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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연극은 내 소명”…신구의 60년 무대 인생


입력 2022.09.23 09:00 수정 2022.09.23 09:00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데뷔 60주년...'두 교황'서 교황 베네딕토 16세로 열연

올해 초 '라스트세션' 출연 중 심부전으로 입원

"여든 넘어 한계 느끼지만…기회 되는 한 연극할 것"

“저는 연극을 일종의 소명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왔습니다. 제 생명과도 같죠.”


올해 초 연극 ‘라스트 세션’으로 무대를 찾았던 배우 신구가,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개막한 연극 ‘두 교황’의 주인공 베네딕토 16세로 다시 관객을 만나고 있다. 86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최근 건강악화로 병원 신세까지 지게 된 신구가 불과 5개월 만에 다시 무대에 섰다는 건, 연극에 대한 그의 열정으로밖엔 설명하기 어렵다.


ⓒ에이콤

1962년 연극 ‘소’로 데뷔한 신구는 올해로 무대 인생 60주년을 맞았다. 그간의 출연작만 무려 200여편에 달한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인 지난 3년간에도 ‘장수상회’ ‘라스트세션’ ‘앙리할아버지와 나’ 그리고 ‘두 교황’까지 총 4편의 연극 무대에 올랐다.


“60주년이 됐다고 하는데 데뷔한 것도 어제 일 같이 느껴집니다. 하하. 여전히 새로 시작하는 느낌이죠. 그동안은 병원신세 한 번 안 지고 살았는데 갑자기 심부전이 와서 닷새간 입원했었죠. 의사 선생님이 지시하는 대로 약 잘 먹고, 그런대로 견디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나이가 있으니 예전 같진 않아요. 온 몸이 삐걱거리고요. 그래도 어쩌겠습니다. 내가 좋아하고,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일이니까 끝까지 책임지고 하고 있습니다.”


연극 ‘두 교황’은 자진 퇴위로 바티칸을 뒤흔든 교황 베네딕토 16세(제265대 교황)와 그의 뒤를 이은 교황 프란치스코(제266대 교황)의 실화를 그린 작품이다. 정반대 성격과 성향을 가진 두 교황의 모습을 통해 틀림이 아닌, 다름에 대해 이야기한다. 보수적이지만 따뜻한 성품을 지닌 교황 베네덱토 16세는 신구와 서인석·서상원이, 진보적이고 자유분방한 교황 프란치스코는 정동환·남명렬이 연기한다.


“새 작품을 맡을 때마다 한 번도 쉬웠던 적이 없었어요. 처음 캐스팅 제안을 받았을 때는 ‘라스트세션’이나 ‘두 교황’이나 선뜻 욕심이 나서 하겠다고 동의를 했는데 막상 대본을 읽어보니까 너무 어려울 것 같아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연습을 통해서 하나하나 해결을 해나가고 있지만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공연이 끝날 때까지 열심히, 충실히 파악해서 틈을 채워나가야겠죠.”


ⓒ에이콤

이날 인터뷰에 동석한 배우 정동환은 “신구 선생님의 대본에는 메모가 빼곡하다”며 그의 연습량에 박수를 보냈다. 신구의 연극에 대한 열정은 함께 연기하는 정동환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정동환은 “선생님은 지금도 공연장에 오시면 극중 첫 장면을 2~3번씩 연습하고 맞춰보신다. 이 연세에도 이런 저력으로 무대에 서신다는 것이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두 교황’은 영화 ‘사랑에 관한 모든 것’ ‘다키스트 아워’ ‘보헤미안 랩소디’ 등의 극본을 쓴 작가 앤서니 매카튼의 희곡이다. 2019년 6월 연국 노샘프턴 로열앤던게이트 극장에서 연극으로 초연했고, 같은 해 12월 동명의 영화가 넷플릭스에 공개되기도 했다. 이번 한국 공연은 전 세계 최초 라이선스 공연이다.


‘두 교황’에는 많은 인물이 등장하시만, 사실상 두 사람이 극 전체를 이끄는 ‘2인극’에 가깝다. 엄청난 양의 대사를 소화한다는 것만으로도 신구와 정동환의 연기에 대한 열정, 무대를 위한 노력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이들은 “특별한 재주는 없다. 극본에 충실하고 연습을 열심히 하면 자연스럽게 힘이 생기지 않겠느냐”라고 답한다.


“(무대에서)늘 모르는 세계의 사람들의 인생을 살면서 보고, 느끼고, 경험한 것들을 바탕으로 또 다른 작품의 캐릭터를 내 것으로 만들어가는 직업이 바로 배우죠. 그런 차원에서 전 늘 반갑게, 그렇지만 두려움을 가지고 무대에 올라왔습니다. 전 좋은 작품, 읽어서 마음이 끌리는 작품을 계속 하고 싶습니다. 분명 (나이에 따른)한계를 느끼지만 이 작품이 ‘마지막 작품’이라고 내세우고 싶진 않습니다. 사람 일이라는 게 어떻게 될는지는 모르죠. 다만 건강이 따른다면 앞으로도 계속 무대에 참여하고 싶어요.”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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