터가 주로 개발하는 장르는 어드벤처 게임이다. ‘스토리’가 핵심인 만큼 컨트롤을 크게 요하지 않아 콘솔 게임으로 적합하지 않아 보이나 그렇지도 않다는 설명이다. 그는 어드벤처 장르에서도 분명한 경쟁력을 보았다고 말한다.
그는 "처음 콘솔게임을 만든다니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갓 오브 워 만드냐고 묻더라"며 웃었다. 하지만 "콘솔게임에도 덩치가 큰 헤비급만 있는 게 아니라 몸무게를 확 줄인 플라이급도 즐비하다"고 밝혔다.
이어 "콘솔 게임이라 하면 소니의 갓 오브 워와 같은 트리플A급(수십, 수백명의 개발자가 투입되는 규모가 큰 게임) 게임이 떠오르겠지만, 콘솔 게임 중에서 조작을 크게 요하지 않는 이야기 중심의 장르도 틈새시장처럼 존재하고 있다"면서 "국내는 콘솔 시장이 작으니 그 안의 어드벤처 게임 시장은 더욱 작지만 글로벌 전체로 봤을 땐 의미 있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실제 2020년 발매한 어드벤처 게임 '베리드 스타즈'는 독특한 게임성과 깊이 있는 스토리 등에 힘입어 초도 발매 분량이 완판되는 등 흥행에 성공했다. 그해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선 우수상 및 기술창작상(기획·시나리오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물론 시행착오도 있었다. 콘솔 게임은 모바일 온라인 게임과 달리 게임 패드가 필수다. 콘솔 기기에 최적화된 인터페이스와 조작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는 “베리드 스타즈의 경우 조작이 복잡하지 않아 콘솔로 그대로 옮기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손을 대야 하는 부분이 많았다”며 “모바일 게임이면 아이템을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누르면 되는데 콘솔 게임은 컨트롤러로 커서를 순차적으로 이동시켜야 하고 그런 과정에서 이용자가 조작이 어색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이 점이 예상치 못한 어려운 점이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으면 콘솔게임 제작 노하우도 차곡차곡 쌓았다. 진 디렉터는 "우리는 다운로드 방식 판매를 넘어 현물 패키지도 직접 만들었다"며 "국내 게임사들은 대개 현물 패키지를 만들 때 퍼블리셔를 통해 제작하는데 우리는 퍼블리셔를 따로 끼지 않고 콘솔 제작의 모든 것을 직접 경험했다. 개발부터 콘솔 패키지 제작까지 직접 진행한 게임사는 국내 게임사 중 라인게임즈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그의 개발 노하우는 두 번째 콘솔 게임 '프로젝트 하우스홀드'에서 찾아볼 수 있다. 프로젝트 하우스홀드는 초능력자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어드벤처 RPG(역할수행게임)다. 서울을 배경으로 무속 기반의 초능력자들이 등장해 저마다의 이야기를 던질 예정이다. 방대한 콘텐츠는 물론 콘솔만의 재미를 위해 캐릭터 컨트롤 요소도 추가했다.
진승호 디렉터는 "프로젝트 하우스홀드도 마이너한 장르인 어드벤처 게임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규모로 개발하고 있다"면서 "베리드 스타즈 개발을 통해 노하우를 축적한만큼 더 많은 이용자들을 끌어올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흥행에 대해서는 "베리드 스타즈는 ‘동물의 숲’, ‘마리오’, ‘젤다’ 등 글로벌 히트 게임들이 있는 상황에서도 수 주 동안 판매 순위 상위권에 들었다”면서 "프로젝트 하우스홀드는 그 이상의 결과를 내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마이너한 장르지만 계속 그런 장르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이용자들이 관심을 갖고 구입해줬기 때문"이라며 "최선을 다해서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