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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P상한제는 미봉책, '전기요금 빅스텝' 밟아야 [유준상의 돌직구]


입력 2022.11.25 07:00 수정 2022.11.25 07:00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SMP상한제는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격'

원자재 가격 상승분 전기소비자 부담하는

전기요금 인상이 전력시장 정상화 바른 길

서울 시내의 한 다세대 주택에 설치된 전기 계량기 모습. ⓒ뉴시스

한국전력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꺼내든 카드인 'SMP(전력도매가)상한제'가 뜨거운 감자다. 이 제도가 시행될 경우 SMP 상한은 1킬로와트시(㎾h)당 160원 수준으로 제한된다. 정부는 전기사업자를 보호하기 위한 처사라고 주장하지만,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는 민간 발전업계는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격'이라며 반발하는 모양새다.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SMP상한제 도입 배경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전부터 전기요금 원가주의를 실현하겠다고 공표해왔다. 왜곡된 전력판매시장을 정상화하겠다는 의지였고, 이로써 새 정부 출범 이후 대규모 요금 인상은 예고된 것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집권 이후 당초 입장과 다르게 전기요금 원가주의 실현에 머뭇거렸다. 올해 세 차례(4·7·10월)나 걸쳐 전기요금을 인상했으나 늘어난 발전원가를 전기요금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서 한전은 올해 3분기까지 21조8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한전 적자의 가장 큰 원인은 연료비 상승이었다.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액화천연가스(LNG), 유연탄 등 연료비·전력구매비 등이 2배 이상 급등했지만 전기요금 인상 폭은 그에 크게 못 미쳤다. 주춤거리는 정부 스텝에 한전 손실 규모는 계속 늘어 연말까지 3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시점 정부는 SMP상한제 카드를 만지작거린다. 정부 입장에서 SMP상한제는 발전사업자들의 원성을 살 수 있지만 전기요금 빅스텝 추진으로 전 국민과 정치권의 반발을 감당해야 하는 리스크보다는 부담이 덜하다. 한편으론 전력업계 전체를 살리는 근본 처방이 아닌 손쉬운 임시방편을 정부가 택했다는 시각도 나온다.


SMP상한제를 도입하는 정부 입장은 이해가 되지만 이 제도가 전기요금 빅스텝 대신 꺼내든 대체 카드가 돼서는 안 된다. 러-우크라 침공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에너지 위기가 장기화될 조짐이 일면서 SMP상한제로는 분명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정책 정상화를 근본적으로 실현하려면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최종 소비자가 부담하는 전기요금 빅스텝 혹은 자이언트스텝이 반드시 필요하다.


SMP상한제가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지적받는 점은 따로 있다. SMP상한제를 도입하면 한전은 월 1조5000억원대 절감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전에 전기를 파는 발전사업자는 그만큼 막대한 손실을 본다. 전력업계 전체 파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고 민간업체 주머니를 털어 한전 적자를 보전하는 처사인 것이다.


민간 발전사들은 강력 반발에 나섰다. 재생에너지산업발전협의회와 전국태양광발전협회 등 12개 단체로 구성된 'SMP상한제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신재생에너지와 집단에너지 발전 사업계에 큰 타격으로 이어져 산업 생태계 파괴와 탄소중립 달성 장애물과 국가 경쟁력 훼손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 민간 발전업계 관계자는 "이런 조치는 일단 전기요금을 원가 수준으로 맞춘 뒤에도 적자가 해결되지 않을 때 시행하는 것"이라며 "전기요금을 원가 이하로 눌러 놓고 일부 민간 업체 이윤을 빼 한전의 적자를 메움으로 정부가 전력산업 생태계를 깨뜨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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