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단체 "편의시설 의무 대상서 소규모 매장 제외한 것, 차별" 소송 제기
재판부 "국가가 사회경제적 부담 고려해 탄력적으로 정할 필요 있어"
법원이 국가가 소규모 편의점이나 식당에 접근로 등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의무를 면제한 것은 장애인 차별행위가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
6일 서울고법 민사5부(설범식 이준영 최성보 부장판사)는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장애인 단체가 국가를 상대로 낸 차별구제 등 청구 소송에서 1심과 같이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장애인 단체들은 바닥 면적 300㎡ 미만의 슈퍼마켓 등 소매점, 일반음식점, 휴게음식점, 제과점 등을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의무 대상에서 제외한 장애인 등 편의법 시행령을 문제 삼았다.
장애인의 접근권을 시설 면적과 무관하게 보장토록 하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취지와 어긋난다는 것이다.
이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국가가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의무 대상을 정할 때 범위를 단계적으로 설정할 상당한 재량이 있어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편의시설 설치대상을 어떻게 정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일률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라며 "국가는 장애인의 접근 범위와 편의시설 설치에 드는 사회경제적 부담 등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대상 시설의 범위를 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장애인 단체들이 2018년 4월 편의점 GS25 운영사 GS리테일과 국가를 상대로 낸 차별구제 등 청구 소송에서 1심 법원은 올해 2월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1심은 "해당 시행령은 장애인 등이 모든 생활영역에 접근할 권리를 보장하도록 한 법률의 위임 범위를 일탈했고, 장애인의 행복추구권과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했으며 평등원칙에 반해 무효"라며 "시행령 규정이 무효인 이상 편의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것은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GS리테일에 직영 편의점 중 2009년 4월 11일 이후 신축·증축·개축된 점포에 대해 장애인 통행이 가능한 접근로 등이 설치된 출구를 설치하도록 시정조치를 내렸다. 호텔신라와 투썸플레이스의 경우 원고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조정이 성립됐다.
다만 차별조치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됐다. 시행령 제정 시 합리적 이유 없이 예외를 광범위하게 인정한 것은 장애인 접근권 보장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외면한 위법성이 있다는 원고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장애인 단체는 이날 판결 직후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부의 판단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이들은 "국민이라면 누구나 원하는 곳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하는데도 장애인에게만 접근불가 구역을 만드는 건 차별행위"라며 "국가가 장애인 차별 행위를 중단하고 누구나 본인이 원하는 곳에 갈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될 때까지 싸움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