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방역해제 후 대규모 축제 인파몰림 예상 못해
밀집도 통제·제한 없어…인파관리 대책 부족해
"정부당국, 군중 규모 모니터링·경찰 추가배치 했어야"
양방향 통행이 사고 증폭·비탈길로 상황 악화 가능성
이태원 압사 참사와 관련해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후 처음 맞는 대규모 축제에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 만큼 밀집도를 통제할 수 있는 대책이 부족했다는 외신들의 지적이 나온다.
CNN은 30일(현지시간) "이태원에서는 코로나19 거리 두기 제한이 풀리고 처음으로 대대적인 핼러윈 행사가 열릴 것이라고 예상됐다”면서 “마스크 착용 의무도, 군중 규모에 관한 제한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줄리엣 카이엠 미 재난관리 전문가는 CNN 인터뷰를 통해 "당국이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했어야 했다”며 “당국은 사람들을 대피시킬 수 있도록 실시간으로 군중 규모를 모니터링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에서 핼러윈은 어린이들이 사탕을 얻으러 가는 날이 아닌 젊은 세대가 핼러윈 특유의 복장으로 클럽에 가는 이벤트로 변질됐는데, 특히 이태원에선 핼러윈 파티를 여는 클럽과 바가 많고 이번 참사 사망자 대부분이 20대 등 젊은 층인 점을 우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고가 발생한 이태원에서 방문객 유입을 주시하기 위해 배치된 200여명의 경찰인력이 밀집도 관리가 아닌 마약이나 성 관련 범죄를 수사하는 임무를 맡았던 점을 지적했다. 미군 기지와 가깝고 외국인과 미국 문화와 밀접한 이태원에서 젊은층 사이 핼러윈 행사가 인기를 얻으며 인파가 몰렸지만 당국이 방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법적으로 사전에 당국에 신고해야 하는 대규모 집회와 달리 핼러윈 축제에 이태원을 찾던 인파는 대규모 행사 주최에 필요한 인파 제한이나 허가 없이 자유롭게 밀집됐던 점을 지적했다. 여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탈길을 걷고 있던 점이 상황을 악화시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제시했다.
폴 워트하이머 군중 안전 전문가는 WSJ에 "법 집행기관이 클럽 경비원처럼 골목길에 대한 접근을 관리했어야 한다"며 "좁은 공간에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렸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도 한국 정부는 거리 두기 해제가 된 올해 더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파를 통제하기 위해 경찰 인력을 더 투입했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에서 발생한 가장 치명적인 재난 중 하나라고 평하면서 비극을 초래한 원인에 대한 조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좁은 거리와 골목길이 몰려드는 인파의 규모를 감당할 수 없던 점을 지적했다.
WP는 시민사회를 연구하는 G. 케이트 스틸 영국 서퍽 대학교 객원교수를 인용해 지난 1년 동안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풀린 점이 최근 인파급증의 요인으로 작용한 점을 짚었다. 그러면서 대규모 인파 급증에 밀집도를 통제할 수 있는 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군중 시뮬레이션 등을 연구하는 마틴 에이머스 영국 노섬브리아대 교수는 "위험도가 높은 군중 밀집도를 예측·감지·방지하는 적절한 군중 관리 프로세스가 이행되지 않는 한 이러한 일들은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메디 무사이드 베를린 막스 플랑크 인간 개발 연구소의 군중행동 연구원은 이태원 참사 관련 영상을 보고 일방통행이 아닌 양방향 흐름이 사고를 증폭시켰다며 일방향에서도 발생하는 종교 순례의 군중 압사사고와 다른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슬람 교인들이 하지(성지순례)를 위해 성지인 사우디아라비아 메카를 찾으며 최악의 압사사고를 거론했다.
다만 그는 "이태원에 더 많은 경찰이 배치됐어도 이번 비극을 막을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입장권이나 인원수 제한이 있는 계획된 장소가 아니었기 때문에 예측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