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군당국, 軍전현직 조종사에 경보발령
中인민해방군, 조종사에 기술 전수 노려
英공군 전술·운영방식 노하우 유출 우려
中외교부 대변인 "관련상황 알지 못한다"
중국이 거액을 주고 퇴역한 영국 전투기 조종사들을 대규모 영입해 전투기 운용방식과 군사기술 등을 전수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7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30명에 달하는 전직 영국군 전투기 조종사들이 최근 중국 인민해방군 소속으로 스카우트됐다. 2019년에 소수의 전직 영국군 조종사들이 중국군에 합류한 이후 첫 대규모 이적이다. BBC는 다른 동맹국에서도 퇴역 조종사를 겨냥한 영입이 시도된 정황이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영국 군정보당국은 군사기밀이 유출될 것을 우려해 전직 전투기 조종사들에게 중국 인민해방군에서 근무하지 말라는 경고령를 내렸다. 중국의 조종사 영입 시도는 코로나19 사태 때 다소 줄어들었지만 최근 급증하고 있다는 게 영국 군정보당국의 판단이다.
군현대화를 추진 중인 중국은 그동안 초음속기 전술과 관련 기술 등을 확립하는데 상당한 관심을 보여왔다. 이들은 중국 인민해방군 공군 조종사들에 대한 조종술 등 교육과 훈련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BBC는 "은퇴한 영국 조종사들이 서방 공군의 군용기 운용방식을 (중국 인민해방군이)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이런 정보는 대만 등에서 분쟁이 발발할 경우 극히 중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직 조종사들이 중국으로 가는 가장 큰 이유는 돈 때문이다. 퇴직 후 벌이가 마땅하지 않은 상태에서 중국이 거액을 제시하자 별 고민 없이 중국 군복을 입는다는 것이다. 서방 정부 관계자는 "돈이 가장 강력한 동기"라며 "조종사들은 영입 계약금으로만 27만 달러(약 3억 8500만 원) 정도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영국 군정보당국은 군사기밀이 대거 중국에 넘어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군에 영입된 조종사들은 영국 공군의 주력 전투기인 유로파이터 타이푼을 비롯해 토네이도와 재규어 등의 공격기들을 조종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들은 미국 등 서방국가들과 합동훈련을 진행한 경험도 있다. 영국 공군의 부대 운용과 전투 기술은 물론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과 합동훈련에서 쌓은 전략·전술들이 고스란히 중국 공군에 넘어갈 수 있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런 만큼 영국 정부는 전직 조종사들에게 중국 등 다른 나라 군대에서 근무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영국 국방부 대변인은 "조종사의 훈련과 모집이 현행 영국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영국 조종사들이 다른 나라 조종사 훈련을 위해 봉사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영국 국방부는 앞으로 자국 조종사들을 영입하려는 중국의 시도를 막기 위해 다양한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국방부 대변인은 “중국의 영입계획을 중단시키기 위해 단호한 조치를 취해나갈 것”이라며 “영국군의 기밀유지계약 사항들을 전면 재검토하고 새로운 국가 안보 법안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왕원빈(王文斌) 외교부 대변인은 18일 정례브리핑에서 영국 국방부 대변인의 발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당신이 말한 상황을 알지 못한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