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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꽃길' 준비하는 삼성전자…맷집으로 버티고 투자로 장악력 확대


입력 2022.11.18 12:07 수정 2022.11.18 12:07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반도체 업황 악화에도 연간 54조 시설투자 '승부수'

30년 축적된 승자 DNA+129조 실탄 보유 자신감

내년 반도체 반등시 유연한 제품 공급으로 MS 확대 전망

혼자 꽃길 준비하는 삼성전자…맷집으로 버티고 투자로 장악력 확대

삼성전자의 정공법이 이번에도 통할까. 반도체 위기마다 감산 대신 버티기로 승부해온 삼성전자의 전략이 내년에도 먹힐지 관심이다.


이 같은 자신감은 120조원을 초과하는 실탄과 내년부터 업황이 다시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굳게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시설투자도 최대 규모인 54조원으로, 장악력 확대에 누구보다 빠르게 나서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시황 악화로 삼성전자를 제외한 글로벌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감산과 투자 축소를 골자로 한 긴축 정책을 앞다퉈 발표했다.


대만 TSMC는 연말까지 설비투자액을 360억 달러(51조4000억원)만 집행하겠다고 했다. 당초 목표치 400억 달러에서 10%를 하향 조정한 것이다. 미국 인텔 역시 올해에만 판매·운용비용에서 30억 달러(4조3000억원)을 절감하는 등 2025년까지 최대 100억 달러(14조2000억원)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마이크론도 최근 D램과 낸드플래시 공급량을 2분기 보다 20% 줄이고, 설비투자도 축소한다. 낸드플래시 부문에서 2위를 달리는 일본 키옥시아도 지난달부터 생산량을 30% 줄였다.


SK하이닉스는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진단, 10조원대 후반으로 예상되는 올해 투자 규모를 내년에는 절반 이상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수익성이 낮은 제품은 감산한다. 글로벌 수요 부진이 PC, 스마트폰, 슈퍼컴퓨터 등 전방위로 확산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반영됐다.


실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하루가 다르게 곤두박질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의 10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평균 2.21달러로 전월(2.85달러)와 견줘 22.46% 떨어졌다.


낸드플래시 가격도 하락세다. 지난달 낸드플래시 범용제품(128Gb 16Gx8 MLC)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4.14달러로 전월(4.30달러) 보다 3.73% 하락했다. 고물가·고금리로 인한 경기 침체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판매가 크게 줄어든 영향이다.


경제 전망이 불확실해 4분기는 3분기 보다 더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잇따라 감산, 투자 축소 방침을 발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요자 우위 시장에서는 공급을 줄이는 것이 최선이지만, 삼성전자는 이번에도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는 기조를 분명히하며 정공법을 택했다. 1996년 이후 한결같이 유지하고 있는 이 전략이 또 다시 삼성을 살리는 묘수가 될지 관심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30년간 이어진 크고 작은 반도체 전쟁에서 끝까지 살아남은 경험을 갖고 있다. 위기 때 마다 경쟁사들이 몸집 줄이기에 나선 것과 달리 홀로 버티기와 투자 전략을 구사하며 승자로 우뚝 선 것이다.


실제 2009년 당시 극단적인 출혈경쟁으로 제품 가격이 폭락한 상황에서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불어닥치며 독일 키몬다(Qimonda)가 파산했다. 이후 세계 3위 D램업체였던 일본 엘피다는 정부의 대규모 공적자금 투입에도 D램 가격 폭락과 엔고를 이겨내지 못하며 미국 마이크론에 경영권을 넘겼다.


반복되는 불황 사이클 속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여러 글로벌 기업들의 흥망성쇠를 거쳐 오늘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빅3' 체제로 안착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든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도 이 기간 급격히 뛰었다. 2000년 당시 18.9%였던 D램 점유율은 치킨게임을 거쳐 2009년 33.6%, 2010년 37.4%로 올라섰으며 2011년에는 처음으로 40%를 돌파했다. 올해 2분기 기준 점유율은 43.4%다. 낸드플래시는 33.1%로 역시 1위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삼성전자

승자 DNA를 축적한 삼성전자는 반도체 한파에도 감산은 커녕 오히려 투자를 늘리며 시장 장악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공급을 줄이지 않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타격은 불가피하겠지만, 내년부터 안정 기조를 되찾을 반도체 시장을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이 같은 전략을 유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지난달 3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메모리반도체 감산 가능성에 대해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는 게 삼성전자의 기조"라며 "다만 시장에 심각한 공급 부족이나 과잉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경쟁사들의 감산으로 전체 공급량 축소가 예상되는 가운데 삼성마저 이 행렬에 동참할 이유가 없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내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공급이 줄고 수요가 점진적으로 반등하면 시장 회복 시기는 그만큼 빨라진다. 가장 수혜를 볼 곳은 '규모의 경제'를 구현한 삼성전자다.


NH투자증권은 "업체들의 투자 축소, 감산으로 실제 공급이 감소하기까지는 6개월 가량의 시간이 소요된다. 최근 시작된 웨이퍼 투입 축소로 수급이 개선되는 시점은 내년 2분기로, 2023년 3분기부터 메모리 업황 개선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삼성의 자신감은 업황 회복 전망 뿐 아니라 120조원을 넘어서는 실탄도 한몫한다. 올해 3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보유액은 약 129조원이다. 반도체 2위인 SK하이닉스의 현금성 자산이 약 7조원인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다.


삼성전자가 배짱있게 대규모 설비 투자에 나서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올해 삼성전자의 연간 설비투자 규모는 54조원이다. 지난해 투자액 보다 5조8000억원 많다. 이 수치는 고금리·고환율 여파로 인한 늘어난 비용을 감안하더라도 경쟁사들과 비교해 가장 두드러진다.


올해 사법족쇄에서 풀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네덜란드, 사우디아라비아 정상들을 잇따라 만나고 국내외 사업장 행보를 강화하는 것도 반도체 호황 사이클을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읽힌다. 이와 관련 추가 M&A(인수·합병) 기대감도 나온다.


다만 호황 사이클을 기대하기에 앞서 재고 관리는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삼성전자의 3분기말 재고자산은 57조3198억원으로 전년 41조3844억원과 비교해 약 16조원 증가했다.


가전·IT·모바일 부문인 DX 재고자산은 27조원으로 전년 22조원 보다 5조원 늘었고 반도체 사업인 DS 부문의 경우 10조원 증가한 26조원에 달했다. 삼성디스플레이(SDC)도 재고자산 규모가 2조5000억원을 넘어선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은 경기에 상관없이 반도체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그것이 30년 메모리 반도체 1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며 "내년 업황 회복이 가시화되면 경쟁사 대비 유연한 공급 전략으로 단숨에 시장점유율 제고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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