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제로코로나’ 정책에 대한 반대 시위가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베이징과 상하이, 광저우, 충칭 등 중국의 대도시들이 방역완화 조치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고강도 방역 장기화에 따른 민심 이반 조짐을 보이는 데 따른 대응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제조업 허브' 광둥성 광저우는 1일 하이주, 톈허, 바이윈 등 도심 9개 구(區)의 전면적인 방역 봉쇄를 완화했다.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한 아파트동(棟)만 봉쇄해 통제구역을 최소화하고 임의로 봉쇄구역을 확대하지 않는 한편 조건에 부합하는 지역은 즉시 봉쇄를 해제하겠다고 약속했다.
광저우는 또 격리대상인 코로나 감염자의 밀접 접촉자들을 정밀하게 분류하고, 구 전체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유전자증폭(PCR) 전수 검사는 하지 않기로 했다. 전날 광저우 도심 도로 곳곳에 설치됐던 방역 가림막도 대부분 철거돼 차량 운행이 정상화됐다. 광저우 방역당국은 "고위험지역에 대해서만 과학적이고 정밀한 방역과 PCR 검사를 하고, 백신 접종 속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섬유산업 중심지인 하이주구 등 광저우 도심 지역은 지난 10월 말부터 전면 봉쇄돼 주민 외출이 금지됐다.
상하이시도 지난달 30일밤 “12월1일부터 상하이시 24개 고위험 지역의 봉쇄를 해제한다”고 밝혔다. 상하이 당국은 중앙정부가 발표한 봉쇄완화 기조를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중국 국무원 코로나19 합동 방역 통제기구는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을 열어 “방역 정책을 정밀하게 시행해, 전염병 상황을 효과적으로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11일 중국 국무원이 내놓은 봉쇄 완화 기조를 재확인한 것이다.
베이징 차오양구는 일부 코로나19 확진자에 대해 시설 격리가 아닌 자가 격리를 허용했다. 확진된 임산부와 시설격리를 거부하는 시민 등이 자가격리를 하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확진자의 자가격리는 지난 주말 항의 시위과정에서 나온 시민들의 요구 가운데 하나다. 베이징의 아파트 주민들도 확진자의 자가격리를 요구하는 의견서에 집단 서명을 받고 있다.
충칭도 도심 지역에 대해 서취(구 아래 행정단위)나 아파트 단지 등 소규모 구역을 기준으로 감염 위험이 낮은 곳의 인구 이동을 허용하는 등 점진적으로 봉쇄를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밀접 접촉자 기준을 엄격히 적용함으로써 불필요한 사람들이 격리 대상에 포함되지 않도록 하고, 조건이 되면 시설 격리 대신 자가 격리를 허용하기로 했다.
허베이성 스자좡도 이날부터 창안구 등 6개 도심 지역의 생활·생산 질서 회복에 나섰다. 과학·정밀 방역 지침에 따라 코로나 위험지역을 조정해 저위험 지역은 쇼핑몰, 슈퍼마켓, 호텔 등 상업시설 운영을 재개하고, 일주일 내에 식당 내 식사와 실내 공공시설 운영도 허용하기로 했다. 지난달 24일 봉쇄식 방역에 나섰던 랴오닝성 선양은 이날부터 식당 내 식사를 허용했다.
중국 대도시들의 잇단 방역완화 조치는 중앙정부의 지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의 방역을 담당하는 쑨춘란 부총리는 지난달 30일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좌담회에서 "감염자 판정, 검사, 치료, 격리 등 방역 조처를 부단히 개선, 코로나 확산을 막으면서 경제 안정을 꾀해야 한다"며 방역 최적화 20개 조항의 차질 없는 추진을 당부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는 중국 지도부가 '제로코로나' 정책으로부터의 출구를 준비하고 있다는 최신 신호"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