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약점 잡아보려 미행" vs 더탐사 "미행 아닌 취재행위"
전문가들 "'너 뭐 하나 걸려라' 무차별적 '응징 취재', 공익적 활동 아냐"
"유튜브가 언론? 유튜브 채널 영향력 커지고 있지만 보도 책임은 안 져…권한만 행사"
"보복·협박 증거수집 아닌 공적 역할 위한 활동이었다면 '위법성 조각 사유'일 수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자동차로 한 달 가까이 퇴근길 미행을 당했다며 고소장을 제출한 가운데, 피고소인 유튜브 채널 '시민언론 더 탐사'(전 열림공감TV) 측은 "정당한 취재행위였다"고 반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인이라고 할지라도 정치적 편향성을 갖고 무차별적 '응징 취재'를 목적으로 한 미행은 정당한 취재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동훈 장관은 퇴근길에 미행을 당한다며 지난달 28일 스토킹처벌법위반 혐의로 신원 미상의 인물에 대해 고소장을 제출했다. 경찰은 더 탐사의 관계자 A씨를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A씨는 최근 1개월간 한 장관의 퇴근길을 자동차로 미행하고 한 장관 아파트 입구를 맴도는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더 탐사 측은 제보 내용 확인 및 취재 명목으로 퇴근길을 살펴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장관은 6일 국정감사에서 "약점을 잡아보려고 밤에 미행한 것 같다. 제가 이상한 술집이라도 가는 걸 바랐을 것"이라면서 "이 나라가 미운 사람 약점 잡으려고 밤에 반복해 미행해도 되는 나라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더 탐사 측은 기자회견을 통해 "'미행'이 아닌 취재행위였다"며 "취재 활동을 스토킹 범죄로 고소하는 행위를 그냥 좌시할 경우 향후 언론의 자유에 심대한 위축을 가져올 것"이라고 반박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정치적 편향성을 기반으로 한 무차별적 '응징 취재'는 일반적인 취재 범위를 넘어서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기성 언론과 비슷한 언론 자유를 누리면서도 책임은 회피하고 있는 '1인 미디어'에 대한 법적, 제도적 헛점을 지적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한 장관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다니는 것은 아무리 공인이라 하더라도 일반적인 취재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라며 "부동산 관련 제보를 받아 거주지를 확인한다고 해도 미행의 방식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알아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너 뭔가 하나 걸려라' 하는 느낌의 무차별적 '응징 취재'는 공익적 활동으로 보기 어렵다. 모든 생활을 다 체크하는 것은 개인에게 불안감을 조성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신원을 알 수 없는 차량이 한 달 가까이 쫓아다녔는데 경찰 조사 결과 유튜브 채널이었다"며 "아무리 1인 언론 시대라고 해도 유튜브 채널을 아직 언론이라고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유튜브 채널은 기존 언론보다 때론 더 큰 영향을 끼친다. 그런데도 유튜버들은 취재 과정과 보도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 취재 활동이라는 명분으로 권한만 행사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특히 "특정 정치적 성향을 지닌 유튜브 매체가 상대 진영의 약점을 잡기 위해 누군가를 따라다니며 표적 취재하는 것을 사회적 공익 활동이라고 보기 힘든 부분이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차제에 정부에서도 1인 미디어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제도권 언론과 똑같은 언론의 자유를 주는 만큼 그만한 책임도 물을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찾아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한국에서 유튜버들의 취재를 언론의 자유로 폭넓게 인정할지 여부가 관건"이라며 "유튜버가 단순히 1대1 관계에서 보복과 협박을 위해 증거를 수집한 것이 아닌, 공적 인물에 대해 공적 역할을 위한 활동을 했다면 한 장관의 퇴근길을 쫓아간 행위도 위법성 조각 사유(형식적으로는 범죄 행위나 불법 행위로서의 조건을 갖추고 있어도 실질적으로는 위법이 아니라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유. 형법에서는 정당행위, 정당방위, 긴급 피난 따위를 규정하고 있음.)가 될 수 있다. 현재로선 어떤 판례를 통해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