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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의 눈물 ㉜] 훈육과 폭력 사이…밀대로 초등생 때린 20대 교사의 경우


입력 2022.10.13 05:22 수정 2022.10.13 05:41        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교사, 학생이 영어숙제 거짓으로 제출해 훈육 목적으로 때린 것…정당행위 주장

법조계 "친부모 체벌도 금지 시대, 교내 체벌 없어진 지 10년…반성문·벌점제도 등 대안 많아"

"체벌, 법령상 아동학대 해당…직접적인 체벌은 단 '한 대'라도 금지하자는 판결"

"정당행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고 국가·사회적으로 정당하게 여겨지는 행위…폭력은 제외"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전경 ⓒ데일리안 DB

영어 숙제를 거짓으로 제출했다는 이유로 청소용 밀대로 학생을 때린 20대 교사가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법조계에서는 명백한 아동폭력이고 아동학대라고 판단하고 있지만, 교사는 훈육 목적의 정당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0일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3단독(판사 신교식)은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아동복지시설 종사자 등의 아동학대 가중처벌) 혐의로 기소된 교사 A(29)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4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 강의 수강과 아동 관련 기관에 3년간 취업제한을 각각 명령했다.


A 씨는 지난 6월 2일 원주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B(12) 군이 영어 숙제를 거짓으로 제출했다는 이유로 청소용 밀대로 B 군의 엉덩이 부위를 11대 때려 전치 2주의 타박상을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 씨는 피해 학생 측과 3300만원에 합의했다. 그러나 재판 과정에서 A 씨는 자신의 행위가 학생을 훈육한 것이라며 '정당행위'를 주장했다.


재판부는 A 씨가 주장하는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이는 '정당행위'라고 볼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와 방법, 결과 등에 비춰 죄질과 법정이 매우 무겁다"며 "아무런 전과가 없고 피해자와 합의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법원 ⓒ데일리안 DB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31조 8항에 보면 '지도를 할 때에는 학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훈육·훈계 등의 방법으로 하되, 도구, 신체 등을 이용하여 학생의 신체에 고통을 가하는 방법을 사용해서는 아니 된다'고 돼 있다. 이에 따라 법조계는 이 사건이 명백한 아동학대라고 강조했다.


법률사무소 사월 노윤호 변호사는 "학교에서 체벌 자체가 없어진 지 10년 가까이 됐다"며 "그동안 정서적 폭력 등이 많이 보도됐는데, 이번 사건은 명백하게 체벌을 한 거라서 아동학대에 포함된다"고 잘라 말했다.


훈육과 교육을 목적으로 한다면 반성문 쓰기나 벌점 제도같은 비폭력적인 방법도 충분히 존재한다. 노 변호사는 "반성문을 쓴다거나 말로 지도를 하는 방법 등 훈육의 방법은 다양하다"며 "친부모의 체벌도 금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학교에서의 체벌은 옛날 사고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어찌보면 가벼운 체벌로도 보일 수 있겠지만, 어떠한 경우라도 체벌은 안 된다는 걸 알려주는 판결"이라고 부연했다.


김영미 변호사는 "학교에서는 체벌이 금지된 지 한참 됐고, 아이에게 벌점을 주는 걸로 패널티를 주는 벌점 제도가 도입됐다"며 "벌점이 누적되면 그에 따라 쓰레기를 줍거나 부모님과 면담을 하는 등 교육 방법이 있다. 물리적 폭력은 가장 쉬운 수단 중에 하나이고 이미 사라진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언어폭력 또한 금지되고 있다"며 "폭언을 하거나 성적인 발언, 부적절한 발언 등을 하는 것 또한 언어폭력으로 처벌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해당 교사는 훈육을 목적으로 한 '정당행위'를 주장했는데, '정당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고 국가·사회적으로 정당하게 여겨지는 행위로 폭력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중론이다.


박인숙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변호사는 "훈육을 했다는 것이 어느 정도는 실제로 정당행위가 되는 경우가 있다"면서도 "체벌은 법령으로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아동학대가 맞다. 아주 경미한 체벌이라도 하지 말자는 의미에서 직접적인 체벌은 '한 대'라도 금지하자는 의미"라고 밝혔다.


그는 "금지되는 걸 알면서 다른 방법을 사용하지 않은 것은 정당행위가 될 수 없다"며 "교육·훈육이라는 이유로 정당행위를 남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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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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