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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의 6개월" 손학규, 향후 행보는


입력 2008.07.02 17:03 수정         김현 기자 (hyun1027@ebn.co.kr)

당분간 휴식 취할듯 "차기대권 위해선 한나라당 꼬리표 떼야" 지적도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지난 1월 11일 당시 대통합민주신당 당 대표 취임식에서 취임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고난의 6개월이었다.”

통합민주당의 법적 대표인 손학규 대표가 오는 6일 대표직에서 물러난다. 대선 참패 이후 지난 1월 10일 통합민주당의 전신인 대통합민주신당의 대표로 선출된지 6개월여 만이다.

손 대표의 한 측근은 2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어렵고 순탄치 않은 길이라는 것을 예상하고 대표직을 맡았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고난의 6개월”이라는 평가처럼 손 대표는 대통합신당 대표 취임 후부터 최근의 쇠고기 정국까지 시련의 연속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꼬리표는 떼어질 틈도 없이 줄곧 정체성 논란에 휘말리는가 하면 잠재적 대권주자인 탓에 손 대표의 정치적 결단과 행위는 ‘차기 대권을 위한 행보’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특히 최근 민주당이 장외투쟁까지 나선 쇠고기 정국에선 ‘등원론’을 밀어붙이다 당내 강경파의 반대 여론에 부딪히자 한발 물러서는 등 ‘리더십 부재’라는 비판론에 직면키도 했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손 대표의 당 운영을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우유부단· 리더십 부재·현실정치에 대한 적응력 부족”이라고 꼬집었다.

‘선거’라는 특수상황이긴 하지만, 당 대표 경선에 나선 당권주자들도 손 대표에 대한 평가는 냉담한 게 사실. 당권주자들은 전날 광주에서 열린 광주·전남 대의원대회에서 “좌고우면하다 대안세력으로 평가를 못 받았다”(정대철), “문제의 핵심을 보는 데 소홀했다”(추미애), “민주당이 쇠고기 문제에 대해 외톨이, 외딴섬처럼 남았다”(정세균) 등의 혹평을 쏟아냈다.

통합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한 이인제 의원이 지난 4월 13일 저녁 공천을 확정짓는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나오던 손학규 대표의 손을 잡고 원내대표실로 들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 대표는 18대 총선을 앞둔 지난 2월 박상천 대표가 이끌던 민주당과의 합당을 통해 야권의 통합을 이뤄냈고, “70석을 넘기면 다행”이라고 부정적으로 전망되던 총선에선 ‘박재승 카드’를 꺼내들고 이른바 ‘공천혁명’을 단행해 81석을 얻는 선전을 펼쳤다.

게다가 영남권에서도 의석을 확보, 153석을 얻은 한나라당도 이루지 못한 전국정당을 만들었다. 총선 이후 전개된 쇠고기 정국의 영향도 있었지만, 6·4 재보궐 선거에선 참여정부에서부터 이어져 온 ‘재보궐 선거 전패’라는 지긋지긋한 사슬도 끊어냈다.

손 대표의 측근은 “손 대표가 통합 과정에서 여러 가지 진통을 겪으며 당 대표로서 여러 계파로부터 공격과 비난을 당했고 자신의 결단에 따른 책임을 져야겠지만, 민주당과 통합과 전국정당화를 이뤄냈고, 당이 안정 되면서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것 등은 인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컨설팅 업체인 <포스 커뮤니케이션> 이경헌 대표는 “손 대표의 지난 6개월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전제한 뒤 “대선 참패 이후 갈등과 분열이 심화될 수 있었는데 중립적인 손 대표가 이 같은 갈등과 분열을 봉합하는데 일조했고 특정계파의 수장이 아니었던 손 대표가 당의 균열을 방지하면서 총선을 치러낸 것은 ‘중립적 리더십’을 인정받은 측면이 있다”고 긍정평가했다.

이 대표는 그러나 “한나라당 출신인 손 대표가 무색무취한 리더십을 드러내면서 민주당의 기존 정체성을 뚜렷이 하지 못하는 등 노선 정립에 방해가 됐고, 손 대표 개인이 갖는 정체성과 당에 온전히 착근하지 못한 한계는 쇠고기 국면에서 일사분란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전략적 실수를 자초한 측면이 있다”면서 “어쨌건 손 대표는 이번 전당대회를 종점으로 관리형 대표로서 자신의 역할과 임무를 완료한 셈”이라고 짚었다.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원혜영 원내대표가 지난 달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무언가 논의하고 있다.

손 대표는 일단 대표직에서 물러난 이후 휴식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측근들에게 “이젠 좀 쉬고 싶다”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라이벌 관계에 있는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은 이날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지만, 손 대표는 특별한 해외 출국 일정을 잡고 있지 않다.

측근 중에선 “쇠고기 정국에 손 대표가 그냥 있겠느냐”며 역할론을 제기하는 주장도 나오지만, “차기 지도부를 위해 전면에 나서는 일은 없을 것이고 그렇게 해야 한다”는 얘기가 대체적이다.

이 대표는 “손 대표가 퇴임 후엔 정치적 휴지기를 가질 수밖에 없다. 잠재적 대권주자인 손 대표로선 가장 중요한 것이 차기 대선이기도 하겠지만, 실제론 2년 후 지방선거가 대선승패를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이기 때문에 2년 후 새롭게 제시할 당의 비전과 변화된 리더십을 준비하는 기간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자기 자신의 새로운 리더십과 조직을 정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특히 “손 대표는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온전히 떼지 못해 계속 발목을 잡혀왔다”면서 “손 대표로선 이 부분을 어떻게 탈색하고 변환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과제로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현 기자 (hyun1027@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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