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믹스 상폐 결정 이후 500원선까지 폭락…시가총액 3000억원 증발
위메이드 가처분 신청 예정이나 ”상폐 재량 거래소에” 전례에 불투명
FTX 붕괴 여파로 고팍스 40억원 지급 중단…유동성 공급 발표 아직
최근 국내 코인 투자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FTX 붕괴 여파에 따라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고팍스의예치 서비스 출금 중단에 이어 대표적인 김치코인으로 꼽히던 위믹스가 국내 주요 4대 거래소에서 거래지원이 종료되는 등 국내 코인 시장에 악재가 잇따르면서다.
위메이드, 가처분 신청·공정위 제소 투트랙 대응…닥사 “충분히 소명 못해” 입장 견지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등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 협의체인 닥사(DAXA)는 지난 24일 부정확한 유통량을 이유로 투자유의 종목으로 지정했던 위믹스의 상장 폐지를 발표했다. 상장 폐지 사유는 ▲위믹스의 중대한 유통량 위반 ▲투자자에 미흡하거나 잘못된 정보 제공 ▲소명 기간 중 제출된 자료의 각종 오류에 따른 신뢰 훼손 등이다. 위믹스는 내달 8일 오후 3시 이후로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4개 거래소에서 거래가 중단된다.
닥사가 상장폐지 결정을 내린 직후 당일 2000원대에서 거래되던 위믹스 가격은 700원대로 폭락했다. 바로 다음날인 25일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대응방안을 밝혔지만 500원대까지 내려갔다. 가상자산 데이터 플랫폼인 코인앱마켓에 따르면 5000억원 규모이던 위믹스의 시가총액은 1200억원대까지 추락했다. 위믹스는 국내 1, 2대 거래소인 업비트와 빗썸에서 90% 넘게 거래되고 있는 만큼 국내 투자자들이 대규모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은 상황이다.
위메이드가 업비트에 제출한 위믹스 유통량 계획과 실제 유통량 간 차이가 난 것이 발단이 됐다. 계획에 따르면 위메이드는 지난달 말까지 2억4596만개 위믹스를 유통해야 했지만 실제 유통량은 3억1842만개로 약 7200만개를 초과한 물량을 유통한 것으로 드러났다. 10월 중순 가격인 개당 2500원으로 계산하면 2000억에 이른다.
닥사는 이를 문제 삼아 지난달 27일 위믹스를 투자유의 종목으로 지정하고 4주간 거래지원 종료 여부를 심사했다. 위메이드는 디파이 서비스에 담보로 잡혔으나 유통량으로 간주된 위믹스를 회수해 계획 유통량에 맞춘 데 이어 ▲기간별 위믹스 예상 유통량 업데이트 ▲상시 공시시스템 강화 ▲제3자 커스터디(수탁) 업체에 보유물량 수탁 등 재발방지책을 발표했지만 상장 폐지를 막지 못했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위믹스 상장폐지 발표 다음날 간담회를 열고 업비트가 이러한 결정을 주도했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유통량 정의 등 기준 불명확 ▲상폐 과정의 불투명 ▲유통 계획이 없는 코인이 존재함에 따른 불공정 등 세 가지의 이유로 이번 결정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 측은 유통량에 관한 주요 기준을 공유했고 이에 위메이드 측도 동의했다고 해명했다. 불공정 논란에 대해선 비트코인처럼 발행 주체가 없거나 발행 주체가 탈중앙화인 코인은 ‘미제공’으로 표기가 뜬다고 했다. 다만 여기에 “유통량 계획이 없는 코인은 프로젝트팀에 계획 공유를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고 유통 계획을 받지 않은 코인이 있음을 자인하면서 불공정 논란은 점화되는 양상이다.
위메이드는 위믹스 거래 정상화를 위해 법언에 상장폐지 결정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내겠다는 방침이다. 또 4개 거래소가 담합해 공동 상장 폐지를 결정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다만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질지는 불투명하다. 앞서 피카, 드래곤베인 등 상장 폐지된 가상자산 프로젝트들은 각각 업비트와 빗썸을 상대로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재판부가 상장 및 상장 폐지를 결정할 수 있는 재량은 거래소에 있다고 보면서 기각된 바 있다.
닥사는 위메이드가 충분히 소명하지 못했고 위믹스 상장 폐지는 투자자들을 위한 결정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닥사는 28일 공동입장문을 통해 “닥사는 시장 모니터링 과정에서 정상적인 시장 상황이 아닌 위기 상황에 해당하는 경우 이를 공동 대응 사안으로 판단하고 논의를 개시한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채 진행된 소명절차에서 위믹스 측은 충분한 소명을 하지 못했고, 무엇보다도 훼손된 신뢰를 회복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김준우 크로스앵글 대표는 “유통량의 정의는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공시가 모두 다를 수밖에 없다”며 “법률적인 부분이 해결되지 않았지만 전문가 집단에서 유통량 정의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제네시스 파산 가능성에 고팍스 출금 중단…투자의향서 체결했으나 통상 법적 구속력 없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고팍스는 예치 서비스 ‘고파이’ 고객에게 원금과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가상자산 대출업체 ‘제네시스 글로벌 캐피털(이하 제네시스)’에 고객 예치금 운용을 맡기는 방식으로 고파이를 운영해왔는데, FTX 파산 여파로 제네시스가 신규 대여와 상환을 중단하면서 동시에 고팍스도 고파이 상품의 출금이 어려워진 것이다.
고팍스가 지급 연기를 공시한 4개 상품의 총 원리금은 40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태가 장기화돼 내년 초 도래하는 고정형 상품 2개를 포함하면 지급 지연 금액은 320억여 원으로 불어나게 된다.
현재로선 제네시스가 고파이 자금을 상환할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제네시스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우리의 목표는 파산 신청 없이도 합의를 통해 상황을 해결하는 것”이라며 “채권자들과 건설적인 대화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고팍스는 한 글로벌 블록체인 인프라 업체와 투자의향서(LOI)를 맺었으며 이를 통해 확보한 유동성을 가지고 고파이 서비스를 6주 내 정상화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LOI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예비 합의서로 투자자들이 아직 안심할 수는 없다. 앞서 자오창펑 바이낸스 최고경영자(CEO)는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FTX를 인수하기 위해 투자의향서(LOI)에 서명했다고 발표했지만 하루 만에 발을 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