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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검찰 '김봉현 영장' 세 차례나 기각하더니…결국 전자발찌 끊고 전국 활보


입력 2022.11.11 18:36 수정 2022.11.11 18:56        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보석 조건으로 전자장치 부착 명령받은 김봉현…외출 자유로운 감시 사각지대 놓여

이상징후 감지한 검찰 "보호관찰소서 24시간 밀착 감시 필요" 요청하기도

공판 1시간30분 앞두고 전자장치 끊어…법원 보석 취소 청구받아들였으나 종적 감춰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회장 ⓒ연합뉴스

1조6000억 원대 피해를 입힌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김봉현(48)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11일 전자장치를 끊고 도주하기 전까지 검찰은 그의 신병 확보를 세 차례 시도했지만 모두 무산됐다.


김 전 회장은 보석 조건으로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받았다. 그러나 주거제한만 있고 외출은 자유롭게 할 수 있었던 데다 전자장치를 훼손했을 때 처벌할 근거도 없어 감시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수원여객과 스타모빌리티 자금 수백억 원을 빼돌리고 정치권과 검찰에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가 지난해 7월 보석 석방됐다. 조건은 보증금 3억 원과 주거제한, 도주 방지를 위한 전자장치 부착 등이었다.


검찰은 불구속 재판을 받는 김 전 회장이 중형에 대한 우려 때문에 선고기일이 다가올수록 도주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우선 별건 혐의 구속영장 카드를 꺼냈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9월 14일 비상장 주식과 관련한 91억 원대 사기 혐의로 김 전 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한 차례 불출석하자 도주를 우려해 같은 달 20일 구인영장도 집행했다.


법원은 같은 날 김 전 회장의 영장실질심사를 열고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보석 이후 1년 넘는 기간 재판에 출석하면서 보석 조건을 위반하는 행동을 했다고 보기 어렵고,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검찰은 김 전 회장과 함께 수감생활을 한 이들로부터 그가 중국 밀항을 준비하고 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도주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밀항 준비와 관련한 구속사유를 보강해 지난달 7일 구속영장을 재차 청구했다.


그러나 두 번째 구속영장 청구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지난달 12일 "보석 결정의 취지가 충분히 존중돼야 하고 보석 이후 현재까지 취소사유(도주나 증거인멸)에 해당할 만한 사정 변경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구체적으로는 ▲ 전자장치 부착 등을 조건으로 보석 결정이 된 점 ▲ 보석 결정보다 이전의 범행으로 이번 사건 구속영장이 청구된 점 ▲ 이미 기소된 관련 사건의 범죄사실이 훨씬 무거워 보이는 점 ▲ 보석 석방된 후 재판에 성실히 출석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두 차례 신병 확보에 실패한 검찰은 애초 석방 당시로 돌아가 보석 결정을 취소해달라고 지난달 26일 법원에 요청했다.


검찰은 이틀 뒤 열린 공판에서 "보석을 취소해 사회적으로 큰 피해를 가져온 라임 사건 주범의 도주를 막아야 한다"며 "김 전 회장이 재판 기간 중 성실히 출석했다는 점이 선고기일 출석을 보장해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전 회장은 이날 오후 결심공판을 1시간30분 앞둔 오후 1시30분께 경기 하남시 팔당대교 부근에서 전자장치를 끊었다.


법원은 이날 도주 사실이 알려진 직후 보석 취소 청구를 받아들였지만 이미 김 전 회장이 종적을 감춘 뒤였다.


검찰은 최근 결심공판을 앞두고 김 전 회장 변호인단이 사임하는 등 이상징후가 감지되자 보호관찰소에 그를 24시간 밀착 감시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2020년 8월 '전자장치부착 조건부 보석(전자보석) 제도'를 도입한 이후 ▲ 재택구금 ▲ 외출제한 ▲ 주거제한 등 방식으로 도주 시도를 차단하고 있다.


그러나 전자장치 부착을 조건으로 풀려난 피고인이 보석 중에 전자장치를 훼손하고 도주하더라도 처벌할 근거는 없다.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전자장치 부착법)은 피부착자가 전자장치를 끊으면 7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 조항은 성폭력·살인·강도·유괴 등 특정 강력범죄를 저질렀다가 전자장치를 차고 석방된 경우 적용될 뿐 전자보석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법조계의 일반적 해석이다.


'함바왕' 유상봉(76)씨도 보석 중이던 지난해 7월 전자장치를 끊고 도주했다가 보름 만에 붙잡힌 바 있다. 당시에도 보석 중 전자장치 훼손을 처벌할 수 없는 법률의 미비점에 대한 지적이 제기됐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개선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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