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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이대로 좋은가 ①] 여론조사 아닌 여론조성…군소업체 난립


입력 2022.10.22 01:00 수정 2022.10.22 01:00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尹 취임 후 165일간 984건 공표

여론조사업체 수, 일본의 5배 달해

여심위 등록기준 강화 필요성 제기

과태료 등 엄격한 사후관리 주장도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24%를 기록한 여론조사가 발표된 지난 8월 5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윤 대통령의 지지율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 사진은 기사 본문의 특정 내용과는 관계가 없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하루가 멀다 하고 발표되는 여론조사에 용산과 여의도가 울고 웃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일인 지난 5월 10일부터 10월 21일 현재까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된 여론조사가 984건에 달한다. 165일 동안 984건의 여론조사가 공표됐으니, 하루 평균 6건씩의 여론조사가 신규 공표된 셈이다. 가히 '여론조사 공화국'이다.


여론조사가 단순히 국민들 사이에서 현재 형성된 여론을 말그대로 '조사'하는데 그친다면 충분히 선용(善用)될 수 있다. 그러나 여론조사 수치, 지지율의 등락만이 이른바 경마중계식으로 보도되면서 여론조사가 오히려 여론을 역으로 조성해가는 현상이 목격되고 있다.


이종근 시사평론가는 21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특정 정파에 편향된 조사와 객관적인 여론조사가 뒤섞일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지표들이 쏟아질 때 국민들이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며 "국민들이 (여론조사의) 편향성 여부를 판단하지 못하고 높아졌다, 떨어졌다만 받아들이게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도 이날 통화에서 "교과서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여론조사는) 현재 여론이 어떤지만 조사해야 한다"면서도 "여론조사업체가 일부 진영과 결탁을 하게 된다면 여론조사를 통해서 여론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가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여론조사가 우리 사회의 여론을 진단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공론을 형성하는 힘을 발휘하는 것과는 달리, 그 힘에 따르는 책임은 너무나 가볍기만 하다.


선거여론조사업체로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하기 위해서는 △전화면접조사시스템 또는 전화자동응답조사시스템을 사거나 빌리고 △3명 이상의 상근 직원을 고용하며 △10회 이상의 여론조사 실시 실적이나 여론조사 관련 매출액이 연 5000만 원 이상이어야 한다.


기준이 느슨하다보니 선거여론조사업체는 등록제 시행 이래로 매해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7년 등록제 시행 당시에는 27개 업체로 시작했으나, 그해에만 33개 업체가 신규 등록했다. 2018년에는 22개, 2019년에는 7개, 2020년에는 11개, 지난해에는 14개 업체가 신규 등록했다.


올해도 지난 14일에 신규 등록한 김어준 씨의 '여론조사꽃'을 포함해 12개 여론조사업체가 신규 등록을 마쳤다. 등록한 여론조사업체는 총 92개 업체다. 이웃 일본의 정치여론조사업체가 20개에 불과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여심위에 등록한 여론조사업체 92개 중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을 통해 확인되는 업체들을 대상으로 살펴보면, 잘 알려진 여론조사업체 중 일부는 자산이 2억 원에도 미달하는 경우가 있다. 정례조사로 잘 알려진 유명 업체도 자산이 10~20억 원 수준인 곳이 있다.


영세한 군소업체들이 난립하다보니 느슨한 기준조차 맞추지 못해 등록취소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2018년에 3개 업체가 등록취소됐으며, 2019년에는 7개, 2020년에는 11개, 지난해에는 9개 업체가 등록취소됐으며, 올해는 이날까지 4개 업체의 등록이 취소됐다. 개중에는 등록이 취소됐다가 선거가 있는 해에 재등록을 하고, 선거가 끝난 뒤 다시 등록이 취소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나마도 여심위 등록을 회피하는 방식으로 정치 여론조사를 하면, 해당 업체는 여심위에 등록할 필요조차 없게 된다. 여심위의 등록 기준을 맞출 필요가 없는 것은 물론, 조사 녹음파일과 응답기록을 6개월간 보관하도록 하는 사후통제 관련 규정으로부터도 자유로워지는 셈이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 여론조사를 실시해 정치권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킨 업체의 경우, 동일한 사업장에 버젓이 지난 2017년 등록제 시행과 동시에 여심위에 등록을 마친 여론조사업체가 있는데도 일부러 별도 법인을 설립해 여심위에 등록하지 않는 방식으로 설문을 실시했다. 그 이유를 놓고 논란이 분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여심위에 등록해야 하는 '정치 관계 여론조사'의 범주를 확대하고, 등록시에 일정 금액 이상의 자본금 등을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여론조사 실시 실적과 연 매출액 중 하나가 아니라 둘 모두를 등록요건으로 하고, 4대 보험에 가입한 상근 직원의 기준도 늘려야 한다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종근 시사평론가는 "여론조사가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공익성과 공공성이 있어야 한다"며 "여론조사업체에 대한 신뢰도를 확보하기 위해 선관위나 여심위에서 기준을 강화해야 하겠다"고 지적했다.


다만 지난 2014년 군소인터넷매체의 난립이 사회문제가 되자 4대 보험에 가입한 취재·편집인력 5인 이상을 고용한 매체만 등록을 받아주는 방향으로 신문법 개정이 이뤄졌으나, 헌법재판소에서 과잉금지원칙 위배로 위헌 결정이 난 적이 있다.


같은 판단이 적용된다면 자본금·실적·매출액·고용인력을 기준으로 등록 규제가 이뤄질 경우, 위헌 소지가 없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등록을 일률적으로 규제하기보다는 업계 종사자의 인식 개선과 함께 사후 관리·감독과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엄경영 소장은 "연 매출 5000만 원, 인력 3명 이상이라는 기준이 너무 완화돼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데, 무조건 (등록) 규제를 강화하는 것만이 꼭 맞는지는 논란이 있을 수 있겠다"며 "일률적으로 규제하기보다는 여론조사업체 관계자들의 윤리의식과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되, 객관성을 위반했을 경우 퇴출이나 강력한 과태료 등 (관리·감독) 장치를 두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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