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시장 안정펀드' 등 시장 안정 조치 즉각 시행
낡은 제도·규제 걷어내고 해외 자금 유입 촉진해야"
외환스왑·조선사 선물환 매도…24시간 동향 점검
뉴욕서 투자 이끌어냈던 AMAT CEO접견…후속 협력 조치 논의
윤석열 대통령이 '경제 행보'에 동력을 집중하고 있다. 관계 부처 참모들을 불러 모아 경제 상황 전반을 점검하고, 지난달 미국 뉴욕 순방 당시 투자 유치 성과를 뒷받침하기 위한 행보에도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제10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했다. 최근 국내외 경제와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커진 점을 감안해 관계 부처 장관들과 함께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행보다.
이날 회의에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을 비롯해 김주현 금융위원장,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 김병환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자리했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불확실성이 커져 가는 이럴 때일수록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냉정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최근 영국의 사례를 보면 위기 상황에서 정부의 안정적이고 일관성 있는 정책으로 대외신용도를 지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재정건정성의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민생과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재정건전성 회복을 강조 높게 추진하고 있다"며 "최근 국제신용평가사들이 우리 정부의 이런 기조를 긍정적으로 평가해 대한민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유지하거나 상향 조정하고 있다. 대외신인도 측면에서 이러한 건전 재정 기조를 흔들림 없이 유지하는 게 매우 중요할 것"이라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번 복합 위기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국민과 시장의 불안감을 덜어줄 수 있는 안전판을 정부가 선제적으로 구축해야 한다"며 "외환시장의 수급 환경을 개선할 수 있도록 외환당국과 국민연금 간 외환스와프 등을 비롯해, 안전판을 선제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자본시장에 대해 윤 대통령은 "10월 중에 증권시장 안정펀드 가동을 위한 절차를 마치는 등 상황에 따라 필요한 시장 안정 조치가 즉각 시행되도록 할 것"이라며 "외국인의 주식과 채권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낡은 제도와 규제도 걷어내고, 해외 자금의 국내 자본시장 유입을 촉진시킬 것"이라 말했다.
또 "대외건전성의 기본 안전판은 경상수지로, 올해 연간으로 상당 규모의 경상수지 흑자가 예상되기는 하지만 이런 흑자 기조가 지속될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대비할 것"이라며 "수출 확대와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 강화 노력과 함께 에너지 절약 효율화를 통한 수입 절감을 추진하고 관광 물류 등 전방위에 걸쳐 경상수지 개선을 위한 세부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참모들을 향해 윤 대통령은 "국민들께서 안심할 때까지 정부는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될 것"이라며 "장관들도 보다 적극적으로 민간과 시장과 소통하는 데 더욱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진 회의에서 정부는 경상수지 체질 개선을 위한 18건의 신규대책을 내년 초까지 순차적으로 마련·추진하고, 외환스왑과 조선사의 선물환 매도 지원 방안 등 기존 외환수급 안정화 조치들을 차질 없이 집행할 수 있도록 다각도에서 정책적 노력을 지속하기로 했다.
이에 더해 대외여건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가동 중인 '24시간 국내외 경제상황 점검체계'를 통해 각 부문별 동향과 불안요인 발생가능성을 지속적으로 면밀히 점검하기로 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같은날 한국을 방문 중인 게리 디커슨 미국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pplied Materials, AMAT) 회장을 청사로 초청해 접견하기도 했다.
AMAT은 세계 1위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업체로, 지난달 22일 윤 대통령의 미국 순방 기간 뉴욕에서 열린 '투자신고식 및 북미지역 투자가 라운드테이블'에서 한국에 반도체 장비 R&D센터를 신설하는 내용의 투자신고를 한 바 있다.
이날 졉견은 당시 투자신고에 대한 후속조치로, 윤 대통령이 디커슨 회장으로부터 한국에서의 투자에 있어 정부가 제공할 수 있는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디커슨 회장에게 한국 R&D센터 신설 결정에 대해 감사를 전한 뒤 "국내 반도체 산업 공급망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AMAT의 이번 투자는 한미간 경제·산업·기술동맹 강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또 "어제 존 아퀼리노 미 인도태평양 사령관에 이어 오늘 디커슨 회장까지 모두 귀중한 손님으로, 한미 동맹을 상징하는 의미 있는 만남"이라며 "한미 반도체 기업과 정부 간의 긴밀한 협력은 튼튼한 동맹의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 바라봤다.
그러면서 "반도체 산업은 우리 정부의 핵심 정책인 디지털 플랫폼 정부, 디지털 전환, AI 산업 육성의 핵심 기반으로 AMAT와 한국에 놓여진 다리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 번영과 평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디커슨 회장이 가져온 반도체 웨이퍼에 'AMAT는 굳건한 한미 동맹의 상징입니다'라고 적은 뒤 서명을 남겼고, 디커슨 회장 측은 이 웨이퍼를 미국 실리콘밸리 본사에 영구 보존하겠다는 계획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