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 ‘프리 IPO’ 흥행 위해 투자 조건 완화
IPO 기간 1년 앞당기고 보장 수익률 2%p 인상 검토
프리IPO 성공시 유동성 숨통…본연 경쟁력 강화
흑자전환과 생산 수율 끌어올리는 건 이후 과제
글로벌 배터리 강자를 노리는 SK온이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IPO) 조건을 완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는만큼, 투자를 받을 수 있으면 최대한 받아 리스크를 최대한 낮추고 적정 수준의 기업가치도 확보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26일 산업계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온은 최근 들어 프리IPO 조건을 투자처에 유리한 방향으로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공모 금액을 4조원에서 2조원 대로 내리고 최고대우(MFN) 조항을 삽입하는 등 프리IPO 문턱을 낮춘 데 이어 한 차례 더 조건을 완화한 것이다.
여기에 투자자들이 자금 회수를 더 빨리 할 수 있도록 IPO 시기를 기존 2027년에서 2026년으로 1년 앞당기고, 보장 수익률은 인수금융시장의 선순위 대출금리 수준에 맞춰 기존 연 5.5%에서 2%p 올린 연 7.5%로 변경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투자 조건 완화는 그만큼 기업 자금 조달 시장의 경계감이 짙어졌기 때문이다. 시장 여건이 불안정해지면서 기업가치에 대한 의견차가 커지자, 조건을 투자자들에게 유리하도록 변경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최근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등 대외환경 악화로 금융사 채권 금리가 6%를 넘어가면서 당초 SK온이 제시한 5%대의 보장수익률로는 투자유치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IPO 시장도 경색되는 등 녹록치 않은 상황이어서 일정 조정이 불가피해졌다"며 "기업이 부담을 지더라도 투자자를 빨리 확보해 프리IPO를 매듭짓고 싶어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좋지 않게 보면 흥행이 쉽지 않은 걸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회사 측 관계자는 "프리IPO 조건과 관련해서는 아직 논의 중일뿐더러 결정 난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공식적으로 밝히긴 어렵다"며 "IPO 일정 역시 2025년 이후가 될 것으로 구체적으로 정해진 시기는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투자자가 유입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지면서 조심스레 국민연금 등의 참여가 이어질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구체적인 투자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수천억원 규모의 투자가 가능할 것이란 설명이다.
이렇게 되면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SK온은 올해 연간 기준 6조~6조5000억원 수준의 시설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2025년까지 총 23조원을 투자할 방침으로, 현재까지 7조6627억원을 투입했다. 3년간 15조원 이상을 더 투입해야 한다.
이들 시설이 예정대로 정상 가동된다면 SK온의 생산능력은 2025년 220GWh, 2030년 500GWh로 늘어날 전망이다. 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새로 증설된 공장이 정상 가동되려면 일정한 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업계는 통상 증설 후 공장이 안정화까지 4~5년이 소요된다고 추정한다.
새로 채용한 인력 관리는 물론, 품질 안정화를 위해서도 적응 시간이 요구된다. 실제 SK온은 유럽 신공장의 생산성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진다.
프리IPO 이후 흑자전환을 앞당기는 것도 SK온의 큰 숙제다. 올 4분기부터는 흑자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원자재 가격 급등 등 고정비 부담으로 기대한 대로 흑자전환에 성공할 지는 미지수다.
업계 한 관계자는 "SK온은 추격자임에도 빠른 투자로 시장 경쟁의 판을 바꿀 수 있는 힘을 갖췄다"며 "앞서 최태원 회장은 2012년 반도체 불황으로 모두가 투자를 주저할 때 선제적으로 후발주자인 SK하이닉스의 연구개발과 시설 투자를 과감히 늘려 크게 성공한 바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