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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업계, 잇따른 예약취소 ‘한숨’…이태원 참사 후 다시 위축


입력 2022.11.05 06:41 수정 2022.11.05 06:41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조용한 연말 준비하는 소비자 크게 늘어

술자리나 모임 등 단체 예약 잇따라 취소

자영업자, 지자체 영업중단 권고에 ‘한숨’

또다시 어려움에 봉착…“생태계 붕괴 우려”

지난해 8월 서울 용산구 이태원 세계음식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뉴시스

이태원 참사 이후 애도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잇따른 회식 취소로 외식업계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애도하는 건 모두 한마음이지만, 이를 계기로 소비심리마저 얼어붙을까 연말을 앞둔 소상공인들은 냉가슴을 앓는 모습이다.


5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이태원 압사 참사의 영향으로 조용한 연말을 준비하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충격을 받은 시민들은 술자리나 연말 모임 등 약속을 취소하는 분위기다. 일부 시민들은 애도기간이 지나도 단체 모임 등의 약속은 잡기 어려울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사태로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일반 피자와 치킨 등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배달 수요가 적은 데다, 업종 특성상 집객이 안되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다. 배달과 함께 1인가구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이태원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사건 사고가 한 번 터지면 유동고객들이 현저히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며 “특히 외식 매장의 경우에는 오프라인 매장 매출이 워낙 크기 때문에, 집객이 안되는 상황에서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세계음식거리의 한 매장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있다.ⓒ뉴시스
◇ 지자체 휴업 권고…“두 번 무너지는 자영업자”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은 말도 못 할 지경이다. 최근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단체 예약이 모두 취소돼 어렵다는 글이 수두룩하다. 불경기에 코로나까지 버텼는데 생계 때문에 이제 더는 힘들다는 하소연이 잇따르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 3년간 코로나로 생계를 위협받고, 최근엔 고물가에 시름하던 와중이라 이들이 느끼는 고충은 더욱 크다. 연말 대목 실종에 대한 불안감도 높다. 최근 환율·금리·유가 고공행진이 이어진데다 이번 대형 참사로 소비심리가 더욱 위축되는 건 아닌지 걱정하고 있다.


여기에 서울시가 강남구청, 용산구청, 영등포구청 등을 통해 배포한 ‘이태원 핼러윈데이 사고 관련 식품접객업소 안전관리 강화 요청’ 공문이 어깨를 더욱 무겁게 만들었다. 이 공문에는 ‘핼러윈 기간까지 자발적 영업 중단 및 특별행사 자제를 권고드린다’는 문구가 포함됐다.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A씨는 “정부의 권고에 두 번 무너졌다. 도대체 왜 일상을 멈추고 애도를 해야 하는 것인지, ‘생업 포기 강제 애도’가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당장 우리도 예약이 취소돼 미치겠는데 이태원 상인들은 오죽하겠냐”고 반문했다.


특히 이태원 상인들의 근심이 깊다. 용산구가 자체 애도 기간을 정부의 국가애도기간보다 긴 11월 말까지로 정하고, 해당 기간의 모든 행사, 회의 등 단체활동 프로그램을 중단하기로 하면서 애도를 넘어 지역 생태계가 붕괴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이태원 참사 후 가게 문을 닫고 애도에 동참했던 일부 상인들은 영업을 재개했다. 생명을 잃은 젊은 영혼들을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에 가게 문을 닫고 애도를 해야 하지만, ‘먹고 살기 위해’ 어쩔수 없었다는 게 이들의 목소리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자영업자 B씨는 “2년 전 이태원 클럽발(發) 감염 피해로 진 빚을 아직 다 못 갚았는데 이번 일이 터져 막막할 따름”이라며 “참사 희생자 유족의 슬픔에 공감하지만, 애도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 살아남은 사람은 일상을 이어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호소했다.


실제로 지난 2020년 이태원발 코로나19 확진자가 전국구로 퍼져나면서 외식업계는 ‘셧다운 공포’에 직면한 바 있다. 그해 5월을 기점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 속 거리두기’로 완화되는 시점이었으나 재점화 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면서 인근 상인들이 큰 피해를 봤다.


같은해 경기 침체와 주한미군 부대 이전까지 겹치면서 이태원 상권은 이른바 ‘3중고’를 겪었다. 젊은층 유동인구가 크게 줄면서 주로 보세 잡화점과 음식문화거리의 클럽, 주점 등이 직격탄을 맞았다. 임대료로 인해 상가 공실률은 크게 높아졌다.


이태원에서 햄버거집을 운영하는 C씨는 “코로나 사태 이후 ‘이태원발’이라는 낙인으로 한동안 어려웠는데, 잇따라 악재가 터지니 피해가 극심한 상황이다”며 “마음이 아프지만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막막한 것도 사실이다. 이미 상당수의 자영업자들이 이곳을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거리두기 해제 이후 이제 막 활기가 돈다 싶었는데, 남은 겨울 혹독한 추위를 견뎌내야할 것 같다”며 “가게 문을 열고 닫고 여부로 상인들을 비판하고 오해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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