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
5% 고물가‧연준 긴축 기조 영향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로써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2012년 10월 이후 10년 만에 3%대로 올라섰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를 0.5%p 올렸다. 이는 사상 첫 다섯 차례 연속 금리 인상이다. 한은은 올해 4월과 5월에 이어 7월과 8월,10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다섯 차례 연속 금리를 올렸다. 빅스텝의 경우 지난 7월에 이어 두 번째다. 또 2012년10월10일(3.0%) 이후10년 만에 기준금리 3% 시대를 열게 된 것이다.
이는 시장의 예상치에 부합하는 결과다. 앞서 대다수 금융 시장 전문가들이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연2.5%에서3.0%로0.5%p 인상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달 27~30일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1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전원이 금리 인상을 예상하기도 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추가 빅스텝을 단행할 것임을 시사해 왔다. 이 총재는 지난달22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지난 수 개월 동안 말씀드린0.25%p 인상 포워드 가이던스(사전 예고 지침)는 전제 조건이 바뀌었다”며 추가 빅스텝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는 5%대의 높은 소비자물가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는5.6% 오르면서 8월(5.7%)에 이어 두 달 연속 하향세였지만 여전히 5%대 중반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더군다나 겨울철을 앞두고 난방수요가 커짐에 따라 에너지 가격과 환율이 더 오를 수 있어 물가가 안정화되기까지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으로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을 전망하는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 역시 9월4.2%로 지난 7월부터 4%대를 지속하고 있다. 9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91.4로 나타나 전달(88.8)보다2.6p 올랐다. 소비자심리지수가100보다 작으면 장기 평균보다 비관적임을 의미하는데, 고물가에 주요국 금리인상,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점이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시장은 한은이 이날 빅스텝을 단행함에 따라 기준금리를 상단을 높였지만 미 연준의 긴축 기조가 여전해 향후 한국과 미국의 금리 역전폭 확대를 우려하고 있다. 미 연준이 내달1~2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에서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0.75%p 인상)에 이어12월에도0.5%p 올려 연말 금리가4.5%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은이 내달 금통위에서도 빅스텝을 밟더라도, 연말 금리는 최고 3.5%로, 미국과의 금리 역전폭은1.0~1.25%p까지 벌어질 수 있다. 과거 최대 역전폭은1.5%p 였다. 미 연준의 점도표상 금리 상단이 내년초 4.5%~4.75%로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미 금리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
한미 금리 역전폭이 확대되면 국내 증시와 채권 시장 등에서 외국인 자본이 유출되고, 그로 인한 원화 약세가 심화될 수 있다. 이는 수입물가 상승을 통해 국내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은이 기준금리 3% 시대를 열면서 차주들의 이자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p 올리면 가계 전체 이자 부담은 3조3000억원 늘어난다. 이날 빅스텝의 영향으로 가계 이자 부담은 두 배인 6조6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