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사무국 "선수 구성 등 어려움..." 이유로 취소 통보
대승적 차원에서 개최 수락한 KBO 당혹·팬들 실망
시기·티켓값 등 무리한 추진..합리적인 다음 대회 모색해야
메이저리그(MLB) 월드투어가 개막 2주 남겨놓고 결국 취소됐다 .
짐 스몰 MLB 인터내셔널 수석부사장은 지난 29일 대행사를 통해 “현실적으로 봤을 때, 한국 야구팬들이 당연히 누려야 할 높은 수준의 경기를 마련하기 힘들다고 판단, 예정했던 투어 일정을 취소하게 됐다”며 “한국 팬들에게 사과의 말씀드리며 향후 한국에서 (MLB)행사가 열리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롭 맨프레드 MLB 커미셔너는 허구연 KBO 총재에 유감을 표하는 서신을 보냈다.
다음 달 11일부터 15일까지 부산과 서울서 막을 올릴 예정이었던 이번 행사는 MLB 사무국에서 리그 홍보를 위해 KBO(한국야구위원회)에 몇 차례 개최를 요청하면서 진행됐다. 올해 초 MLB가 주최사를 확정한 뒤 지난 4월 롭 맨프레드 MLB 커미셔너가 한국 측에 공식적으로 대회 개최(4경기)를 제안했다.
11월이라는 시기 등을 놓고 볼 때, 무리가 따르는 것은 알지만 야구 흥행을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수락했던 KBO는 ‘팀 KBO’와 올스타팀 ‘팀 코리아’를 구성해 경기를 준비해왔다. 포스트시즌에 출전하는 선수들과 은퇴식을 치른 이대호(롯데 자이언츠)도 명단에 포함됐다.
우려 속에도 기대만 키웠던 MLB 월드투어는 결국 무너졌다. 준비가 너무 부족했다. 올해 초 공식 기자회견에서 “깜짝 놀랄 만한 선수들이 (한국에서 열리는 MLB 월드투어에) 참가할 것”이라고 말했던 스몰 부사장의 자신만만했던 기운은 온데간데없다.
당초 기대와 달리 MLB 측이 공개한 명단에는 슈퍼스타가 없다. 두 차례에 걸쳐 총 10명이 공개됐는데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 앨버트 푸홀스(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매니 마차도(샌디에이고) 등 한국 팬들이 기대했던 빅리거 스타는 1명도 없었다.
살바도르 페레스(캔자스시티 로열스), 스티븐 콴(클리블랜드 가디언스) 정도에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최지만(탬파베이 레이스), 박효준, 배지환(이상 피츠버그 파이리츠) 등 한국인 빅리거가 전부였다.
기대치를 한껏 끌어올린 상황에서 티켓 가격은 최저 6만원에서 최고 39만원대에 이르렀다(고척 스카이돔 기준). 이런 선수 구성으로 이 수준대의 티켓 가격이라면 흥행 참패는 불 보듯 뻔했다. 티켓 예매 상황을 지켜보던 야구 관계자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고 결국 파행으로 귀결됐다.
일각에서는 취소를 놓고 “차라리 잘 됐다”고 말한다. 프로야구 흥행을 위한 재료라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를 앞두고 치르는 국가대표 평가전도 아닌데 선수들을 차출했다가 자칫 부상이라도 당하면 큰 낭패다.
포스트시즌을 치르고 바로 합류하는 선수들에 비해 정규시즌을 마치고 회복 훈련 시기라는 점과 실전 감각이 떨어진 상황에서 치르는 경기라 부상 위험도도 높다. 경기력도 좋기 어렵고, 부상의 위험도만 높은 상태에서 뛰게 된다는 얘기다. 시즌 후 월드투어보다 지난 2019년 일본 사례처럼 MLB 정규시즌 개막전을 국내서 개최하거나 김하성 소속팀 샌디에이고와의 시범경기 국내 개최 등이 더 큰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무리하게 강행하느니 아쉽지만 탄탄하게 다음을 모색하는 길이 차라리 잘 됐다는 평가가 설득력을 얻는다. 그래도 기대했던 팬들의 허탈함은 없앨 수 없다. KBO는 이번 파행에 따른 직접적인 책임을 져야 할 위치는 아니지만, 실망한 팬들과 경기일정에 따라 준비한 선수들이 입은 피해 등에 대한 유감을 MLB 측에 전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