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면 접점' 車보험 장점 축소
제도 활성화 손질 필요 목소리
국내 생명보험사 소속이면서 손해보험도 팔기 위해 교차모집을 등록한 설계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이후 2만5000명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교차설계사로서는 소비자에게 접근하기 쉬운 자동차보험을 판매할 수 있다는 점이 손해보험업계를 노크하게 되는 가장 큰 유인이었는데,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이런 가치가 크게 떨어졌다는 해석이다. 손보업계에서는 보험설계사 교차 모집 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한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4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재보험사와 보증보험사 등을 제외한 국내 15개 일반 종합 손보사에 등록된 교차 모집 설계사는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총 5만4138명으로,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기 직전인 2019년 말에 비해 31.8%(2만5266명) 감소했다.
이들은 생보사에 소속돼 있으면서 손보사 상품을 팔기 위해 교차 등록한 인원들이다. 시험을 보고 일정 자격을 취득한 생보사 설계사는 손보사 중 한 곳을 택해 교차설계사로 등록하면 해당 회사의 상품을 팔 수 있다. 손보사 설계사도 마찬가지로 생보사를 택해 교차설계사로 등록할 수 있다.
손보업계 교차설계사가 축소된 요인으로는 우선 한화생명의 영업 조직 변화가 꼽힌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여러 종류의 보험 상품을 취급할 수 있는 법인보험대리점(GA) 자회사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공식 출범했는데, 여기로 설계사들이 대거 이직하면서 한화손해보험에 등록돼 있던 교체설계사도 크게 줄었다. 실제로 한화손보에 등재된 교차설계사는 7750명으로 조사 대상 기간 동안에만 68.4% 급감했다.
하지만 이를 떼 놓고 봐도 손보사로의 교차설계사 숫자는 대부분 감소했다. 메리츠화재는 1만615명으로, 현대해상은 6888명으로 각각 19.2%와 14.1%씩 해당 인원이 줄었다. KB손해보험 역시 4563명으로, DB손해보험도 3996명으로 각각 18.4%와 58.5%씩 교차설계사 숫자가 감소했다. 5대 손보사 중에서는 삼성화재의 교차설계사만 1만8764명으로 12.2% 늘었다.
손보업계 교차설계사 제도가 이처럼 위축되고 있는 배경에는 날이 갈수록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는 보험 상품의 트랜드가 자리하고 있다. 암보험과 어린이보험, 치매보험 등 장기 보장성 보험을 손보사는 물론 이제는 생보사도 많이 다루게 되면서 굳이 교차설계사 등록을 할 필요성이 적어지는 양상이다.
특히 코로나19는 이런 흐름을 더욱 부채질했다는 평이다. 예전부터 생보업계 전속설계사들이 손보사에 교체 모집 등록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동차보험이었다. 의무보험인 까닭에 고객이 먼저 찾게 되는 자동차보험은, 이 같은 상품이 없는 생보사 설계사에게 소비자와의 접점 확보를 위한 중요 통로가 돼 왔다.
그런데 코로나19 이후 온라인을 통한 다이렉트 자동차보험이 눈에 띄게 확대되면서 이런 장점은 크게 축소될 수밖에 없었다. 고객과의 보다 많은 만남을 기대하고 손보사에 교차 모집을 신청해 온 설계사들로서는 자동차보험의 매력이 예정과 같을 수 없었다.
손보업계에서는 달라진 시대상에 맞춰 설계사 교차 모집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설계사 영업 창구를 확대하기 위해 도입됐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비판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언택트와 GA 확대 등 영업 현장의 변화로 인해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전속설계사 입장에서, 교차 모집 활성화는 대안이 될 수 있다"며 "현재 1개로 제한돼 있는 교차 등록 가능한 보험사 수를 늘려 주면 상품 영업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