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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 파킹통장에 3조 '뭉칫돈'…금리 노마드족 '멈칫'


입력 2022.12.08 06:00 수정 2022.12.08 10:50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예·적금 이자 제동에 관망

대기 자금 수요 확대 조짐

서울 시내에 은행 자동화기기가 늘어서 있다.ⓒ뉴시스 서울 시내에 은행 자동화기기가 늘어서 있다.ⓒ뉴시스

국내 5대 은행의 수시입출식예금(MMDA)에 최근 한 달 동안에만 3조원에 가까운 돈이 쏟아져 들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무섭게 치솟던 기준금리가 본격적인 속도 조절에 들어서고 정부가 과도한 예·적금 이자율에 제동을 걸자, 파킹통장에 대기 자금이 몰리는 모습이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이자를 주는 예금과 적금을 찾아 움직이던 이른바 금리 노마드족의 숨고르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개 은행의 MMDA 잔액은 총 114조68844억원으로 전월 말보다 2.6%(2조9568억원) 늘었다.


MMDA는 은행의 대표적 단기 금융 상품으로, 잠시만 돈을 넣어놔도 이자를 주는 입출금 통장이다. 차량을 잠시 주차했다가 빼는 것처럼 주로 짧은 기간 돈을 맡겼다가 인출할 수 있는 특성 때문에 흔히 파킹통장이라 불린다.


은행별 추이은 다소 엇갈렸다. 우선 하나은행의 MMDA 보유량이 35조2745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4.3% 증가하며 최대를 기록했다. 신한은행 역시 16조8877억원으로, 국민은행은 18조9805억원으로 각각 5.9%와 9.4%씩 해당 금액이 늘었다. 반면 우리은행의 MMDA 잔액은 26조7038억원으로 1.5% 줄었다. 농협은행의 MMDA도 16조8419억원으로 4.6% 감소했다.


5대 은행 수시입출식예금 잔액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5대 은행 수시입출식예금 잔액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이전까지 은행권의 파킹통장에 들어가 있는 자금은 줄곧 축소되는 흐름이었다. 실제로 지난 10월 말 조사 대상 은행들의 MMDA 잔액은 111조7317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5.7%(6조7196억원) 줄었다.


이는 한국은행의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풀이된다. 이자율이 높아진 예·적금에 돈이 몰리면서 파킹통장에 잠자고 있던 대기성 자금이 빠져나간 영향이다.


한은은 올해 4월부터 지난 달까지 사상 처음으로 여섯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한은 기준금리는 3.25%로, 2012년 10월 이후 10여년 만에 3.00%대로 올라섰다.


그런데 최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금리 인상에 속도 조절을 시사하면서 변화 조짐이 감지됐다. 예·적금을 향한 수요에 잠시 걸린 이유다. 아울러 당초 한은이 또 다시 빅스텝을 가져갈 수 있다는 관측과 달리, 이번 달 기준금리를 0.25%p만 올린 배경에도 파월 의장의 발언이 깔려 있다.


파월 의장은 지난 달 말 브루킹스 연구소 주최 연설에서 "금리 인상 속도를 완화할 시기가 빠르면 12월에 올 수 있다"며 "연착륙으로 가는 길에 있다고 믿고 싶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은행권을 향한 수신 금리 경제 자제령도 새로운 변수로 작용했다. 자금 확보를 위한 은행 간 예·적금 금리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면서 시중 유동 자금이 은행에 쏠리자 브레이크를 건 것이다. 증권사와 카드사,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유동성 경색을 해소해야 하는 금융당국이 내놓은 고육책이다.


이런 여건들이 맞물리면서 금리 노마드족 사이에서는 아쉬움과 함께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예·적금 이자율이 정점에 다다랐을 때 다시 베팅에 나서려는 움직임이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장 금리를 둘러싼 상승 압박이 다소 완화되면서 일시적으로 대기 자금 수요가 확대될 수 있다"면서도 "유동성 불안 등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커 금리의 방향성을 예단하기 어렵다는 측면은 충분히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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