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채 발행 제한에 경쟁 가속
시중銀도 연내 5% 돌파할 듯
은행권의 예·적금 금리가 고공행진 중이다. 한국은행의 지속적인 기준금리 인상에 레고랜드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에 따른 자금조달 경쟁이 더해지며 이자율 상승 곡선을 더욱 끌어 올리는 형국이다.
지방·외국계 은행은 물론 연말쯤이면 대형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도 5%를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예테크(예금+재테크) 족의 주판알 튕기기는 한층 분주해질 것으로 보인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권의 정기예금 금리가 5%대로 진입했다. IBK기업은행의 ‘성공의 법칙 예금’과 전북은행의 ‘JB 1·2·3 정기예금’이 각각 5.33%, 5.30%의 금리를 제공 중이다. 외국계 은행에서는 SC제일은행이 별다른 우대금리 없이 ‘e-그린세이브 예금’을 통해 연 최고 5.10%를 선보이고 있다.
대형 시중은행의 정기 예금 금리는 4% 중후반대를 기록중이다. 4대 은행의 주요 관련 상품 금리는 ▲KB국민은행 'KB Star 정기예금' 4.96% ▲신한은행 ‘쏠편한 정기예금’ 4.70% ▲하나은행 ‘하나의 정기예금’ 4.85% ▲우리은행 'WON 기업정기예금' 4.94% 등을 기록하고 있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정기예금 금리는 평균 연 1~2% 안팎에 그쳤다. 적금 금리 상승세도 괄목할만 하다. 은행권 정기적금 최고금리는 13%대 수준이다.
현재 가장 금리가 높은 곳은 광주은행이다. 광주은행의 ‘행운적금’은 우대금리를 포함 연 최고 13.70%의 금리를 준다. 제 1금융은 물론 저축은행까지 포함해도 최고 수준이다. 하나은행의 'Best 11 적금'은 11.00%의 금리를 제시하고 있다. 이 상품은 기본금리 연 2.8%에 카타르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의 최종 성적에 따라 특별 우대금리를 주는 방식이다. 이 외 케이뱅크의 ‘코드K 자유적금’이 최고 금리 연 10%다.
최근 은행 수신금리가 가파르게 오른데에는 기준금리 상승은 물론 은행채 발행 축소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금융당국은 레고랜드 사태 후폭풍으로 자금경색 우려가 거세지자 은행채 발행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은행들은 은행채 발행과 예적금 유치로 자금을 조달하는데, 은행채 발행이 막히자 정기예금을 통한 수신 확보에 주력하는 것이다. 금리인상기 속 금융사들이 자금 조달 유치경쟁에 뛰어들면서 수신 금리가 더욱 높아지는 상황이다. 은행으로썬 조달비용이 높아져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예적금 금리가 뛰면서 은행으로 돈이 몰리는 ‘역머니무브’ 현상도 가속화 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예금은행의 수신 잔액은 2252조1000억원으로 전월 보다 6조8000억원 늘었다. 특히 정기예금에만 한 달 새 56조2000억원이 몰렸다. 이는 2002년 1월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후 월 기준 역대 최대 증가 폭이다.
반면 수시입출금식 예금은 44조2000억원이 이탈했다.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은 입출금 통장에서 빠져나간 돈이 고금리 예금으로 들어간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는 “채권시장 안정을 위해 은행채 발행은 억제하는 가운데 유동성 공급은 확대되며 정기예금 조달 확대가 예상된다”며 “당분간 은행권 수신 금리와 잔고 변동폭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